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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상지대, ‘너의 고생에 눈물밖에 보탤게 없나?’

by 밥이야기 201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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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 판결에 분노하며 오열하는 상지대학교 예술체육대학 이승현 학생회장.
(출처:상지대 구출 대작전 블로그)

 


상지대 시계를 거꾸로 돌리다

 
강원도 원주는 민주 성지로 불린다. 어제 참으로 암울한 소식이 들렸다. 사학분쟁조정위(사분위)원회가 원주에 뿌리 내리고 있는 상지대 정상화를 위한 파견 이사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1993년 사학비리 대상 1호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김문기 전 이사장. 사분위는 김문기씨의 아들을 포함, 옛 재단 인사 4명등 총 8명의 정이사를 선임했다. 사학세습, 과거 사학 비리 인사에 대해 사분위가 면죄부를 준 셈이다.

 

명실상부 과거로의 복귀다. 원주는 지학순 주교, 생명운동의 큰 스승 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비롯, 과거 민주화 투쟁으로 고난 받았던 운동가들의 배움터이자 쉼터였다. 생활협동조합을 한국에 뿌리 내리게 한 유서 깊은 곳이다. 여러 연유로 상지대는 민주 사학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김문기씨가 망가뜨린 대학을 십 수 년에 거쳐 교수와 학생들의 노력으로 정상화 시킨 곳을 과거로 돌려놓았다. 김문기씨의 부활작전에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손을 들어 준 셈이다.

 

한국 사학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사학비리의 온상이었던 상지대는 한국 사학이 가야할 길을 모색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상지대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려 버렸다. 왜냐면 상지대의 운영의 실질적인 권력을 과거 구 재단 인사로 채워버렸기 때문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2007년 대법원이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판결 이후, 사분위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산하 기구로 같은 해 12월 출범되었다. 사분위는 사립학교의 임시이사 선임 및 해임, 임시이사를 선임한 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할 수 있는 기구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사분위(11명:대통령이 추천하는 3명,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3명,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5명)는 당연 보수성향의 위원들이 자리를 꿰찼다. '사학'을 사회적인 공공재로 보지 않고, 이사장의 '사유재산'으로 간주, 각종 비리로 퇴출된 기존 비리 이사장 집단들이 다시 사학경영에 참여하게 되는 물꼬를 열어주었다.

 

지난 4월 29일 사분위는 상지대학 구 재단을 사실상 복귀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구재단 추천 이사를 정이사의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하여 상지대를 다시 옛재단에게 넘겨주려거나 다름없다(소위 '5:2:2' 결정. 구재단 추천 이사 5인, 현학교운영주체 주체 2인, 교과부 추천 2인).

 

사분위는 사학분쟁을 해결하려는 곳이 아니라, 사학분쟁을 야기했던 비리 인사 채워주는 곳인가? 어제 사분위의 결정을 듣고, 상지대 학생들은 오열했다. 만약 당신의 아들과 딸이 상지대에 다니고 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지난 7월, 상지 상지대 출신의 한 어머니가 같은 대학 후배이자 딸에게 보낸 편지를 읽다 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치열하게 빛나는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딸아.

 
요 얼마전 몇달째 집에도 오지 못하는 너를 보고픈 마음에 찿아갔다가
시간에 쫓겨 밥 한끼 간신히 먹인 후 돌아 오는 길은 멀기만 하더구나.

전날 밤을 새웠다며 정신도 제대로 못 차리는 너를 보며 잠이나 더 자게 했어야 했나 후회스런 마음도 들고
부은 얼굴과 모기에 물려 엉망이 된 몸을 보며 왜이러고 사나 싶기도 했단다.

엄마 이기전에 같은 학교를 졸업했던 선배로써 나의 학창시절이 어떠했나 돌이켜 보면
안쓰런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 존경스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 때도 이런 문제로 학교가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지만 그때의 엄마는 지금의 너와는 사뭇 다른 길을 갔던거같다.
난 그때 무엇을 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꼈을까? 생각해 본다.

그 때 내 자신만 생각하고 나 아닌 누군가가 하겠지란 안일한 생각이 20몇년이 흐른 지금 내딸이
이런 멍에를 짊어지게 된게 아닌가란 후회와 자책이 들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물론 지금도 기성세대의 편견과 이기심의 잣대로 본다면 지금 네가 하는 모든 고생들이
헛된 치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네가 내 딸이기에 맘 편히 혀를 차며 한심한 눈초리를 보낼수만은 없구나.

내 자식은 남 보다 편하고 좋은 길로만 갔으면 하고 바라는 이기적인 부모가 되서 네가 하는 일들을
뜯어 말리고 싶지만, 남이 하니까...해야하는 상황이라서... 하는 일이 아닌 너의 소신과 신념이 있다면
네 의지대로 하고 싶은 만큼 할수있기를 응원해줄께.

시간이 흐르고 흘러 네가 너의 분신을 마주 대했을때 지금의 너의 엄마처럼 바라보는거 말고는
아무 힘이 되줄수 없는 무력한 엄마가 아닌 좀 더 자랑스럽고 당당한 엄마가 되도록

내일이 없이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듯 후회없이 살아가거라.
어쩌면 이번 여름이 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무덥고 힘든 계절이 될지도 모르지만
결코, 네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과거가 되진 않기를 바란다.

 
- 너의 고생에 눈물뿐 보탤게 없지만 진심으로 널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엄마가 -

 





 
학교법인은 육영의 뜻을 두고 기부된 재산을 근거로 자라나는 세대들을 올바로 교육하는 곳이다.
그것이 한 개인의 물욕이나 명예욕을 채우는 곳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학교법인을 농단하면서 사학족벌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부패하였던 시대가 있었다.
이에 반발하고 학원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학교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 따라 임시이사가 파견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그 비리의 주범들이 다시 그 학교로 돌아간다니 참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반발하여 학생들이나 교수들이 들고 일어나고 학교가 시끄러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학원의 혼란은 그 학교의 학생이나 교수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것임은 물론이고 그 학교나 학교법인을 위해서도, 국가사회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모두에게 손해가 나는 그런 일을 왜 이 정부는 계속한단 말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박원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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