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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무한도전 농사특집에 담긴 일과 놀이의 의미

by 밥이야기 2009.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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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도전과 2PM은 서로 밥이 되어주었다


▲일과 놀이의 중요성을 함께 보여준 무한도전 <농사특집> 모내기편. "에브리바디 월매~"



무한도전 <농사특집>은 밥이야기다. 밥을 위해 모였고, 밥을 위해 모내기를 했고, 밥을 위해 덩실 춤을 추었다. 농사특집을 단순히 재미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농사는 하늘이 하는 일이라고 한다. 요즘같이 변덕 심한 날씨에는 농사살림이 더 어렵다. 그만큼 하늘이 고맙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평균잡아 15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무한도전 가족들과 2PM 재범 아이돌이 만난 모내기는 그래서 더 각별했다. 요즘 세태에 농업과 쌀, 식량의 중요성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절실하지 않다. 쌀과 농업, 농민이 천대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무한의 상상력이다. 웃음을 머금으면서도, 덩달아 어깨춤을 추면서도 생각의 문을 열어 놓는다. 무한도전 <농사특집>은 하늘, 땅, 사람(천지인)이야기다. 잊혀진 단오의 씨름판이 있었고, 춤과 노래가 살아났다.

 
무한도전은 땅을 사고, 빌리고 일구는 과정을 통해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던졌다. 의미를 둘 수도 있고 그냥 스쳐 지나가도 된다. 하지만 이왕이면 무한도전 식구들이 농사살림을 시작한 이상 시청자도 같이 거들어야 한다. 사고의 힘을 살찌게 해도 되고, 아이돌 스타 재범과 2PM에 푹 빠져도 된다. 사람들은 살면서 “너는 내 밥이야” 라는 말은 많이 한다. 밖으로 이야기 하던, 속으로 삭이던 누군가 나의 밥이 되기를 바란다. 희생이다. 그런데 희생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강요일 때 균열이 생기고 갈등이 일어난다. 서로 밥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통합의 정신이다. 너는 내 땅이야, 너는 내 밥이야. 한 쪽의 밥 타령은 다른 한 쪽에게 상처가 된다. 내가 너의 밥이 되고, 너는 나의 밥의 되는 마음이 바로 <농사특집>에 담긴 뜻이다. 세 끼 밥을 먹으면서 쌀이 밥상에 오르기 까지 담긴 농부의 땀과 마음을 헤아려 보자. 도시민들도 농민의 밥이 되어 주어야 한다.

 
어제 전파를 탄 모내기 편에서 재범 2PM은 무한도전의 밥이 되었고, 무한도전 식구들은 재범2PM의 밥이 되어 주었다. 조화다. 어우러짐은 땅을 비옥하게 하고, 곡식들을 무르익게 한다. 우리 밥상을 지켜주는 힘이다. 밥에서 힘이 나오고 즐거움이 나온다. 밥이 죽으면 생명도 죽는다.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 한국의 땅과 물 농업은 힘겹다. 위기에 처해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골에는 대부분 어른들만이 땅을 지키고 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났다. 돌아오지 않았다. 먼 과거지사가 아니다. 대규모 경작농업은 땅을 죽였고, 농약으로 농민들이 죽었다. 인간의 욕망과 산업화가 농업을 희생시켜 도시를 만들어 내었다. 땅(경작지)은 사라지고, 땅은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의 농업 구조는 소규모 자영농 인구가 많다. 쌀 직불금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한 이유도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땅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 농업을 위해 평생을 바친 농민에게 돌아 간 것은 없다. 잘못되어도 한 참 잘 못되었다. 천하농자지대본이 아니라 천하부자지대본이 된지 오래다.

 
무한도전 <농사특집>은 세대 간의 끊긴 고리를 이어 주었다. 밥과 쌀의 의미를 되살려 놓았다. 농사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도 보여주었고, 농사는 놀이와 해학이 있는 마당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테크노댄스와 월매 댄스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모내기를 위한 노동을 위한 춤이다. 신명이라는 말이 있다. 농사살림에 있어서 신명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노동을 위한 노동은 인간을 피폐하게 한다. 놀이가 빠진 노동은 슬프다. 신명은 흥겨운 신이며 멋이며, 천지의 신령이다.




쌀농사 파노라마를 보여준 무한도전. 우렁이가 땅과 벼를 청량하게 만들듯, 농약없는 유기농 농사같았던 <농사특집>



춤과 노래. 신명이 나야 고된 농사일을 버티게 한다. 모내기를 하면서 한 번은 땅에 고개 숙이고, 한 번은 하늘을 우러러 본다. 식신 정준하가 씨름판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 2PM은 직접 허리 숙였다 폈다 모내기를 했다. 이앙기가 2PM 버전이다면, 손농사는 무한도전 버전이다. 일 바꿔 놓기 한판 씨름판을 통해 농사일을 직접 느낀 2PM. 농사일 중간에 점심을 먹고 새참을 먹는다. 밥과 놀이, 그 어느 것 하나 빠져도 농사일은 일로 그친다. 일과 놀이는 농업을 이루는 고갱이다. 밥 먹기도 마찬가지다. 밥을 즐겁게 잘 먹어야지 힘이 나고 세상이 밝아진다. 우리들의 밥상은 어떤지 돌아 보게 한다.

 

무한도전 <농업특집 2> 모내기 편. 지난 5월 시작된 기획프로젝트도 이제 마지막 결실만 남겨 놓았다. 쌀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얼굴 수심 가득한 농민들이 얼굴이 겹쳐 오른다. 나라 곳간에는 쌀이 쌓여있지만 아이들이 끼니를 굶고 있다. 밥이 하늘이고 하늘이 밥이고 사람이 밥이고 사람이 하늘이다. 어느 한쪽의 내 밥 챙기기는 사회 균열을 낳는다. 땅이 갈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무한도전 모내기는 희망 심기다. 그 희망들이 자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테크노 세대 재범은 떠났고, 심었던 모는 자라나 이제 사람들의 밥상위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마지막 자막에 “ 시애틀에도 보내 드릴게요 ” 재범과 2PM을 아끼는 팬들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을 것 같다. 풍경과 상처. 모내기를 보면서 상처들에 새 살이 돋았으면 한다. 재범도 2PM도 무한도전도 가을 하늘처럼 무한정 더 깊어지고 넓어지길...
 
결실(추수)편이 기다려지는 일요일 아침이다.







  * 사진: MBC 무한도전 이미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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