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의 봇물이 터졌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도 팔짱만 끼고 그냥 스쳐가는 한 때의 바람이겠지 생각하고 계시는 건지요.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라 무더운 날씨에 살을 베일 듯한 칼바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원해서 좋으십니까. 수수관망만 하시다가, 촛불 시위 때처럼 청와대 뒷산에 또 오르시려고, 확인하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저는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청와대 보좌진들과 정부 인사들이 눈이 멀고 귀가 먹었는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이른바 잘나간다는 학교와 전문 먹물들을 먹은 자들이 왜 입을 닫고, 대통령이 뒷동산에 올라 관망만 하게 만드시는 겁니까? 무엇이 두렵습니까. 진정 민심이 두렵다면 국정쇄신책을 포함해서 국민들에게 사죄하십시오. 그리고 다시 시작해 보십시오.
그럴 배짱도 없이 대통령에 오르셨습니까. 기억하시지요.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을 때 한나라당과 수구 보수세력들이 얼마나 딴죽을 걸었습니까. 다수의 힘으로 탄핵까지 하지 않으셨나요. 그 때와 비교해서 살펴보십시오. 지금 국민들이 민심탄핵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노무현 전 대통령만 탄핵 받을 일을 하신 거고,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탄핵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국민 앞에 이야기 할 수 있습니까. 정녕, 내일 촛불을 다시 드는 사람들이 다 적대세력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시지요. 그렇지 않다면 오늘밤이라도 정부부처의 주요 인사들을 소집해서 대책을 마련하시고, 광장의 문도 개방하십시오.
국회의 탄핵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민심의 탄핵입니다. 그걸 어찌 모르십니까.
87년 이전이 군사문화가 만든 제 1권위시대였다며 지금은 가진 자들을 더 잘 살게 하는 신권위시대입니다. 창발적이고 상상력이 넘치는 문화의 세기와 환경의 세기를 열어야 하는데 한국의 시계 바늘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정과 지혜가 넘쳐나는 오래된 미래가 아니라 나쁜 과거의 답습의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 걸 진정 모르십니까!
지금 정부는 제 1권위시대를 흉내 내며 토건 개발국가, 속도의 전쟁을 통해 일의 노예로 사람들을 전락시키는 개발권위사회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천민자본주의에서 권위자본주의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후퇴되고 있습니다. 총, 칼 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불통의 사회입니다. 반대세력에게는 낡은 이데올로기의 옷을 걸치게 해서 빨갱이로 몰아버리고, 대결을 조장하는 사회. 통합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는 사회, 사회적 약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사회.
촛불시위가 절정을 이룰 때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동산에서 끝없이 펼쳐진 촛불의 소리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고 이번에는 마지막 민심 산책이라는 각오로 소리들을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아니 다시 뒷동산에 오르지 마시고 결정을 내리십시오. 오늘 당장 용단을 내리시지 못하게다면, 서울광장과 전국 각지의 광장을 열어 주십시오. 막지 마십시오. 그리고 귀를 활짝 열고 다시 들어보십시오. 그런 다음에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국민에게 전해 주십시오. 그 길만이 공생공존하는 길입니다.
나홀로 뒷동산에 올라~~ 회한의 노래를 부르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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