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이클 샌델 싫어하는 게 바로 이 때문, 자기들끼리 '선'이니 '미덕이니 규정해 놓고, 남들에게 그거 강요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그게 '정의'라면 남에게 애국이니 겸손이니 강요하는 꼴통들이 쌔고 쌘 대한민국은 이미 '정의'사회겠지.
고현정이 자화자찬을 했다나? 그럼 자화자찬을 했나 보지... 하고 넘어갈 일. 그게 왜 욕 먹을 일이 되는지. 어떤 사람에겐 '겸손'이 미덕이겠지만, 니체라면 그것을 예수-플라톤 도덕의 요체라며 거기에 구역질을 내겠지요. “(진중권 트위터)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갓파더>에 대해 불량가게에서 나온 불량품은 다시 구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지 않겠다는 뜻. <디워> 논란이 다시 재현될 듯 보였다. 기사거리를 건지기 위해 시시탐탐 엿보고 있던 언론도 나섰다. 연일 진중권의 불량가게 발언이 소개되었다. 보지도 않은 영화를 폄하 말라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독설(자신의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진중권은 SBS 연기 대상 소감으로 논란을 빚은 고현정에 대해 언급했다. 팔로워수도 덩달아 늘었다. 고현정 때문이 아니다. 진중권은 고현정 수상소감이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 지나친 겸손은 미덕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의 경험과 철학관에 따라 겸손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있다. 라스트갓파더에 대한 견해도 마찬가지다.
진중권이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 또한 고현정의 수상 소감에 딴죽 걸 수 있다. 이 말은 정답이 없다는 뜻. 일방적 강요도 있을 수 없다. 자신의 가치 판단에 따라 누구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다만 그 정도를 살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진중권의 독설은 독설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진중권이 쏟아내는 발언은 독설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인터넷에 쏟아지는 무시무시한 독설이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떤 사물과 주제에 대해 보는 시점과 관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열린 시각으로 이런 문화를 받아들일 여건이 되어있는지는 따져 볼 문제다. 독설 아닌 독설이 가열되다보면 욕이 되고 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떼지혜가 아니 떼공격과 떼수비 공방으로 언어가 오염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에게 나라의 스승으로 칭송받는 대학자 지센린은 정말로 넓은 포부와 아량이 있다면 겸손하게 행동함으로써 더 진보할 수 있지만, 속이 텅 비어있다면 아무리 자만해도 진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겸손의 적절한 선은 어디일까. 지센린은 윤리와 도덕의 범주에서 겸손은 미덕으로 칭송받고, 위선은 부덕함으로 손가락 받지만 이 두 가지는 확실하게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다. 겸손이 조금만 과해지면 위선이 되기 때문이다. 진실한 겸손과 거짓 겸손을 구분하는 것은 장소와 때에 달라지기 때문에 기준은 적절한 선을 유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것을. 진중권이 언급했던 마이클 센델의 '정의'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동서양의 기준은 다르다. 그렇듯이 강요할 수 없다. 적절한 선을 지켜야 한다. 그 속에서 누가 진실한가를 판단하는 것만 있을 수 있다.
진중권의 독설 아닌 독설을 들으면서 지센린의 말이 다가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겸손도 겸손이지만 독설을 구분하는 경계는 어디일까.
*참고도서: 지센린의 <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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