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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정운찬 '서울대 마지막강의'수강한 한 학생의 글

by 밥이야기 2009.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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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매일경제


어제(9월 3일), 총리 내정자로 임명된 정운찬 씨가 서울대에서 마지막 수업(서울대 경제학부 '경제학연습 2')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수업이 '인사청문회'나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했다고 하네요. 마지막 수업과 관련된 내용은 이미 몇 몇 언론에 의해 짧게 보도 되었습니다. 마지막 수업 내용을 살펴보니 알퐁스 도데의 단편 '마지막 수업' 제목만 떠올랐지, 감동도 진실됨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서울대에서 강의는 마지막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처럼 '프랑스 만세(독일 나치에 저항)같이 '대한민국 만세'도 칠판에 쓰지 못한 정운찬 씨가 과연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을 위한 만세를 제대로 외칠지 잘 모르겠네요.

서울대 마지막 수업과 관련된 자료를 검색하다가, 강의에 참석한 한 학생의 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기대와 우려가 담긴 학생의 글(아래 박스글)을 읽어 보겠습니다.

 
정운찬교수의 마지막 수업을 듣고.


오늘 1시경 수업을 들어가는데 갑자기 기자들이 몰려와 엄청 당황했네요.

엊그제 수업때만해도 아무런 언지도 없이 숙제도 내주셨던 분인데... 갑자기 국무총리라니...

오늘 마지막 수업을 1시간동안 진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때부터 그분의 칼럼을 즐겨읽었고, 입시때도 면접에서 절 합격시켜준 분이기에...ㅋ
이준구 선생님과 함께 평소에도 호감이 많은 분 이었고 정치에는 참여하지 않기를 바랬었습니다.

근데 결국 그리고 당황스럽게도 MB정권으로 들어가시네요. 평소 김근태의원과의 친분을 생각했을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사상은 다르지만 민주당으로 가리라고 봤는데...

아무튼 그분은 오늘 마지막 수업이라고 못 박으셨습니다. 자신은 교수직함 유지하면서 행정부 가는걸
책임 없다고 여긴다네요. 그래서 사표를 내고 총리로 가서 총리일에만 최선을 다하겠답니다.

오늘 수업은 한시간 동안 질의 응답으로 이뤄졌어요.먼저 이명박 정부의 성향과 명백히 다르신걸로 보이는데 참여하는 이유는?

자신은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도태된 사람들은 따로 국가에서 보살피는 경제적 신념을 지니고 있다.

(정운찬교수는 케인지안의 대표죠.)

이는 적어도 이명박 정부의 "모토"와는 동일하다. (MB의 취임선서에도 나온다면서....) 고 말했습니다.
현실과 이상이 다르다면 자신은 어드바이서의 입장에 서겠다고 하더군요.

기자 회견에서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과 성향이 동일하다는 건 이런 의미일 겁니다. 역시 기사는 무섭다고느꼈네요.

MB정권 하에서 허울뿐인 총리를 맡아서 무엇하느냐고 질문에 대해서는...
권한이 많아도 이해찬 총리처럼, 불명예스런 퇴진을 할 수 있고, 권한이 적어도 이회창 총리처럼
할말을 하면서 퇴진할 수 있다면서... 자신은 후자의 길을 갈 것이라고 하네요.

4대강 유역개발에 대해 한승수 총리처럼 총대를 메고 홍보하실 것인가요?에 대해서는

-자신은 대운하는 반대다. 환경적 차원이 아니라 경제적 차원의 반대다. 우리나라는 대운하 외에도
경제적으로 선결해야 할일이 많다. 4대강 유역개발은 현재처럼 보다는 소규모로 환경개선의 차원과
인근 유역의 개발 정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며, 이런 의견을 피력한다고 하네요.

인사청문회에서 다 까발려질 자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는

자신은 땅도 없고, 뭐 아들들도 미 시민권 버리고 군대 보냈고 해서... 자기도 모르는 잘못(?)이 없다면

자신있다고 하네요.ㅋㅋ

지난 대선 불참은... 자신의 성향과 맞는 당이 없었고... 그래서 출마시 독자적인 당을 만들려고 했는데
자신의 능력이 않되는걸 느껴서 포기했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이분은 중도 보수주의로 노무현 대통령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실상 서울대 존폐를 가지고 총장재임시절 대통령과 많은 대립각을 세웠다고 평소에도 많이 말했죠. 그렇다고 한나라당과도 맞지 않았다고... 자신은 김영삼 시절에는 빨갱이로 김대중, 노무현 시절에는 극보수주의자로 몰렸었다고, 우리나라 좌우 논쟁에는 휩싸이고 싶지 않고 그냥 건설적 비판자가 되고 싶었다네요.

 
총리 지명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자... 이미 예전부터 몇번의 오퍼가 있었고, 거절하다가
이틀전에 직접 청와대로 불려갔고... 거기서 수락하고 3일동안 청와대를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그덕분에 우리 수업은 하늘나라로.....

암튼 나름 존경하던 교수님이, 정부로 그것도 엠비 정부로 들어간다니 좀 씁쓸하긴 합니다.

 그래도 엠비정부에 들어가서 제발 그 분을 말리고 제대로된 국정운영 좀 했으면 하네요..

 그래도 국가적 측면에서, 정운찬 총리는 엠비의 인재풀에선 최선이라고 봅니다.

 물론 실망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조금만 지켜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총리= 한나라당 은 아니라고 믿고 싶고, 만약 총리를 그만두고 한나라당으로 가신다면

그때부터는 그냥 저도 포기할 듯 하네요...

 
PS.참. 총리 이후 행보는 말을 아끼시면서도 KBO 커미셔너가 하고 싶다고...ㅋㅋㅋㅋ
총리재임해도 6시 30분 경기에는 일과가 끝나니까 종종 두산 경기 보러 갈거 라고 하더군요.
 이번주 일요일 예정되었던 허구연과의 토크쇼는 아쉽게 캔슬이랍니다..ㅋ
 암튼, 오늘 나름 재밋고도 충격적인 경험 이었네요.
 제발 한나라당과는 거리를 두고 할말은 하는 총리가 되길...


<자료출처>



정운찬 총리내정자.
비판적 지지자에서, 마냥 긍정적 지지자가 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말 바꾸기가 시작되어서 씁쓸합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토목사업이라고 비판할 때는 언제고(대운하 예산으로 대학생 등록금 주는 게 더 낫다...)
청계천 사업수준으로 말을 바꾸어 버리니...

말바꾸기위해 말을 갈아 탔는지... 청문회 때 지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내정자이니까요.

아마 인사청문회 때는 정운찬 총리내정자가 지난 대선 때 했던 말들과
이명박 정부 들어 경제정책과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했던 말들이 확인되고 검증될 것 같습니다.
말들의 잔치가 될 것인가? 말 바꾸기를 통한 한 기회주의자의 단면을 살펴 볼 기회가 될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


학생 말대로 할말을 하는 총리가 될 건지, 인사청문회 때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총리내정자로 끝날지..
이제 말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 한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국가 경영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기업 경영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총리직도 총장역할 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