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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임상규 유서, '악마의 덫'이란?

by 밥이야기 201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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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농림부 장관을 역임했던 임상규 총장(순천대)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고 한다. 임 총장은 '함바 비리' 연류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유서는 "안타깝고 슬프다. 인생의 마지막 뒷모습늘 망쳤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가 어려울 듯하다. 그동안 너무 쫓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더 이상의 수치도 감당할 수 없다",라는 문장과 함께 시작된다. A4 용지에 남긴 고인의 '악마의 덫'을 떠올리며, 이곳 저곳 흩어져 있던 생각의 편린들이 조각조각 모여 그물코를 이룬다. 한국인의 생존문법이라 불리는 '학연, 연고주의'가 빚어낸 악마의 덫은 과거에도 지금에도 존재한다.


 최근 이재명 성남 시장은 자신의 집무실에 CCTV를 설치했다고 한다. 돈봉투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라고 한다. 권력을 쫓아 날아가는 불나방. 한국의 연고주의 폐단은 너무 뿌리깊게 내려져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 강부자 내각 인사를 사람들이 우려하고 비판한 이유다. 물론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를 외쳤지만, 공정하지 않는 사례가 끊이질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조계의 전관예우 폐지와 중수부 폐지도 이유가 있다. 왜 정부기관이나 정부 부처 장관, 법조계에서 오래 근무했던 사람들이 대형 로펌의 스카우트 1순위이겠는가. 끈 때문이다. 그 끈은 학연,연고주의와 닿아있고, 함께 건네진 돈봉투는 인간 본연의 탐욕을 키워, 눈을 가린다.




임 총장은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목숨을 끊었으니, 알 길 없다. "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임 총장 유서 중에서)". 끈의 정치, 단순한 만남이 잘못된 만남으로 이어진다. 사람사는 정이 왜곡된다. 부패된다. 대검 중수부는 큰 권력 비리를 다룬다. 어느 부처 기관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대검 중수부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이 수사를 했는가?. 국민의 검찰과 중수부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폐지와 더불어, 권력으로부터 보다 독립적인 지위에 있는 새로운 기관의 탄생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임 총장의 자살 소식과 함께 또 하나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대학가에서 30년간 세탁소를 운영해왔던 노부부가 자살했다고 한다. 화재로 인해 발생한 보상금을 지불하지 못해, 생활고에 고통을 느껴서 자살했을것이라고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렇듯, 연고의 끈 부패의 끈으로 인해 자살한 사람과 생계형 자살은 극단에 서서 존재한다. 노부부는 연고가 없고 돈이 없어 자살했다. 사회가 공정해주기 위해서는 문화와 인식도 바뀌어야지만, 무엇보다 뿌리 깊은 연고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학연중심사회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사회문제는 별개의 조각같지만 퍼즐처럼 맞출 수 있다.한국 사회가 그렇다.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이유다.그렇지 않든다면 극단에 선 자살과 사회문제는 반복될 것이 뻔하다. 오늘의 부모이자, 미래의 부모가 될 아이들을 떠올려보자. 공정하지 않는사회의 유산을 계속 대물림해야 하는걸까...



한국의 연고주의 문제를 꾸준하게 연구해 온 송호근과 김호근 논문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기업의 한 간부사원이 사석에서 한 말에 따르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의 관계부처에서 일하는 고교동창을 찾아갔더니, '야 임마 니가 찾아올 줄 이미 알았다'라고 말하면서 일이 났을 때 불쑥 찾아오지 말고 평소에 잘 찾아다니라고 충고했다 " 강원도 출신 소설가 이외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 나는 우여곡절 끝에 춘천교육대학을 중퇴했다. 학연공화국이지 지연공화국으로 알려져 있는 대한민국. 남들이 10년이면 도착할 수 있었던 목적지에 나는 30년이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나중에 명예졸업장을 받기는 했지만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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