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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정운찬 총리직 선택, 차선이 아니라 최선

by 밥이야기 2009.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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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거목 정치인) 없는 시대, 정운찬은 거목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 정부의 거름이 될 것인가?


정운찬 총리내정자. 이제 인사청문회 과정만 남았다. 정운찬 씨가 총리직 제안을 거부 했다면 교수로서 학자로서의 삶에 만족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정운찬 씨가 서울대 총장으로 있을 때 한 발언이나, 지난 대선의 행보로 보아서는 평생 외길 학자나 박애주의자로 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운찬 씨는 차기 대권에 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 본인이 지난 대선 때 경험했듯 정치판이 쉽지 않다는 것(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을 것 같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직 콜이 왔을 때, 인생의 마지막 큰 선택의 길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예전에 민주정부에서 장관으로 있었던 분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아무리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입각 제안을 할 경우 거절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럴 것 같다. 권력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전화를 걸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권력이 부르면 웬만한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라면 쉽게 거절 할 수 없다.

 
정운찬 씨가 총리내정자로 임명되자, 언론과 정치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른바 대권주자로 미리 불리는 잠룡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운찬 이야말로 가장 큰 뉴스메이커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통치철학과 다른 발언을 해왔던 정운찬 씨의 지난 말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정운찬 씨 또한 철학이나 지향이 분명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기에 말을 쉽게 할 수 있었고, 말을 갈아 탈 수 있었다고 본다. 아무리 비판을 해보아도 소용없는 일. 제도 밖에서의 비판의 한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정운찬 씨 입장에서는 이번 총리직 수락이 차선이 아니라 최선이었다. 일부에서는 “너무 급한 결정이 아니냐, 민주연합세력의 러브콜을 한 번 더 받아서 대권을 향해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는냐” 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시나리오는 이제 불가능하다. 민주세력연합도 쉽지 않는 상황에서, 잘못하다가 흙탕물에 파질 수 있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어려운 선택을 하겠는가. 고난의 선택을 할 정도로 정운찬 씨는 세파(정치권)에 단련된 사람이 아니다. 발언은 정치적이었지만.

 
정운찬 씨는 지난 정권의 실세형 총리나 그의 스승(조순)이 경험했던 일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항간에는 이회창 선진당 대표를 떠올리며, ‘밑져야 본전’일 것 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회창 대표도 총리 때 나 홀로 대쪽 발언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물론 결과야 좋지 않았지만, 대통령 문턱까지 갔던 사람이다.

 
이명박 정부와 톱니바퀴 돌아가듯 착착 돌아가면 좋을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앞에 놓인 난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조기레임덕이 온다면 정운찬 씨 입장에서는 바보가 아닌 이상 이명박 정부와 다른 입장에 설 것이 뻔하다. 정운찬 씨는 그동안 내공과 실무경험만 쌓아두면 된다. 발톱만 잘 다듬어 내고 숨겨두면 된다. 결국 정운찬 씨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싸움이다. 지금의 비판이야 정치권에 발을 디딘다면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다. 총리내정자 인사청문회 과정도 예행연습이라고 여길 것 같다.

 
그렇다면 정운찬 총리내정자에 대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1. 이회창을 롤모델을 따르되, 대쪽이미지 보다는 합리적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 이회창 총리가 더 인기가 좋았지 않는가. 합리적이라는 말은 듣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주관적이며 정치적이다. 정운찬 합리주의는 아마 눈치 보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대쪽이미지나 나 홀로주의는 국민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하나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2. 내년 지방선거 전 후로 색깔을 들어 낼 수 있다. 그 색깔은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상황이 색깔을 만들어 낼 것이다.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해 발언을 쪼개서 할 것 같다. 한 번에 크게 외치는 것보다는, 나누어서 의사를 밝힐 것이다. 한나라당이 참패를 한다면 발언의 예각을 더 세울 것이다.

 

3.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임기 말까지 계속 상한가를 친다면, 정운찬 씨는 다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명박 대통령과 어깨 걸고 충성하며 같이 갈 사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입장에서도 어차피 박근혜 의원의 대항마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인물론에 따라 합종연횡 할 것이 분명하다.

 

4. 반대로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이명박 정부와 얽힌 각 종 부패문제와 정권 말기의 총합적인 문제들이 발생한다면, 그런 징후들이 보인다면 정운찬 씨는 빨리 옷을 벗어 던질 수 있다. 명분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정운찬 색깔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예상 할 수 있는 시나리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운찬 씨가 청와대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꽃을 피울지 알 수 없다. 총리내정자로 선임된 이후 언론과의 발언도 문제다.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맞을 터인데. 지금 상황에서 누가 선뜻 정운찬 씨 코디네이터로 나설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정운찬 씨의 인사청문회는 그런 측면에서 여러 가지 측면을 놓고 볼 필요가 있다. 영원한 권력의 나팔수가 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물러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