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고 정은임 아나운서의 밑줄쫙~

고 정은임 아나운서 추모바자회가 아름다운가게(동숭로 헌책방)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상진을 비롯 MBC 후배 동료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애장품을 내놓는다고 한다. 정은임. 새벽녘 이름 석자가 되살아난 이유는 무엇일까? 한진중공업 고공 크레인 시위. 8년 전. 한 노동자(고 김주익 열사)가 지금 87호 크레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위원(민주노총)의 자리에 서있었다. 129일 고공시위를 끝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버랩. 진중권이 배우 김여진이 고 정은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물론 달랐다. 김여진은 크레인에 올랐고, 고 김은임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정은임의 FM 영화음악)을 통해, 김주익이 열사가 되어 버린 닷새 뒤에 말했다.

 

"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 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올 가을에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정은임)"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 방치되는 걸까? 8년 전과 오늘의 87호 크레인에 오른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다. 물론, 트위터로 실시간 상황이 중계되고, 언론보다 빠르게 사진과 글이 쏟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무심타. 탓하지 말아야 하나. 세월이 야속타.



고 김주익 열사가 숨진  일년 뒤, 2004년 8월 4일 고 정은임 아나운서는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녀의 목소리와 영화음악은 끊겼지만, 아직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그녀가 남긴 글이 숨쉬고 있다. 어제 오늘 그녀를 기억하는 과거의 청취자들이 글을 남겼다. " 보고싶은 누나... 나의 유년시절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셨던 그리고 영화를 아주 좋아하셨던..'자전거도둑', '은행털이와 아빠와나' OST를 신청했었는데 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목소리 너무 그립습니다. 너무 그리워요". 고 정은임 아나운서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숨지기 2개월 전에 남긴 글이 눈에 들어왔다. 더글라스 러미스가 쓴 <경제성장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녹색평론사)>의 서문 글을 옮겨, 단상을 담은 글이다.


" 대체, 어떤 불가사의한 역사적 경위에 의해 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좌익' 이라고 간주되게 이르렀는가 (더글라스 러미스)" 이라크 파병에 대해 고 정은임은 말했다. " '국익'이라는 단어는 힘이 세다. 국익 앞에서는 파병반대가 철딱서니 없는 짓이 되어 버린다" 위정자들은 언제나 국익을 말한다. 국익을 위해 4대강 사업을 하고, 국익을 위해 비정규직을 탄압하고, 국익을 위해 반값등록금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국익을 저해하는 세력은 좌익이라고 말하는 세상이다. 고 김주익 열사와 정은임이 세상을 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고인이 남긴 밑줄긋는 여자와 거미의 언어를 보면서 밑줄을 그었다. 유년의 시절을 정은임 아나운서의 영화음악과 함께했던 이들이 커서, 이제 반값등록금 거리 시위에 나선 이들도 있을 것이다. 김여진의 날라리에 참여한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닮아가고혀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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