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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진중권 해병대 발언을 해석하다

by 밥이야기 201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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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이 해병대 총기난사, 자살 사건(포항)이 잇따르고 있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밝히자, 떠들썩하다. " '귀신 잡는 해병'이...'해병 잡는 해병'이 되었군요. 이번에 포항에서 자살한 병사의 몸에서도 구타 흔적이 나왔대요. 자기보다 계급이 약한 이를 괴롭히는 비겁한 사디스트들은 조사해서 다 구속시켜야 합니다(진중권)". 진중권 트위터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다음 아고라를 비롯 몇 몇 분들이 맹비난에 나섰다. 해병대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분들 대부분은 해병대만의 문제가 아닌데, 해병대 구성원 몇 명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의 글(트윗)은 함축성을 띌 수 밖에 없다. 글자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표현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다 전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추측과 해석이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진중권의 발언을 문제삼아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따져 묻는 것은 문제가 있지않을까. 지금 따져물어야 할 곳의 대상은 진정 어디에 있는가.


1. 귀신 잡는 해병이 아니라 해병 잡는 해병
'귀신 잡는 해병'은 해병대의 용감무쌍한 정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해병대의 구호에 가깝다. 과장법이자, 조직의 특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자하는 강조법이다. 귀신은 있는가? 귀신은 없다. 따라서 해병이 귀신을 잡을 수 없다. 해병이 해병을 잡을 수는 있다. 이번 사건은 분명 해병대의 관행적인 나쁜 문화가 해병을 잡은 것이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고 해병대에서 이야기할 수 있듯, 이번 사건을 두고 해병 잡는 해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해병대를 싸잡아 비판한 것은 아니다. 총기사건이나 자살로 자식을 잃은 부모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2. 계급이 약한 이를 괴롭히는 비겁한 사티스트들은 구속시켜야 합니다 
해병대 출신이거나 해병대에 근무하는 있는 분들에게는 '사디스트'라는 말이 거슬릴 수 있다. 사디스트는 성적대상에게 고통을 주어 괘감을 얻는 사람을 일컫는다. 반대말은 마조히스트다. 그런데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는 성적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타인을 공격하고 고통을 주고 받는 것에 괘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성향을 가리킬 때 쓰기도 한다. 진중권이 사디스트라고 표현한 것을 후자를 말하면서 인용한 말이다. 남을 왕따(기수열외)시키고, 구타하는 행위는 나쁜 짓이다. 사디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진중권의 발언을 두둔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다. 진중권의 발언에 해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해병대만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군기를 강화하기 위해, 타 부대보다 훈련이나 군생활이 거칠고 강할 수 있다. 하지만 왕따나 구타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 남자 아이는 조금은 험하게(?)키우는 게 본인에게도 필요할 듯 생각됩니다. 이번 해병대 사고를 보면서 더욱 그렇습니다", 라는 글을 남겼다. 사실 진중권 발언보다 이윤성 의원의 글(트윗)이 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 아이를 험하게 키운다?. 그렇다면 이번에 총기 사건과 자살을 개인 탓으로 만 돌려야 되는가. 군당국과 해병대 지휘라인에 있는 사람은 책임이 없다는 말인가.


해병대 뿐만 아니라 군은 특수한 조직사회다. 계급사회자 수직적 지휘계통 사회다. 그렇다고해서 법으로 금지된 구타행위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이번 총기 사고로 지휘 계통에 있는 사람들이 처벌 대상에 오른 이유를 이윤성 의원은 모르고 있는 걸까. 진중권의 화법이 직설적이기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본다. 진중권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 찬반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해병대 발언은 큰 문제가 없다. 비판이지 비난은 아니다. 매번 군 부대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보고 임시방편식 처방으로 끝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더 냉혹한 비판이 필요하다. 진중권은 해병대만을 국한시켜 싸잡아 비판하고자 한 말이 아닌 것 같다. 해병대 뿐만 아니라 군대 문화를 더 개선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 발생하는 군부대 사건에 대해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쓴소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군당국도 석고대죄는 아니어도, 다시는 이런 사건들이 재발, 재현되지 않도록 강구책을 세워야 한다. 이윤성 의원의 말대로라면 또 이런 사건이 터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번 해병대 사건으로 숨진 사병들의 유가족에게 사과해야 할 사람은 이윤성 의원이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은 귀국 이후 가진 국무회의 자리에서
" 체벌 자체보다도 자유롭게 자란 아이들이 군에 들어가 바뀌 환경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고 해병대 총기사고와 자살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이윤성 의원의 말과 큰 차이가 없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초점에 맞추어 이야기하면 안 된다. 세대에 맞게 군도 젊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탓으로 돌릴 것만 아니라, 왜 아이들이 군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가, 그 이유를 따져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군대도 다녀오지 않으신 분의 발언치고는 너무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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