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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필리핀 대통령 선거,막말 스타일 '두테르테' 당선한 이유?

by 밥이야기 2016.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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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오늘 치러진다. 막말과 '법보다 주먹'을 앞세운 '필리핀판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현재 지지율 1위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 지난달 말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33%를 기록해 22%의 집권 여당 후보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과 21%의 그레이스 포 여성 상원의원에 1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대선 초기만 해도 군소후보에 불과했지만 취임 6개월 안에 범죄자를 모두 처형하겠다며 극단적인 공약을 내걸어 단숨에 선두 주자로 뛰어올랐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군과 경찰을 동원해 마약 판매상 등 범죄자들을 처형하겠습니다." 유력 정치가문의 일원도 아니고 기성 정치권과도 거리가 있는 두테르테 시장은 여성 비하와 욕설 등 잇단 막말로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린다. 그런데도 두테르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범죄와 부패, 빈곤을 근절하지 못하는 무능한 필리핀 정부가 있기 때문. 아키노 대통령은 두테르테의 당선을 막기 위해 로하스 전 장관과 포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를 요구했지만, 포 의원이 거부해 무산됐다. 필리핀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가 정권을 잡게 될 경우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고 독재가 부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통령선거에서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이 유력한 상황이어서 필리핀 정국은 상당 기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9일(현지시간) 열린 필리핀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범죄자 소탕 공약과 잇단 ‘막말’을 쏟아낸 민주필리핀당 소속의 로드리고 두테르테(71·사진)가 승리가 유력, 당선에 결정되어 보인다. 출구조사 결과 두테르테는 이날 선거에서 39%를 득표해 집권 자유당의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24%)을 15%포인트가량 앞서면서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두테르테는 이날 개표 초반 이미 승리를 선언하면서 “필리핀 국민들로부터 이런 판결을 받아 기쁘며,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선거전 초반에만 해도 군소 후보 취급을 받았던 두테르테는 범죄를 뿌리뽑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7일 그는 마지막 유세에서 “인권법은 잊어라. 내가 대통령궁에 들어간다면 시장 때 했던 것과 똑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패도 엄단할 것을 약속했다. 자신의 개혁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의회를 폐쇄하고 혁명정부를 수립하겠다”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했다. 그럼에도 다수 표심이 그에게 쏠린 이유는 필리핀의 뿌리 깊은 족벌정치 때문이다. 1986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축출된 뒤에도 필리핀에서는 100여개 가문이 정치권력을 독점해왔다. 두테르테는 “나는 특권층의 자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엘리트주의와 족벌에 대한 반감을 표로 만들었다. 부의 편중도 심각한 상태다. 2010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취임 후 필리핀은 6%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해 ‘아시아의 병자’라는 오명을 벗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성장의 과실은 일부 재벌 가문에 집중됐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한다. 두테르테는 농민을 위해 토지제도 개선을 약속하는 한편 지역별로 10억페소(250억원)를 투자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현실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은 두테르테의 손을 들어줬으나, 그가 권위주의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로하스를 밀어온 아키노 대통령은 선거 직전인 지난 7일 “우리는 히틀러가 어떻게 권력을 잡았는지 보고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며 두테르테에 맞서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무산됐다. 여성을 비하하고 사법 절차를 무시해 ‘필리핀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비아냥을 듣는 두테르테가 집권하면 인권 상황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