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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시사 리베로 진중권, 교수 해임은 당연?

by 밥이야기 2009.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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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한겨레신문 허재현


진중권 교수해임은 예견된 일


우리 시대 시사 리베로 진중권. 그의 이름 석 자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꽤 많다. 독설가, 진보논객, ‘듣보잡’을 만든 시사용어메이커 등. 듣도 보지도 못했던 잡다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진중권, 이른바 듣보잡 발언으로 듣도 보지도 못했던 변희재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직설과 독설은 많은 팬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적을 만들기도 했다. 중앙대학교의 진중권 교수 임용 철회는 어쩌면 정상적인 수순(지극히 비정상적인)인 줄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임기가 남아 있는 주요 정부 산하 기관장들은 알게  모르게 압력을 받으며 물러났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숙청의 진원지였다. 진보진영 인사 도려내기 선봉장은 유인촌 장관. 한예종 사태부터 진중권의 앞길은 예견되었다. 진중권 입장에서야 겉으로 코웃음 칠 수도 있지만, 기분이야 좋았겠는가. 사람인 이상. 진중권도 이명박 정부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 같다. 중앙대 박범훈총장은 잘 알려지다시피 이명박 정부 코드다. 하반기 이명박 정부에 들어갈 유력인사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뻔하지 않는가.

 이명박 정권의 눈 밖에 나면 물러 날 수밖에 없다. 지난 민주참여정부 도려내기가 한참인데 말까지 밉게보였으니. 진중권은 여야,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잘 못 된 정책이나 발언에 대해 일관 되게 발언을 한 인물이다. 여기서 일관됨은 발언이나 글의 일관성이 아니라, 대상을 가리지 않는 일관성이다. 그렇다고 보면 이명박 정부나 중앙대 총장 입장에서야 진중권은 숙청 1호다. 이미 한예종사태를 통해 맛배기를 보였고. 이번 중앙대 교수 임용에서 재차 확인해 주었다. 참으로 옹졸한 인사관 이다. 진중권 교수는 중앙대 교수 임용 탈락과 관련된 기자회견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아무리 비판했어도 이렇게 치사하게 보복이 들어오지 않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떻게 그런 식으로 보복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세계는 넓고 인재는 많지만 진중권은 하나뿐이다?

 
치사한 맞대응이다. 진중권이 직설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사실 진중권 같은 사람이 없다면 한국 사회는 재미없는 사회다. 논란은 잊을 수 있겠지만 진중권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에서 다양성을 상징하는 꽃이다. 입장 바꾸어 놓고 생각해보자. 이른바 수구보수언론이나 여당, 이른바 자칭 우익세력들은 얼마나 심한 독성을 퍼부었고, 융단 폭격을 가하고 있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전후,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이 쏟아질 때마다 인격 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었다. 독설이 아니라 광기의 발언이며 욕이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진중권의 독설은 새 발의 피며, 순환된 언어가 아닐까?

 은유와 풍자가 섞인 직언은 사람의 가슴을 후며 파는 속 시원한 발언은 듣기에는 좋지만 때로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그런데 진중권은 시사리베로다. 말과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의 발언은 정당하다. 반대도 있을 수 있고, 찬성도 있을 수 있다. 보기 싫으면 채널을 돌리고, 이야기 듣기 싫으면 귀를 닫으면 된다. 진중권은 자기가 한 말 못지않게 더 심한 독설이 아닌 욕을 듣고도 괘념치 않고 논객답게 글과 말로 응수만 했다. 사회는 너무 똑똑하고 똑 부러진 사람을 싫어하는 여론몰이 하는 경향이 있다.

진정 진중권이 싫다면 차라리 변희재같이 말도 안 되는 글이나 발언을 해라. 치사하게 교수 해임하지 말고. 죽은 독설의 사회는 사회를 경직시켜 나갈 것이다. 독설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진중권은 독설가가 아니다. 남을 해치고자 하는 뜻이 아니라 직설과 은유를 통해 말의 재미와 촌철살인의 미학을 만들어 낸 비평가일 뿐이다. 진짜 독설가는 살아있는 사람보고 죽어라고 발언하는 사람들 아닐까. 아직도 빨갱이 운운하며 적대세력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닐까.

 중앙대는 굴러들어온 호박을 차버렸다. 안 그래도 차라리 대중의 바다로 내려 가버리고 싶었던 진중권에게 차라리 잘된 일인 줄 모르겠지만. 중앙대의 진중권 교수 해임 처사는 아무리 보고, 읽어도 문체부의 인사정책과 닮았다. 정부부처는 그렇다 치고, 학생이 주인이 되어야 하는 대학에서 이래도 되는 걸까? 그래서 사학이 욕을 들어먹는다. 중앙대학교는 총장의 학교가 아니다. 진중권 걱정하지 마라. 세상은 넓고 학교는 많다. 중앙대여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지만 진중권은 하나 밖에 없어다는 것을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