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밥

세계는 식량전쟁, 한국 농민은 쌀 전쟁

by 밥이야기 2009. 11. 13.
728x90

 

 


  미국이 주도하는 옥수수 바이오연료 생산에 따라 멕시코 현지의 옥수수가격이 대폭 올랐다.
 ‘토티야 사태’라 불리는 멕시코의 사례는 한미FTA의 미래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멕시코 국민의 주식인 토티야(밀과 옥수수가 재료)의 가격의 인상으로 폭동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졌다.

 


경제공황이 닥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이 식량문제입니다. 한국은 여러 번 이런 상황에 직면했었지요. 천정부지 석유 값이 오르듯, 식량도 따라 오릅니다.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식량위기는 총체적인 삶의 위기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20세기가 석유전쟁시대였다면, 21세기는 분명 식량전쟁 시대입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앞 다투어 자국의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우리 사정은 어떤가요. 지금 농민들은 쌀값 하락 때문에 흙을 뒤로하고 아스팔트로 나와 쌀 포대를 쌓아놓고 야적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쌀값문제는 쌀국수나 쌀종이로 쌀막걸리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임시 방편책은 될 수 있겠지만 근원적인 해결책은 분명 아닙니다. 쌀을 팔아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요? 소비자의 밥상에 오르기까지 유통비며 관리비를 제외하고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주 적은 금액입니다. 쌀값은 10년 전이나 오늘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쌀농사에 들어가는 비용(비료 등)은 오를대로 올랐습니다. 쌀 한 톨이 재배하기 위해 농민의 손길이 88번 들어간다고 합니다. 정부는 경쟁력과 생산성이라는 잣대로 너무 쉽게 농사일과 쌀값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쌀 수입이 되면서 대부분 식당이나, 가공식품회사는 값싼 외국쌀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식량전쟁에 관한 가상 시나리오 한편을 작성해보았습니다. 짧은 단상을 통해 한국이 처한 농업의 현실과 쌀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20xx년 식량안보회의 신설>

 

대통령은 긴급 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세계 식량수출국들이 식량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밀, 콩 등 잡곡류와 쌀 가격이 30배 이상 상승했다. 식량메이저기업들이 농간도 한 몫 거들었다. 식량위기가 현실로 다가서자 사람들은 식량사재기에 나섰다. 햄버거 가격도 10배 이상 올랐다.

 
신보릿고개가 시작된 것이다. 어떤 경제학자는 “오일푸드인플레이션” 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내었다. 식량과 석유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식량 생산, 공급을 위해서 엄청난 석유가 들어간다. 결국 동반가격상승이 물가를 끝없이 올리고 있는 셈.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참고 이겨내자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쏟아 놓을 뿐 대책은 없어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의 식량자급률을 걱정하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쌀수입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한국의 쌀 농가는 다 무너져 버렸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5%. 쌀을 제외하면 5%. 쌀 수입개방으로 식량자급률은 2012년 기준으로 1%을 밑돌았다. 많은 외국 선진국들이 식량안보를 이야기 할 때 정부는 대기업 우선 정책을 폈을 뿐 닥쳐올 식량위기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의 연설이 계속되는 이 순간에도 길거리에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재정적자도 눈덩이처럼 쌓였고, 국민들 부채 또한 하루하루 늘어났다. 식량비축분도 떨어진 정부는 해외식량기지를 통해 식량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현지 주민들의 반대시위로 역수입이 중단되었다.

 
결국 정부는 미국이 식량수입봉쇄정책을 폈지만 도시농업으로 위기를 넘긴 쿠바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녹색성장이라는 깃발을 내리고, 대통령 직속으로 식량안보회의를 신설하겠다는 대통령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울러 '식량주권선언문' 초안을 공개했다. 식량자급률을 안보차원에서 높히고 농업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겠다는 이야기다. 2009년 농민들이 외친 쌀값대책 등 농민들의 목소리를 보다 귀담아 들었다면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 터.


 공감하시면 아래 손가락 모양 클릭 - 더 많은 사람들과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