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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우리시대 시 읽기, 마음 부자 되세요!

by 밥이야기 2009.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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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가는 터널 앞에 서 있습니다. 두 개의 터널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짐작할 수 없는 내일의 터널, 다른 하나는 추억의 터널. 만추는 사람들을 설레게 합니다. 멀어져 가는 하늘, 추락하는 나뭇잎, 속살을 매만지는 바람 때문만은 아닙니다. 가을은 기억의 계절입니다. 추억을 살라 먹습니다.

 

시(詩)를 읽습니다. 추억이 뭉게구름 되어 새끼를 칩니다. 모두가 한번쯤 시인이었습니다. 사랑에 목말라 시를 읽었고, 시인의 시를 담아 사랑하는 연인에게 보냈습니다. 몽땅 옮기거나, 구절구절 뽑아 마음을 전했습니다. 가을과 연애는 닮았습니다. 속절없습니다. 만남과 이별, 단념할 수밖에 없는 계절입니다. 그렇지만 끝없이 마음 설레게 하는 풍경들이 다시 만남과 이별을 재촉합니다.

 

낭만 없는 세상은 건조 합니다. 눈물 없는 세상은 땅에 금을 가게 합니다. 감성 없는 이성의 시대는 고립의 시대입니다. 시는 감성의 복원입니다. 돌아보고 내다보는 ‘말랑말랑한 힘’은 시에서 나옵니다. 소설이나 영화, 한편의 드라마는 끝맺음이 있지만 시는 결말이 없습니다. 시를 다 읽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시는 언제나 살아 있습니다.

 
시는 이제 우리시대 마이너리티입니다. 생각하는 힘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매일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휴무 없이 메일을 보내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블로그에 글을 씁니다. 글안에는 의도했건 아니건 시가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시를 시인을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기계적이지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즉각적이며 목표, 목적 지향적입니다.

 
시를 읽고 쓰는 행위는 도전이자 발언입니다. 자연 없는 시인은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자연은 육체와 영혼을 살찌웁니다. 대지 앞에 혼자 서면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상상은 속임수가 아닙니다. 생각의 지평 너머입니다.

 
한 때 시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시인이 부자가 되었고, 시인의 시집을 낸 출판사도 도시의 잘나가는 탄탄대로 언저리에 건물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인들과 많은 시들은 배에서 쪼르륵 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자가 아니면 시를 쓰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꿈꿉니다. 시집이 백만 부 팔리는 시대다 아니라, 누구나 시를 읽으면서 생각의 우주를 넓혀가는 날들을. 한 권의 시집이 출판되어 500권이 팔려도, 시가 회자되고 시를 읽게 하는 나라를. 딱딱한 정치, 사회, 경제 통치학이 아니라 인문학이 살아있는 나라를. 대통령이 겨울 외투 한자리에 시집이 꽂혀있는 나라를

 



뻘(함민복)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감성을 죽이는 개발과 속도의 시대. 말랑말랑한 힘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요. 풍요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지금은 말랑말랑한 시를 읽으며 말랑말랑한 힘을 찾아야 합니다. 굳은 땅과 굳은 이념의 빙판을 녹여 풀어낼 사고의 힘을 시에서 찾아야 합니다. 사랑만큼 아름답고 무서운 혁명이 또 있겠습니까? 겉만 부자인 사람은 불안합니다. 겉은 칼바람 애지만, 시를 읽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며 겨울을 이겨 낼 수 있습니다. 겨울도 끝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세상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