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고은 홈페이지
매번 노벨문학상 발표 때면 시인 고은이 떠오릅니다. 최근 인생의 길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단상을 담은 연작시 ‘만인보’를 완간한 고은.
고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시를 썼습니다.
고은과 김대중을 떠올리면 몇 가지 생각들이 허망한 구름처럼 지나갑니다.
만약 고은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면, 고은과 김대중은 이른바 한국의 쌍두마차가 될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 내란사건으로 두 사람은 옥고를 치렀고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함께 북한을 방문했고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과 문학상을 거머쥐는...
참여시인으로써 시인 고은이 겪어야 했던
정치인으로써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겪어야 했던 세월들.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현대사의 스승으로 기억된다면
고은은 한국문학사의 지지 않는 별로 기억될 것입니다.
고은은 알려져 있다시피, 불교에 입적했지만 목탁을 멈추고
문학을 통한 고행의 길을 걸어갑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계에 입문하지만, 탄압으로 망명의 길을 걷습니다.
다르지만 같은 두 사람.
한국 민주화의 영원한 동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추모시가 각별해지는 이유입니다.
- 당신은 우리입니다-
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
어둠의 날들
몰아치는 눈 보라 견디고 피어나는 의지입니다.
몇 번이나 죽음의 마루턱
몇 번이나 그 마루턱 넘어
다시 일어서는 목숨의 승리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자유입니다. 우리입니다.
당신은 민족 통일입니다.
미움의 세월
서로 겨눈 총부리 거두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
그 누구도 바라마저 않는 것
마구 달려오는 하나의 산천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평화입니다. 우리입니다.
당신은 이제 세계입니다.
외딴 섬 아기
자라나서 겨레의 지도자 겨레 밖의 교사입니다.
당신의 고난 당신의 오랜 꿈
지구의 방방곡곡을 떠돌아
당신의 이름은 세계의 이름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내일입니다. 우리입니다.
이제 가소서 길고 긴 서사시 두고 가소서.
고은은 시를 발표할 때마다 언제나 마음 속에서 시를 지웠습니다.
세상 밖으로 보내면 그 뿐.
그렇지만 김대중 대통령에게 바친 이 시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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