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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명진 스님에게, “길 끝이 다시 시작입니다”

by 밥이야기 201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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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이 어제 오후 봉은사 떠났다. 문경 봉암사를 들러 강원도 백담사에서 동안거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조계종은 봉은사 직영사찰을 결정했다. 8개월간의 논란이 끝난 것이지, 다시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애착’이 있다. 사람에게 있을 수 있으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일 수 도 있다. 명진 스님이 봉은사에 기울이 노력은 신도들이 더 잘 알 것 같다. 지금은 누구나 같은 심정일 것 같다. 억울하고 화가 난다. 불교 개혁의 작은 요람이 되고자 했던 봉은사와 사부대중. 지금은 다시 덮자. 덮자는 얘기는 있는 사실을 감추거나 잊자는 말이 아니다.

 

길 끝에서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한다. 인생사. 길 없는 길이지만, 사람 의지 따라 길은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 길은 없이 보이지만 길은 있다. 진실은 언제나 열리게 마련이다. 어떤 종교나 마찬가지지만, 종교의 중심에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없으면 신 또한 무슨 의미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불교는 믿음과 수행, 철학이 담긴 종교다. 하지만 어떤 종교도 종교를 믿는 신자가 중심에 서있지 않으면 안 된다. 봉은사의 중심에는 신자가 가장 중요하다. 표교를 한들 사람이 없으면, 헌금이 모이지 않으면 절이 돌아가겠는가. 그렇다면 살림이 투명해야 한다. 한 없이 깨끗하고 겸손해야 한다. 스님이나 목사나 종교 살림을 책임지는 종단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첨령이다. 국가 지도자 또한 마찬가지다.

 

명진 스님이 기울인 봉은사를 통한 불교 개혁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의 주인이 아니다. 봉은사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사람이 아니다. 불교의 대중화와 개혁을 위해 거름이 되고자 했던 사람이다. 봉은사 직영 사찰 문제가 제기된 지난 3월부터 명진 스님은 과격하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현 정부와 조계종에 대한 질타를 가했다. 그 이유는 그 중심에 서있는 인물들이 잘 알 것 같다. 8개월 간 많은 일이 있었다. 봉은사는 민주 성지가 된 듯, 많은 이들의 눈길과 발길을 잡았다. 현 정부에 대한 고단함을 법회의 울림을 통해 해갈시켰다. 최근 이른바 봉은사 땅 밟기 동영상을 통해 본 종교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다른 것은 둘째 치고 두 가지가 기승을 부렸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사람은 좌파로 배격 당했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시련을 겪었다. 또 다른 하나는 종교편파가 심해졌다는 사실. 오죽하면 이명박 장로정권이라는 말을 듣는 걸까. 장로정권이라는 말도 기독교 목사들이나 이른바 좌파척결을 외치는 보수인사들이 발언을 통해서 규정지어준 이름이다.

 

이제 명진 스님은 길을 떠났다.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간 것도 아니면 강을 건넌 것도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은 이명박 정부요 조계종 본부의 수뇌부들이다. 명진 스님은 청년 예수와 석가의 가르침을 언제나 함께 나누었다. 스님이지만 편파적이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현 정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비판했다. 권력 중심부는 비판에 얼마나 놀랐겠는가. 아무리 사실이고 진실이라도 비판을 자주하다보면 상대방이 바뀌지 않고, 모함을 하게 되어 있다. 중생의 현실이다.

 

명진 스님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 잠시 세속을 잊고 건강을 챙기시면서 평정하시라고. 다만 분노는 잊지 마시라고. 더 큰 일을 위해 이보 후퇴하는 것뿐이라고. 전국을 다니시면서, 4대강 현장을 보시면서, 더 큰 그림을 그리시라고. 승적을 버린 수경 스님도 만나시고... 잠시 깊은 산 속에서 자연과 벗 하시라고.

 

이미 봉은사에서 보여 주신 불교 개혁의 소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조계종 본부에서 아무리 명진 스님과 사부대중이 이루어 놓은 틀을 조금만 훼손시킨다면, 봉은사는 강남의 자리 잡은 하나의 사찰로 그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봉은사를 떠올릴 때마다 명진 스님을 잊지 않을 것이다. 누가 쉽게 잊겠는가. 이미 봉은사와 명진 스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지난 8개월 간 일요 법회 소식과 명진 스님이야기를 전했다. 결국 바뀜 없는 세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길 끝에서 다시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고 싶다.

 

             *수경스님(사진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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