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시는 오픈하우스를 통해 런던 시민들이 언제나 런던 플랜에 의견과 아이디어를 내 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종시와 2000년부터 구상되어 진행되고 있는 런던플랜은 직접적인 비교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한 도시의 발전 계획을 구상하고 수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와 논의를 거쳐야 하는지 살펴 볼 수 있다.
정운찬 총리는 어제 세종시와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기본 구상을 밝혔다. 기대했던 대로 알맹이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대안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원론적인 세종시 수정론이다. 예산도 더 책정하겠다고 한다. 원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법안까지 만들어져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2개월 안에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 참으로 대단한 추진력이다. 이명박 대통령만 그런 줄 알았는데 한 수 더 뜬다. 물론 정운찬 총리 자신이야 속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튼 소신은 증발해 보였다. 순응주의, 대타 총리라는 것을 확인해 준 장면이었다. 세종시 수정론과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국책사업 진행을 보면 황제적 진행방식이다. 옛날 로마 황제도 도시를 만들 때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세종시는 도시재생프로젝트(런던플랜)보다 더 어렵다.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움직여야 한다. 도시에 건물만 채워 넣는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 분명하게 할 것은 국가의 균형발전을 할 것이냐, 아니며 수도권 팽창론(메가시티)을 갈 거냐에 따라 전략은 크게 달라 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을 경쟁력 있게 발전시키자는 것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느냐, 다시 지방을 희생 시키면서 할 거냐에 따라 세종시의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오로지 국가경쟁력만 이야기 할 뿐 구체성이라고는 없다.
‘런던 플랜’은 신도시가 아니라 나라의 수도를 얼마나 알토란같이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각오에서 시작되었다. 런던플랜은 2000년 계획이 시작되었다. 진보적인 노동당 출신의 켄 리빙스턴 시장과 함께 많은 전문가와 런던시민들의 참여로 런던플랜 기본계획(책으로 출간)이 나오는데 4년이 걸렸다. 2006년에는 다시 수정 보완되었다. 런던플랜이 수립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해당사자들과의 파트너십이다.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이 아니라, 중앙정부, 지방정부, 비즈니스 관련자, 커뮤니티, 여러 이해 단체들 간의 참여와 컨설팅을 유도했다는 점. 시장이 바뀌더라도 런던플랜이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다양한 법적장치와 근거를 만들어 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런던시장이 보수당 출신의 보리스 존슨으로 바뀌어도 런던 플랜은 큰 변화 없이 추진되고 있다. 외국의 도시플랜의 진행과정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거버넌스(협치)가 핵심이다. 정부, 시민단체, 지역주민들과의 열린 대화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계획이 나와야 한다. 계획은 시민들의 의견에 따라 바뀌어 질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계획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2000년 부터 8년간 런던 시장으로 재임한 켄 리빙스턴(왼쪽)과 현 런던시장 보리스 존슨(보수당)
노동당 정부(블레어총리) 때 제3의 길에 맞서 진보적인 정책을 폈던 리빙스턴시장. 보수당 출신의
보리스 존스 시장이 8년의 아성을 무너뜨렸지만 '런던 플랜' 기본 계획은 차질없이 추진되고 있다.
도시계획과 나라의 명운이 달린 국책사업은 이렇듯, 많은 컨설팅과 이해당사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시민들은 언제나 정보공개를 할 수 있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국책사업이 오락가락 한다. 이해당사자들의 원망만 높고, 참여는 실종되어 있다. 대안을 만들려면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중앙 정부가 할 일이지 녹색연구소와 대학을 유치하겠다고 먼저 나서는 것이 맞는 걸까? 이제라도 세종시를 제대로 원안알파하려면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타운미팅이라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4대강 살리기 사업도 마찬가지다.
외국에 뻔질나게 많이 시찰하고 다녀오신 국가 정책입안자들이나 공무원들은 관광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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