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교수 시국선언문이 짧고 굵은 이유
▲1987년 6월항쟁을 여는 작은 불씨가 되었던 고려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자료출처:고려대학교 박물관)
6월항쟁 기념일을 이틀 앞둔 오늘(6월 8일) 고려대 교수 128명은 '현 시국에 관한 우리의 제언'이라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교수들과 대학생, 청소년들의 시국선언이 줄지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시큰둥하게 바라보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조금 길고 구체적이었다면 오늘 발표한 고려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은 짧고 굵었다고(퐈괄적)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고려대 교수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을 보겠습니다.
현 시국에 관한 우리의 제언
오늘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간 군사독재의 망령을 떨치며 민주주의가 크게 전진되어 왔으나 이제 다시 권위주의의 그림자가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소통에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들어 소통의 통로는 곳곳에서 굴절되고 봉쇄되었다. 공권력이 국회에 진입하고, 광장을 폐쇄하며, 시민단체와 인터넷에조차 재갈을 물리고 있다. 이제 소통의 출로를 찾지 못한 시민들이 공권력의 남용 앞에 무력하게 쫓기는 풍경이 일상화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와 용산참사,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추모의 행렬에 나타난 민의를 헤아리기보다 정략에 사로잡힌 오만한 권력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건강한 소통의 질서를 세우는 것은 언론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의 편파적이고 왜곡된 보도행태는 닫힌 사회로의 길을 부추기고 있다.
한 사회에서 소통이 절실한 쪽은 사회경제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통의 정치는 일차적으로 강자의 의무요 책임이다. 이명박 정부는 소통의 공간을 폐쇄한 채, 이미 시효를 상실한 신자유주의를 교조적으로 추종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낙후된 우리의 복지현황은 현 정부 들어 오히려 악화되었고, 실업과 빈곤, 양극화,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치러야 할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정부의 단순한 정책적 착오나 실패를 거론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문제 삼으려는 것은 민의를 거듭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다. 사회갈등의 원천에 눈감고 현실을 왜곡하는 정부의 몰염치한 정책기조가 민주주의의 장래에 암울한 전조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의 이명박 정부가 특정계층에 편중된 정책과 일방적 국정운영을 지속함으로써 그간에 일구어온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마침내 사회통합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을 크게 우려한다.
이제 우리는 시대의 아픔과 위기의 징후를 예민하게 포착해야 하는 지식인으로서 국민적 기대와 요구에 선도적으로 부응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늦게나마 통감하며 현 정권에 대해 다음 사항을 촉구한다.
1. 대통령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국정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1.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사법부와 검찰, 그리고 경찰은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1. 현 정부 들어 크게 위축된 표현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1. 논란이 많은 쟁점법안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되어야 한다.
1. 노동 및 경제 관련 법규를 전향적으로 개정하여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위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2009년 6월8일
고려대학교 서명교수 일동
서울대 교수들은 촛불시위에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지난 수십 년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우리들은 깊이 염려하고 있다”포문을 열었고
고려대 교수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간 군사독재의 망령을 떨치며 민주주의가 크게 전진되어 왔으나 이제 다시 권위주의의 그림자가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이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서울대교수들은 언론자유후퇴와 미디어법개정과 법안처리과정에 있어서 문제점, 현직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개입, 이름만 바꾼 4대강살리기(한반도 대운하),노 전대통령(전 정권)의 보복성 수사, 용산철거민사태 등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권과 여권의 비민주적 정책과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고려대 교수들은 “ 한 사회에서 소통이 절실한 쪽은 사회경제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통의 정치는 일차적으로 강자의 의무요 책임이다. 이명박 정부는 소통의 공간을 폐쇄한 채, 이미 시효를 상실한 신자유주의를 교조적으로 추종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며 현 정부의 불통정치를 지적했습니다.
서울대 교수들은 124명 고려대 교수들은 4명 많은 128명
서울대 교수들은 서명 교수 명단을 수록했지만 고려대 교수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서명교수 일동으로 표현했습니다.(바로 공개하겠지요)
선언문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요구(촉구)사항 부문은 서울대 교수들이 전직 대통령 수사과정에 대해
정부에 대해 사과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를 한 반면, 고려대교수들은 포괄적 개요적인 것 같습니다.
길게 쓰면 이명박 대통령이 읽지 않을 것 같아서 짧게 쓰신 것은 아닐지,
물론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문에 많은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에 반복되는 내용을 피하기
위해 쓰셨겠지요.
뒤늦게나마 시국선언에 참여해 주신 고려대 교수들의 선언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아울러 6월 10일 민주의 광장(서울광장)에서 시민들과 다시 서주시길 바랍니다.
* 관련 포스트>>86년 고려대교수 시국선언문, 2009년 고대교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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