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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오세훈시장,조례대로 서울광장 사용 허가하시길?

by 밥이야기 2009.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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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소통의 사회,죽은 광장의 사회


서울시는 봉쇄를 풀었던 서울광장을 다시 막기로 했다. 내일(6월 10일) 열릴 “6·10 범국민대회”를 사실상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날 자유총연맹이 주최하는 행사와 겹쳐, 충돌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광장 사용 조례를 들며 "문화활동 여가선용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원칙을 들이댔다. 디자인 서울, 열린 시정을 이야기하는 서울시장이라는 사람이 문화의 참뜻을 잘 모르게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문화는 의미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범주가 넓고 깊다. 정치문화도 문화고 시위문화도 문화다. 문화는 상위 개념이다. 그렇다면 조례대로 허가를 해주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억지일까? 억지를 부리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어제 고려대 교수 131명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에는 소통의 부재와 소통굴절, 소통 공간의 폐쇄에 대한 견해가 담겨 있다. 현 정부 들어 크게 위축된 표현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광장의 정치이다. 집회 허가를 신청한 사람(집단)들의 충돌을 미리 걱정하거나 예단할 필요가 없다. 이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다른 소리로 광장에서 노래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지금까지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 대학 교수들이 1,000명을 넘었다. 오늘, 내일도 종교계와 시민단체, 대학교수의 시국선언이 이어질 예정이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왜 이들은 하나같이 민주주의 후퇴와 소통부재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인가. 내일은 6월항쟁 기념일이며 민주주의 후퇴에 따른 민심의 소리를 듣는 열린 광장의 날이다. 그런데 집회를 신청한 단체의 성격에 따라 집회신청을 불허하는 처사야 말로 열린 광장을 시민의 품이 아니라 광장을 정부, 서울시의 소유로, 고립무원의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정부를 위한 정부, 서울시를 위한 서울시, 경찰들을 위한 경찰. 국민에 군림하려는 작태가 오늘의 현실을 만들었지 않았는가. 민의의 소리를 들었다면, 민주주의 학교인 광장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광장 봉쇄는 6월항쟁의 의미와 이어지고 있는 시국선언에 담긴 뜻을 다 부정하는 꼴이다.

 
내일 광장을 봉쇄한다면 죽은 광장의 사회, 민주주의의 서거를 알리는 날이 될 것이다. 촛불시위 때 정부는 명박산성을 만들어 거리를 봉쇄했다. 내일 광장의 봉쇄는 촛불 명박산성과 사뭇 다르다. 거리가 아니라 광장을 막아, 집회․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틀어막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 2 명박산성이 아니라, 민심을 바리케이드로 막겠다는 “반민주산성”이다.

 
지금이라도 시국선언문을 제대로 읽어보기 바란다. 청와대나 정부 여당은 이어지고 있는 시국선언문을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허공을 맴돌다 사라지는 전단(찌라시)으로 간주하고 있는 걸까. 적대세력으로 치부하고 있는 걸까.

 
광장과 민심을 억압하고 봉쇄한 정권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왜 끝으로 치닿을려고 발부 둥치는가. 광장에서 이야기하게 그냥 두어라, 광장에서 노래하게 그냥 두어라, 막는다고 막히는 민심이 아니다. 아무리 명박산성을 높게, 넓게, 크게 쌓아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외치는 소리. 죽은 광장에 대해 저항하는 소리는 벽과 벽을 넘어 불통의 심장부를 넘어 설 것이다.



* 사진자료: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