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상이 미워진다? 소외와 빈곤은 살아있다? 시인 최영미 이야기다. 최영미 시인(55)이 남긴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그런데 최 시인은 16일 페이스 북에 글을 남겼다.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가 연간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는 "약간의 충격. 공돈이 생긴다니 반갑고 나를 차별하지 않는 세무서의 컴퓨터가 기특하다.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라고 탄식했다. 또 "아는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강의를 달라고 애원했다. 생활이 어려우니 도와달라 말하니 학위를 묻는다. 국문과 석사 학위도 없으면서 시 강의를 달라 떼쓰는 내가 한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책을 낸 출판사에 전화해 '근로장려금 대상자'임을 내세워 2년 넘게 밀린 시집 인세를 달라고 '협박'해 3년 전 발행한 책의 인세 89만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글에는 많은 예술인이 '비슷한 처지다' '마음이 아프다' '글을 읽으며 울컥했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최 시인은 1980~1990년대 민주화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1994년 발표해 문학계 안팎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시집은 현재까지 무려 52쇄를 찍어 시집으로서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다. 2006년 이수문학상을 수상한 최 시인은 시집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과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등을 출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왜 시인은 빈곤 할까? 애절하기 보다는, 가슴이 답답해진다. 최 시인이 남긴 글은 시이기도 하다. 신자본주의는 소수의 부, 권력과 권위가 여전히 장악하고 있다. 시인을 통해 다시 생각하고 진부한 막힌 삶의 터널을 다시 열어야 한다. 왜 소외, 빈곤, 차이, 우울증 등 사회 현상을 극복하기란 그리 쉽지 않지만..가속화된 사회 또 다른 길을 향해...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1994년 창작과 비평에서 나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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