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현상, 남미 페루 부근 해류 속에 몇 년에 한 번씩 이상 난류가 흘러들어 지구 곳곳의 날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누구나 잘 알것이다. 그런데 올해 여름 라니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세계 농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기상청은 10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속보를 통해 엘니뇨가 봄에 종식되면서 올해 여름 라니냐 현상이 발생해 가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앞서 미국 해양대기청은 내년 초까지를 포함하는 이번 가을·겨울 라니냐 발생 확률을 75%, 호주 기상청은 50%로 내다봤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엘니뇨는 태평양 상공을 순회하는 무역풍이 약화하면서 동태평양 연안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하며, 라니냐는 그와 반대로 무역풍이 강해지면서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런 라니냐 경보에 시장은 농업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보면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라니냐 발생 가능성 때문에 향후 수개월간 날씨 관련 리스크가 한층 불확실해질 것"이라며 과거 라니냐 발생 때 자주 미국 중서부의 기후가 고온건조해졌다고 소개했다. 미국 위스콘신 소재 자산운용사 '캐피털 이노베이션'의 마이클 언더힐 최고운용책임자는 "라니냐는 역사적으로 남미의 주요 농경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에 올겨울 생산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라니냐는 콩 생산에 최대의 영향을 미치는데, 올들어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홍수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콩시장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탕(사탕수수) 생산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자회사인 BMI리서치에서 상품 분야 최고 책임자를 맡은 오렐리아 브릿치는 "라니냐는 건조한 날씨를 불러옴으로써 2017∼2018년 브라질의 설탕 작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릿치는 또 "(라니냐 발생 때) 아시아에서는 평소보다 날씨가 더 습해질 것이라며 강수량 증가는 작황에 좋을 수도 있지만 (라니냐가) 언제 발생하느냐에 따라 당도를 낮출 수도 있다"고 소개한 뒤 "홍수를 일으켜 농장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라니냐의 영향은 농업뿐 아니라 에너지 시장에도 변수다.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지속된 라니냐로 미국과 캐나다의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떨어지자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대 곡창지대인 중서부 지역에 올여름 라니냐로 인한 건조한 날씨가 예보된 가운데 대두 선물 가격이 9주 연속 오르면서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지시간으로 9일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대두 선물 가격은 부셸(약 27.2kg)당 11.783 달러(약 1만3천800원)로, 지난 2014년 6월 기록된 최고가 11.893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 농업경제학자 핀 지벨은 이에 대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의 남미 주요 농산물 생산지의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라니냐가 미국 대두 농사에 피해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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