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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밥

무한도전, 패닉에 빠진 패닉룸

by 밥이야기 2009.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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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도전 패닉룸, 미지근한 짬뽕국물과 상상력




무한도전 여름특집 서바이벌 동거동락(3회차). 300만원 상금을 거머쥘 우승자가 가려졌다. 이어 방영된 특집 패닉룸. 패닉룸을 보면서 짬뽕이 떠올랐다. 시간 때우기 특집 같은 패닉룸은 뜨끈 매콤 컬컬한 짬뽕국물이 아니었다. 애써 웃을 수는 있었지만, 속이 불편했다. 딴짓하다가 시간 지나 먹는 미지근한 짬뽕국물 때문이다. 패닉룸 짬뽕 재료를 살펴보니 신선한 해산물은 보이지 않았다. 오징어, 홍합, 조개도 재탕한 듯 고무 씹는 맛이다. 패닉 같지 않은 패닉에 빠진 7인의 사나이. 퀴즈를 맞히지 못하면 컨테이너는 공중 부양된다. 최종 컨테이너 여인숙 손님으로 결정되면 공중에서 취침해야 한다.

 

우선 짬뽕 패닉룸에 들어간 패러디 소재(아이콘)를 살펴보자.

 

1. 컨테이너 호텔

 


  ▲외국의 한 디자이너가 구상한 컨테이너 공중호텔



패닉룸을 보면서 크레인으로 올린 ‘컨테이너 호텔’이 떠올랐다. 물론 어제는 밧줄을 햇지만.호텔이 아니라 여인숙급. 컨데이너를 소재로 삼은 것까지는 좋았다. 재사용이니까?

 

2. 영화 ‘올드보이’

 



갇혀있는 공간에서 짬뽕이 아니고 식어 버린 군만두를 먹는 최민식. 패닉룸에 흐르는 자막처럼 “상상력이 있어야 비겁해 지는 거래” 어제 패닉룸은 비겁하지도 않았고 상상력도 없었다. 최민식도 보이지 않는다.

 

3. 영화 ‘페르마의 밀실’





4명의 수학자가 1분 안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 밀실은 점점 오그라든다. 어제 패닉룸은 오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올라간다. 40대 문턱에 턱걸이 한 박명수가 도저히 풀수 없는 문제들. 7인의 무한도전 멤버들은 수학자가 아니다. 문제가 너무 어렵다.

 

4.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영화 내용이 아니라, 번지점프 제목만 닮았다. 두 팀으로 나뉘어 이긴 팀이 현실로 내려갈 번지점프 영광을 부여 받는다.

 

5.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몰래카메라다. 미리 컨테이너 여인숙을 고공에서 촬영한 다음. 패닉룸에 갖힌 7인의 사나이들을 속인다. 문제를 풀지 못항 때마다 컨테이너는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몰래카메라는 사람을 패닉상태에 빠지게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컨테이너 갖힌 무한맨들은 패닉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잘못 본 것일까?

 

6. 영화 '투르먼쇼'




지상최대의 거짓말 영화. 투르먼은 미디어의 희생양. 사람들은 세트 속에 갇힌 투르먼(짐캐리)의 삶을 텔레비전을 통해 즐긴다. 트루먼은 모른다. 자신이 배우인 것을. 거짓말이지만 현실인 것처럼

 

7. 영화 총알 탄 사나이





억지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패러디 코믹물의 전형. 총알 탄 사나이. 어제 패닉룸은 다양한 소재를 엮어 만든 패러디의 종합세트지만, 총알을 탄 허무맹랑함도 보이지 않는다.

지상 0.5미터에서 7인의 무한맨들은 인간이 공포를 느낄 수 있는 5미터에서 지상 45미터(?)까지 경험한다. 어제의 무한도전은 가상 무한도전이었다. 시청자들은 즐거워 했을 수도 있다. 속아 넘어간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대리만족과 즐거움을 충분히 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닉룸은 무한도전이 잠시 패닉상태에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상상력이 있어야 비겁해지는 걸까? 패닉룸은 비겁했지만 상상력은 없어 보인다. 식어버린 짬뽕국물에서 혼자만 느끼는 비린내가 난다. 무한도전, 여름 탓일까? 다음 회를 기대해 본다. 더 이상 미지근해진 장기하 표 싸구려 커피는 없겠지? 그렇지만 패닉에 빠진 패닉룸를 통해 영화 '트루먼쇼'에 담긴 미디어의 진실된 거짓과 미디어의 횡포를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은 만으로 위안을 삼을 만 하다. 미디어법통과 이후의 세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