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통과, 8.15 경축사를 통한 비전 제시에 이어 깜짝 총리 발표로 본격적인 이명박 2기 진영이 갖추어졌다. 이명박 1기가 이른바 촛불 정국,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정국이었다면 2기는 과연 어떤 정국을 만들어 낼까?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요란 떨며 궁금해 할 필요는 없다. 잠시 생각해보면 창 밖에 잠수교가 보이듯 뚜렷하게 떠오를 것이다. 물론 창은 마음의 창이다. 창이야기 나왔으니 생선 중에 창씨 이름의 고기가 떠오른다. 창꼬치. 창꼬치(Sphyraena obtusata)는 열대와 아열대를 오가며 서식하는 바닷물고기다. 길이는 다자란 녀석이 2미터 남짓. 꽤 긴 고기다. 생김새도 무시무시해 꼬마 물고기들이 피해 다니는 고기다. 피해 다니는 것을 알고 유독 작은 고기를 좋아한다.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먹잇감으로 작은 고기를 먹어 삼킨다.
▲고등어아목 꼬치고기과의 바닷물고기인 창꼬치
창꼬치증후군
과학자들은 창꼬치고기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큰 어항에 창꼬치와 작은 고기를 넣고 가운데에 투명 유리판으로 경계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창꼬치가 작은 고기를 먹으려고 날 뛰며 유리 칸막이와 충돌했다. 아무리 머리를 유리벽에 박아도 먹잇감에 다가 설 수가 없다. 이러기를 몇 차례. 시간이 지난 뒤 칸막이를 없앴다. 그런데 창꼬치는 작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른바 유리벽이 효과를 본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용어가 창꼬치 신드롬, 창꼬치 효과라고 부른다. 이 효과를 빗대어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들은 창꼬치증후군의 특징을 열거했다.
1.변화에 대해 무감각하다
2.스스로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3.자신의 경험을 맹신한다.
4.기존의 규칙이나 관습을 고수한다.
5.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6.어떤 억압이 있으면 능동적인 행동력이 약화된다.
이미지칸막이효과
이명박 정부는 이제 본격적으로 창꼬치효과를 노릴 것 같다. 이름을 달리 표현한다면 ‘이미지칸막이효과’ 국민들은 이제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 놓은 칸막이를 통해 보이기는 잘 보이지만 그 실상을 잘 알 수 없는(이미지 반복효과) 세계로 빠질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디어 장악이며, 정권 홍보 강화다. 먹잇감은 보이지만 반복효과를 통해 국민의 반감을 무력화시키는 작전. 이미지를 통한 반복학습효과(왜곡효과)는 그만큼 무섭다. 케임브리지대학교수들은 물론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 정형화된 사고방식에 우려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1기가 돌팔매질 수준의 국민 비판을 받았다면, 이명박 정부 2기는 돌팔매질을 역으로 바꾸어 놓을 것 같다. 정교한 수준의 대통령이미지 만들기(중도실용), 간판형 총리기용을 통해서 사람들을 현실에 안주시키거나, 정해진 틀 안에 가두어 놓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른바 반이명박진영이나, 민주개혁세력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리 비판을 한들, 통과되지 않는 말들은 오히려 내면의 세계를 옥죄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유리칸막이의 실체를 정확히 알려내고,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그 길은 바로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과 정책발굴이다. 이미지에 맞서 이미지를 내세워야 되고 사람에 맞서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 국민들에게 잘살아보세요를 넘어 정말 제대로 잘살아 보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제대로 잘 사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창꼬치증후군'은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다음 대선에서도 세상 저 편의 이미지정치에 굴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내용 중 일부는 " 케임브리지 교수들에게 듣는 인생 철학 21강(황소자리)'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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