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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용산참사 355일,“저 슬픈 망루를 보라”

by 밥이야기 2010.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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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오마이뉴스 유성호

 

오늘 열리는 '용산참사 철거민 범국민장 노제'에 참석할 수 없을 것 같아,
어제 잠시 짬을 내어 용산 참사 철거민 다섯 분의
시신이 안장되어 있는 순천향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사진 몇 장 남기려 했는데, 포기했습니다. 사치같아서요.
가시적인 기록이 필요있게습니까. 마음으로 담았습니다.

 
용산 참사 355일.
난장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는
“이 불행의 시대에 아파 절규한 용산참사 현장의 희생자들은
당연히 행복을 누려야 한 우리 혈육이다. 동시대인으로서 이러한 비극과
슬픔, 불행한 폭력을 용인한 우리는 다 같은 죄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시대의 죄인은 바로 이명박 정부며, 서울시며
난개발과 폭력을 용인한 우리들입니다.

아직 용산참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망루에는 아직 이승을 떠도는 시대의 난쟁이가 있습니다.

 시인 안현미는

“저녁을 훔친 자는 망루에서 펄럭거리는 깃발에 피를 퍼부었고
권력과 자본의 화친은 미친 화마를 불러왔다....
한 번 태어났지만 돈이 없으면 두 번도 세 번도 죽어야 하는 세상
저녁을 훔친 자들만의 장밋빛 청사진
뉴타운 천국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내 집 주니 셋집 주네?“(안현미의 ‘뉴타운 천국’ 중에서)

 
셋집이 아니라 죽음을 안겨 준 뉴타운 지옥.
이제 용산참사 숨진 다섯 분이
유가족의 오열을 뒤로하고 뉴타운 서울을 떠납니다.
저승이 있다면 사람 사는 뉴타운을 이루어 주십시오.
당신들을 보내는 우리들은 분명 모두 죄인입니다.

"지금 내리실 곳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어찌 용산참사역을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 노제 때 낭송될 시 “저 슬픈 망루를 보라”
읽으면서 당신들을 보내드립니다. 잘가십시오.






 

저 슬픈 망루를 보라
-송경동 시인

 
저 남일당 4층 옥탑 위
파란집을 보아라
낱낱이 세들어 살던 집들 말고
2009년 1월 19일 새벽 2시 갈 곳 잃은 우리가
공동으로 지었던 저 마지막 희망의 집을 보아라
그러나 부서진 저 집을 보아라
짓밟힌 저 집을 보아라
불태워진 저 집을 보아라
끌려간 저 집을 보아라
우리 모두의 눈물이 1년째
아니 다시 수년, 수십년 얼어붙어 있을
저 파란눈의 집을 보아라

 
저 집을 보아라
저기서 우리 모두가 불탔다
밀려나고 쫓겨나는 이 시대 모든
가난한 이들의 꿈이 불탔다
세상은 이만 살기 좋아졌는지도 모른다는
우리들의 기대가 순박함이 무지가 불탔다
이만하면 민주주의지 않냐는 헛소리들
헛소문들 헛담론들이 불탔다

 
저 집을 보아라
곧 무너져 내릴 저 역사의 파란집을 보아라
다시 저렇게 쫓겨날 피압박민중들의 집을 보아라
다시 저렇게 뭉개질 가난한 꿈들을
공장을 일터를 삶터를 보아라
똑바로 보아라
눈 부릅뜨고 생피 뚝뚝 떨어지도록 똑바로 보아라
혼자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해봐도
같이 살아보겠다고 합심해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물대포와 곤봉과
배제와 소외와 왜곡과 죽임뿐인
이 추악한 사회를 이 더러운 사회를
이 병든 사회를 똑바로 보아라

 
그러나 다시, 저 파란집을 보아라
끊어진 다리를 세우고
꺾여진 관절을 다시 맞추고
어렵사리 다시 일어서는 우리 모두의
저 파란집 파란꿈을 보아라
새롭게 지어지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보아라
소유와 착취를 위한 건설이 아니라
삶을 위해, 평등을 위해, 평화를 위해
다시 우리 모두가 지어야 할, 올라야 할
저 저항의 망루 투쟁의 망루 연대의 망루
해방의 망루를 보아라

 
그리하여 오늘만큼은
저 하늘로 오르는 파란 꿈을 보아라
저 파란 하늘을 보아라
무너져야 할 것은 가난한 자들의 3자연대가 아니라
저 자본의 카르텔 저 권력의 담합
광화문 네거리 저 독재자의 파란집일 뿐
이 집은 우리 모두의 사랑의 집이었다
우리가 다시 세울 내일의 집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잘가라 잘가라
눈물도 피멍울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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