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아 놀자’라는 말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각 종 행사에 많이 쓰는 구호다. 요즘 국가인권위원회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놀고 있는지 쉬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논다는 말은 나쁜 말이 아니다. 인권에 대해 같이 공부하고 생각을 나누자는 의미니까. 하지만 잘 못 놀면 문제다. 쉬는 것 또한 더 큰 문제다.
최근 유남영·문경란 두 상임위원이 사퇴한 국가인권인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국가인권인워회가 무슨 일을 했냐고 따져 묻자, 현병철 위원장 묵묵부답.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비상임위원도 거취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임기가 12월까지니 뭐 사임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지만 잘했다고 생각하는 현 위원장의 태도에 경각심을 불러 넣기 위해서는 일깨워줘야 한다. 왜냐하면 지적이 없으면 자신이 잘 하고 있다는 착각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인권위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현병철 위원장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면 사태의 심각성을 못 깨닫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이명박 정부 사람의 특징을 요약하는 문장이다. 다들 사태의 심각성은커녕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한 술 더 떠 잘하고 있다는 생각하니 더 큰 문제다. 그렇다 보니 비판세력에게도 저들 잘해도 못해도 항상 비판하는 세력이니 신경 쓸 필요 없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국민 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그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보이니, 과연 정상적인 국가라 말할 수 있는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은 크게 두 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생활 속의 인권 뿌리내리기며 다른 하나는 정부 권력이 제대로 인권을 준수하고 있는지 감시, 견제하는 기능이다.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과연 후자의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함으로써, 한국의 인권 상황은 80년대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것은 좌, 우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에 색깔이 어디있나. 북한 인권에 대해 발언 실컷 하시라. 하지만 한국의 현 인권상황에 대해 침묵하거나 외면하면서 웬 북한 인권이냐.
박원순 변호사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처한 상황에 대해 언급한 글을 잠시 소개할까 한다.
인사가 만사? 또는 망사?
국가인권위원회가 소란스럽습니다.원래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안팎으로 높아져 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대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기구로서 그동안 여러 나라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하에서 임명된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 오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는 인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명색이 인권변호사였던 나로서도 그의 이름은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인권이란 본래 국가가 침해하는 것으로서 국가에 대하여 늘 감시하고 비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국가가 벌이는 많은 인권남용과 침해에 대해 한마디도 제대로 발언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인권위원회 무용론이 저절로 터져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문광부로부터 해임 당했습니다. 임기까지 있는 여러 기관의 장들을 억지로 밀어내고 앉혀놓은 사람들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말썽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는데 그 인사가 망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출처: 박원순 변호사 블로그
이명박 정부와 현병철 위원장의 인권 의식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해서 전원회의를 방해한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수준이다. 이들 구호는 언제나 바뀌지 않는다. “빨갱이 새끼들 다 잡아 넣어야 돼" 20세기 이데올로기 망령을 쓴 살아있는 유령들이 아직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대한민국. 자식 입장에서 참 걱정된다. 어버이의 탈을 쓰고 아직 60년대를 살고 있는 가짜 어버이연합. 어버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서 인권시계는 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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