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정치는 중도화법으로 일구어 낼 수 없다. 과연 박근혜는 보수와 연좌제의 벽을 넘어 설 수 있을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일까?
여당 속의 야당, 딴살림대표 박근혜 의원(한나라당 전 대표; 이하 박근혜 표기). 요즘 몹쓸 미디어법 정국에서 박근혜는 연일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야당에서도 강하게 러브콜 할 것 같다. 물론 예의 박근혜 화법으로 거절하겠지만.
박근혜는 박정희 딸이다. 이것 하나 만으로 나는 박근혜를 싫어한다. 그렇다면 나는 연좌제를 찬성하고 있는 걸까? 박근혜를 보면 박정희와 육영수 여사가 떠오른다. 머무름 없는 즉각 연상 작용. 지금도 가끔 불길한 꿈을 꾼다. 박정희가 만약 김재규의 저격으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권세습이 되었다면. 박근혜가 불편한 이유다.
그렇지만 가끔 나의 이유 없는 불편함에 대해서 묻고 싶을 때가 없다. 이유는 단 하나. 독재자의 딸. 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박정희가 싫기 때문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기피증 인물이 박정희다. 그런데 나는 박정희연좌제를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까? 아직 모르겠다. 물난리 때문에 세상이 출렁이는 동안 나는 박근혜 어록을 읽었다. 박근혜의 말은 불교의 화두 같다. 불교계에서는 오해 말라. 화두도 화두 나름. 불교식 화법은 흔히 뜬구름 잡는 말로 오해 받는다. 현실 세계에서 불교식화법을 던지면 둘 중 하나다. 도사 또는 정신 나간 사람. 그런데 박근혜의 화법은 정의내리기 힘들다. 불교식화법, 중도화법? 만약 시정잡배가 박근혜의 말을 썼다면, 맹물이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 박근혜이기 때문에 말은 화두가 되고 빛나 보이는 것 같다. “미디어법 합의 전제‘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세상만사 요지경. 말 한마디에 여당, 야당, 올인코리아, 조갑제 닷컴에서 난리다. 그만큼 박근혜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이지경까지 이른 이유는 무얼까. 아무나 한나라당 명찰만 달고 나오면 당선되었을 대선. 코 앞에서 대통령자리가 날라간 박근혜. 보통 사람 같으면 혈압으로 쓰러졌을 것인데. 박근혜는 "굿세어라 근혜씨"였다. 그 뒤심이 평가받아서 일까? 인물없는 야당에서 독주하고 있는 비결은 바로 이명박 밟고 일어서기 행보다. 지금 시국에서 이명박 편을 들어 보았자 좋을 일 하나 없기 때문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박근혜.이제부터라도 이명박을 더 때려야 살 길이 열린다. 박근혜 화법이 중도를 지향하고 있는 이유이다. 좌,우 다 깰수 있기 때문에.
짧은 말은 쉽고, 불편하지 않다. 현실의 정치수사법은 결론은 짧지만 길다. 사람들이 정치화법을 싫어하는 이유다. 기린 목을 오래 바라보면 부담되듯. 박근혜의 단문식 화법이 당분간 인기를 끌 것 같다. 조금 있으면 박근혜 화법 따라하기가 유행할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화두가 현실을 바꾸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 때가 걱정이다. 애매하거나 어렵거나 회피하고 싶은 일이나 질문에는 구렁이 담넘어 가듯 은근 설쩍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화법은 과거의 경험으로 배운 걸까. 말 잘하는 사람은 말 때문에 발등 찍힐 수 있다는 것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는 걸까. 아무튼 박근혜의 말과 처세술은 당분간 상한가를 계속 칠 것 같다.
중도(中道) 화법이 정도정치(正道政治)?
박근혜의 화법과는 반대로 수구 보수 입방앗간 대표 조갑제는 말이 많아 문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인기가 좋을 뿐. 박근혜의 말에 조갑제는 심통을 부리며, 좌파의 표를 모으기 위한 청와대 입성 처세술이라며 비판한다. 조갑제도 이제 박근혜에게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억지글을 쓰지 말고, 차라리 화두를 던지는 것이 신상에 좋지 않을까. 진심으로 충고 드리고 싶다. 총선 때 친박 출마자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던 박근혜. 당선되지 않으면 그냥 알아서 살아가라는 무책임한 말인데. 박근혜의 친구들은 살아 돌아 왔다. 과연 박근혜는 다가오는 대선에 살아서 돌아 올 수 있을까?
중도. 이처럼 좋은 말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정치에서 중도는 없다. 중도적인 자세로 머물러 있게 현실 정치공학도들이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중도화법을 넘어 개혁적인 인물로 거듭날 것인가? 대통령 출마자로 결정되었을 때 과연 연좌제 없는 연좌제의 벽을 넘어설지. 진정 정도정치를 하려면 박근혜가 "말 말 말"에서 말했듯이, 말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가끔 가다가 잊을만할 때 불쑥불쑥 던지는 말이 아니라, 여당 속의 야당으로 바른 말을 더 많이 하고 구체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중도화법으로 계속 간다면 이명박 대통령 같은 불도저형 역풍인물에 또 한번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노래방에서 노래하라고 해놓고 막상 노래하면 듣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한나라당은 왜 정책은 내놓지 않고 반대만 하느냐고 해놓고 막상 정책을 내놓으면 관심이 없다.
‘정책이란 국민 속에서 찾고, 국민들과 함께 실현해 가고, 그 과실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잡는다’고 흔히들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 말씀을 들어보니, ‘요즘은 일찍 일어나는 새도 먹이 있는 곳을 모르면 소용없다’고 합니다. 과거처럼 사방에 먹을 것이 널려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일어나서 무엇을 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시대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는 새’였습니다. 그리고 일찍 일어난 만큼 많은 먹이를 챙겨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 부족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지도자가 국민들의 잠을 깨우는 것으로 충분했다면, 이제는 잠을 깨워서 정확한 방향으로 이끄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역사의 소명이 그것이라면, 당당히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말은 좋은데, 말을 넘어 민심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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