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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4대강 사업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by 밥이야기 2009.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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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요. 전공은 정치경제학. 전공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미야자키의 작품에는 현실사회의 비판적 성찰이 담긴 은유와 상징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최근 개봉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관련 글 읽어보기)’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미야자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을 보면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난개발과 현대산업문명의 폐해가 화면에 녹아들어 있지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우울한 그림자도 보입니다.

 
대표적인 장면을 두 개 들라면 치히로가 부모님을 따라 ‘불가사의한 마을’에 들어 설 때 나오는 테마공원. 흉물이 되어 버린 테마공원을 보고 있노라면 무분별하게 유행처럼 졸속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테마공원이 떠오릅니다. 일본도 한때 한국처럼 테마공원 조성(1990년대에 1,000개조성)이 붐을 이루었지요. 그렇지만 경기침체로 대부분 문을 닫습니다.

 
또 하나의 장면은 센이 기차여행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댐공사나 개발로 인해 수몰된 지역의 떠오릅니다. 모든 것이 물에 잠긴 지난 흔적들이 유령처럼 떠다닙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강의 신이 등장합니다. 인간이 망가뜨린 강의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지요.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담긴 4대강의 사업의 그림자들..........



경제성장이라는 이름아래 행방불명된 것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졸속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우려스러운 이유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속으로 길어진 코를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만든 오늘의 현실.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하나?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거짓말해도 외형적으로 코는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질 것 같습니다. 우화 같은 현실, 현실 같은 우화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는 풍요가 아닙니다. 망토만 걸친다고 슈퍼맨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풍요를 가장한 거짓 풍요는 경제지상주의는 우리들이 삶을 빈곤하게 만들 것입니다. 좋은 것은 크고 많은 것이 아닙니다. 교육, 환경, 문화의 질적 시간은 정지되었습니다. 잠시 정지된 시간에 지난 시간들을 반추해보아야 합니다. 너무 빨리 민주주의라는 틀을 완성하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다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자. 성찰을 넘어 실천할 때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행방불명 될 것들을 떠올려봅시다. 이제 누구를 행방불명 시켜야 할지 분명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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