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24일) 중앙일보 일면에 <마르크스는 아니다, 마키아벨리가 필요하다> 제목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인터뷰 소개 글이 실렸다. 사람섹션 ‘제이’의 이번 주 주인공이 된 최장집. 글을 읽어보니 구구절절 맞는 것 같지만, 정치의 실종 정치의 복원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 밖에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최 교수의 인식 수준은 이미 인터넷 공간에 흘러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어진 인터뷰 난안에 민주화 이후가 아니라 정년퇴직 이후의 최 교수 생각을 다 담아 낼 수는 없다. 중앙일보가 뽑아낸 기사 제목 또한 마키아벨리적이다. <진보의 거두 최장집 “마르크스가 아니다 지금 한국 정치는 마키아벨리가 필요하다>. 최 교수는 진보학계의 거두지, 진보의 거두는 아니다.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 정치도 이제 이상의 정치가 아니라 현실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 등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철학이며, 대화와 타협 즉 저항의 정치를 넘어 정치와 통치의 기술에 눈 떠야 한다는 것.
기자가 물었다. “마르크스보다 마키아벨리가 더 필요하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래요. 지금 한국 정치에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마르크스가 아니라 마키아벨리라고 보는 겁니다. 오해는 마세요, 바로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 대한 진단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 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길이라고 보는 겁니다.”(최장집)
정치학자 입장에서야 말할 수 있다. 최장집 교수는 대의 민주주의자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야권이 정말 정치를 몰라서 한국 사회가 이런 상황에 처했는가? 정말 한국 정치에 이상의 정치가 있었는가? 단언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정치 철학의 부재가 빚어낸 현실이라고 말한다면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만, 정치와 통치의 기술도 이상의 정치처럼 공허해 보인다. 그렇다면 통치의 기술은 무엇인가? 지금의 나쁜 정치가 훗날에 선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상에 기반을 둔 선한 정치가 악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다시 말해 한국 정치에서 필요한 것은 사람의 문제다. 보편적 인식의 지평, 연고주의에 기반을 둔 학연, 혈연, 지연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맞다. 통치자의 정치철학과 통치 기술이 결국 제도를 만들고 강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통치의 기술을 잘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상이 바르지 못하면, 현실을 사는 국민들은 괴로울 수 있다.
최 교수가 마키아벨리를 찾는 것은 마르크스만을 찾는 것처럼 우물 안 개구리 시각처럼 보인다. 마키아벨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많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는 한 방안은 될 수 있지만 길은 될 수 없다. 최 교수는 마르크스 이론의 치명적 결함은 정치의 역할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까?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이후의 정치 역할을 찾지 못했을 뿐 정치의 역할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마르크스의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정치경제학이자 정치사회학이지, 정치공학주의가 아니다. 정치 역할과 통치술은 파생 상품이나 마찬가지다. 그 길을 마키아벨리에서 찾고 대통령학에서 찾아도 좋다. 하지만 마치 마르크스를 진화의 시각이 아니라 단절의 시각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마르크스 이론의 치명적 결함은 정치의 역할이 없다는 점이지요. 마르크시즘이 현실 속에서 작동을 못하고 실패한 이유는 거기에 있어요. 정치는 없이, 이상과 규범만 강요됐기 때문에 권력의 문제를 잘 다룰 수 없었지요. 그런 이상과 당위의 논리는 우리에게 넘쳐요. 오늘 한국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런 규범이 아니라 좋은 정치를 이끌 실력이라고 봐요.”(최장집)
마르크스의 이념을 현실정치화 시킨 인물들은 오히려 이상과 규범을 잘 못 인식해서 권력의 문제를 너무 곡해해서 다룬 것이 문제였다. 결국 권력독재가 1차 사회주의 붕괴라는 결과를 낳지 않았는가. 이념의 문제를 넘어 생활의 정치, 현실의 정치를 하자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좋은 정치를 이끌 실력의 정치가 나오기 위해서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 중앙정치는 이제 그 역할이 줄어 들 수밖에 없다. 권력의 분산, 풀뿌리 정치(지방자치)가 더 중요하다. 실력의 정치의 정체성도 모호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규범과 자유정신에 입각한 국민의 정치인식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확대 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마키아벨리 좋다. 열심히 연구하셔서 좋은 결과 내시길 바란다. 문제는 마르크스도 아니요, 마키아벨리도 아니다.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더 큰 문제다. 가끔 연구실에서 나와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고 있는 현장을 보시는 것이 어떨까?
* 최장집 교수의 인터뷰 전문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부분만 보면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 참고하거나 좋은 말도 섞여 있습니다. 오늘 쓴 글은 최장집 인터뷰 기사에 대한 반박 글이 아니라 단상이라는 것을. 왜냐면 반박할 수위의 내용이 없는 인터뷰 기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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