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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기는 밥이야기/밥이 환경이다

제주 해변모래, 기후변화로 모래가 사라진다면?

by 밥이야기 2016.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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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으로 가요, 해변으로 가요..노래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여름 해수욕장을 잊겠는가? 그런데제주 해수욕장에서 모래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럴수가?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해수면 상승과 무분별한 해안 개발 등 이유로 해안 침식이 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높은 파도와 조류로 인해 해안이 깎이고 모래가 쓸려나가면서 백사장에 자갈이 드러나고 해빈 폭이 줄어드는 등 도내 주요 해변 11곳을 조사한 결과 7곳이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MBN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야간개장으로 유명한 제주시 이호테우해변에 모래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쉼 없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바람이나 파도에 쓸려나간 모래를 보충하기 위해 1천루베(1루베=1㎥) 가량의 다른 지역 모래가 투입된 것이다.
이날 하루에만 25t 트럭 27대가 모래를 실어날랐고 모래는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바닷속에서 끌어올려 졌다. 다른 지역의 모래를 퍼다 자갈이 드러난 해변에 보충한 것은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 가까이 해마다 반복됐다. 2013년 2천루베, 2014년 1천400루베, 2015년 2천루베, 2016년 1천루베 등 최근 4년간 6천400루베 가량의 서해바다 모래가 이호테우해변에 뿌려졌습니다. 25t 트럭 170여대분량. 이호테우해변은 현무암질의 검은색 모래가 많아 현사(玄沙)마을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제주 지역 고유의 모래와 타지역의 모래가 뒤섞여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제주의 해변은 화산활동과 지역적 고유한 환경 속에서 오랜 기간 형성돼 다른 지역과 다른 독특한 모래성분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해안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다른 지역의 모래를 퍼다 씀으로써 지역 고유의 특징을 잃어가고 있는 것. 이호테우해변 뿐만 아니라 함덕, 협재, 중문, 신양 등 다른 제주지역 해변 역시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지역의 모래를 사다 채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문제가 되자 조류 또는 바람의 영향으로 한쪽에 쏠린 모래를 빈 곳에 메우는 평탄화 작업을 하거나 자갈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사장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이영웅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해안 정비는 제주 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단순히 여름 한 철 해수욕장 이용을 목적으로 아무런 고민 없이 이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다른 지역의 모래를 퍼다 메우는 방식은 제주 해안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이호와 함덕, 월정, 표선, 중문, 하모, 협재 등 제주지역 주요 해변 11곳에 대한 연안 침식 모니터링을 시행한 결과 7곳이 '우려'에 해당하는 C등급 판정을 받았다. 해안침식은 상태에 따라 A(양호), B(보통), C(우려), D(심각) 등 4개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제주의 경우 전년(2014)과 비교해 등급이 상승한 곳은 1곳(하모)에 불과하지만, B등급에서 C등급으로 상황이 악화된 곳이 5곳이나 돼 도내 주요 해변의 모래유실이 날로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C등급을 받은 곳은 제주시 이호·협재, 서귀포시 수마포구·신양·표선·황우치·용머리∼사계포구 등 모두 7곳. 이 중 1년 사이 해안 침식이 심각해진 곳은 이호와 수마포구, 표선, 황우치, 용머리∼사계포구. 이들 해변 모두 전반적으로 해빈 폭이 줄어들고 모래유실로 인해 자갈이 드러나는 구역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서귀포시 안덕면 황우치해변은 검은모래사장이 드넓게 형성돼 용머리해안과 기암절벽, 산방산 등 멋진 해안절경과 조화를 이루며 제주를 대표하는 해변이었으나 화순항 방파제 축조로 인해 조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해안 침식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연안침식이 이뤄지고 지역이 확대되는 이유는 해수면 상승과 태풍, 높은 파도의 강도 및 내습 빈도 증가 등 기후변화로 인한 원인과 해안도로,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 건설로 인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 연안침식은 단순히 모래 유실의 문제뿐만 아니라 연안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생활공간을 잠식해 사회, 경제적 피해를 주는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13억원을 들여 사계지구와 예초지구, 벌랑지구 등에 해안침식 등에 대비한 연안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황우치 해변의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 164억원을 들여 화순항에 잠제(潛堤·submerged breakwater)도 설치하고 있습니다. 잠제는 거센 파도를 약화시키기 위해 바다 바닥에 설치된 수중방파제로 해수욕장 모래가 쓸려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김남형 제주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되는 무분별한 해안 개발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다음 방법으로는 침식이 진행중인 해변에 모래를 인공적으로 공급해 이전 자연상태와 유사한 해안을 만드는 양빈공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 양 교수는 무턱대고 양빈사업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보통 모래 입자의 크기가 0.2㎜ 정도 되는 것이 사람이 걷기에 가장 좋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람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일 뿐 해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제주에 있는 각기 다른 해안의 특성을 조사한 뒤 각 조건에 맞는 모래를 가져다 공급하지 않는다면 모래가 다시 쓸려 사라지거나 생태계 교란 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