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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쌈짓돈 먹는 하마, 기업형 슈퍼마켓

by 밥이야기 2009.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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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방, 골목길, 동네 풍경

 3년 전인가 강원도 동해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기차역에 내리자 여느 군소도시처럼 인적이 없었다. 길게 늘어선 택시뿐. 문 닫은 상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인근에 생긴 대형마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택시가사아저씨가 푸념을 늘어놓는다. 전국 각지에 공룡처럼 허허벌판을 가르고 서있는 대형마트의 모습과 도토리 키 재기라도 하듯, 성냥갑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늘어선 아파트들. 전국 구석구석을 파고 든 편의점들. 1994년 정부는 유통시장의 개방에 앞서 '대비'라는 궁여지책으로 대형마트의 각종 규제(매장면적, 점포수 제한)를 풀었다. 이때부터 대형마트는 전국을 휩쓸어버렸다.

  골목으로 상징되는 자영업 가게들은 이미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기업형 체인 가게(프랜차이즈 빵집 등) 때문에 1차 정리가 되었다.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자영업의 악순환만 계속되고 있다. 골목에서 밀려나도 서민들에게 자영업은 유일한 생계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제 어느 지역 동네에 가도 그림이 비슷비슷하다. 길 건너 슈퍼마켓, 편의점, 빵가게, 세탁소, 미용실, 음식점, 선술집 등. 지역과 동네에 따라 편차들은 있겠지만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아파트 지역은 더 뻔할 뻔자다. 지역공동체가 무너진 지역은 더 삭막하다. 집은 안식처가 아니라 여관 같은 잠자리일 뿐. 자영업의 붕괴는 동네공동체의 붕괴 때문이다. 동네는 있지만 동네(도심 지역)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 권을 벗어나 지방에 가보자. 백화점, 대형마트, 24시편의점만 주름잡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한국의 도로, 자동차, 아파트 문화가 한 몫 거들었다. 아니 개발주의자들이 만들어 놓은 한국 도시, 지방의 풍경이자 현주소이다. 몇 년 전 전남지역에 일 때문 출장을 가서,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에 숙박을 했다. 주인장과 저녁에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먹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몇 몇 음식을 제외하고는 다 인근 마트에서 구입한 재료 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말로 지방에 내려가서 회 먹는 것보다 서울에서 먹는 것이 다 낫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미 사회는 중앙의 경제다. 지방은 식민지로 전락한지 오래다.

 
기업형 슈퍼마켓, 합리적 규제 가능할까

대형마트로 재미를 본 기업들은 이미 포화기로 접어든 점포 입지 때문에(외형적 의미부여) 이제 골목길 구석구석 까지 깃발을 꽂으려 하고 있다. 이미 사람들은 급한 경우가 아니고는 인근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다. 물건 값도 당연 대형마트에 비해 비싼데, 다량으로 구입할 이유가 없다. 대형마트는 땅땅거리며 쾌속질주해온 이유는 이런 사회적, 공간적 상황을 잘 분석했기 때문이다. 물류와 유통을 어떻게 따라 잡겠는가? 아무리 기업형 슈퍼마켓을 입으로 반대하더라도 동네 근처에 들어오면 사람들은 기업형 슈퍼마켓을 찾지 않겠는가. 눈에 뻔 한 정도가 아니라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아닌가?

대형마트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해서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 과연 기업형 슈퍼마켓을 막을 수 있을까? 우선 허가제나 합리적 규제, 지역에 맞는 조례규정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아야 하겠지만. 이미 깃발을 꽂은 몇 몇 기업이 있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대형마트의 권자를 거머쥔 이마트가 관건이다. 이마트의 전략에 따라 다른 기업의 전략도 크게 수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의 편의점들의 대응도 주목된다.

 
기업형 슈퍼마켓을 막는 길 - 도시 마을공동체와 생협운동

이탈리아 유서 깊은 도시 볼로냐는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에 하나였다. 1800년대부터 경제학자들로 부터 대안경제의 한 모델로 제시되었던 협동조합.1884년 영국 설립된 로츠데일 공평개척자 조합이 설립된 이후 이탈리아, 스위스를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이제는 다국적기업의 대형마트를 인수 할 정도로 유럽의 협동조합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주식회사를 대신할 대안 경제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분배, 평등, 자치, 협동, 상호부조의 정신을 근간으로 발전된 볼로냐의 협동조합은 볼로냐를 유럽에서 3번째로 잘사는 도시로 만들어 낸 일등 공신의 역할을 했다.



▲활기 넘치는 볼로냐의 재래 시장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테스토니 - 볼로냐 공방협동조합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지역에 돈이 없다는 것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통산업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에 의해 지역경제가 잠식되어 돈이 다시 지역을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이 살려면 돈이 지역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역특색에 맞는 작지만 내실 있는 소기업들이 살아나야 한다. 또한 대기업에 납품(대형마트 물품)하는 납품 가격도 현실성 있게 조정되어야 한다. 볼로냐에 있는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한 대형마트에는 70%이상을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판매하고 있으면 다국적기업의 물품이나 담배, 술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우리에게 시사 하는 점이 크다. 물론 이탈리아 볼로냐와 우리의 현실은 다르지만 현실 가능한 제도와 방안은 배우고 받아들이는 전향적인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먹거나 구입하는 제품은 다 누구에게 돌아가는 가? 농민에게 소기업에게 물류비용 마케팅비용으로 대기업에 대부분이 돌아가지 않는가?

 서울 수미산 자락의 마포공동체(생태, 육아, 교육, 먹을거리, 생협 등)는 그런 측면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결국 지역, 동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주민 자치운동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동네방네가 부활되지는 않겠지만 도시공동체를 꾸려, 먹을거리에서부터 동네의 일까지 연대하고 참여하고 고민을 푸는 대안적인 운동들을 계속 자리매김 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남자들의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잠자리만 있는 동네가 아니라 가족, 학교, 직장, 동네가 연계되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이미 여성들은 지역공동체를 위해 남자들보다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기존에 구성된 아파트공동체나 여러 단위 공동체들을 묶어 풀뿌리 운동이 자리 잡아 가야 한다.

 

 맺는말 - 국회의사당 대형마트 입주부터 막아라

 우선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유럽을 시작으로 자유무역체결이 계속 이어질 경우, 한국의 농가뿐만 아니라 많은 자영업이 몰락 할 것이 눈에 뻔하다. 싼 게 비지떡이 다고 싼 값으로 무장한 기업형 슈퍼마켓이 자리 잡을 경우 지방경제, 동네 경제의 쌈짓돈은 기업의 돈으로 중앙의 돈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다. 쌈짓돈이 모이면 얼마나 큰가. 대형마트규제법과 기업형 슈퍼마켓 허가제를 통해 제도적, 법적으로 묶어낼 법 개정에 야당의원들은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지방과 동네(시민단체와 주민 등)에서는 조례 개정을 통해 합리적으로 제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상징적으로 야당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입성 하려는 대형마트 체인점 입주부터 막아야 한다. 창피하지 않겠는가? 국회의사당에 웬 마트인가? 국회의 특성을 살려 전국 방방곡곡의 특산물을 파는 가게나 현재 입주한 사람들의 중심으로 국회사무처가 머리를 모아 제대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박계동 국회사무총장은 한 때 택시운전까지 하면서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는데, 역시 쇼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