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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김빠진 사이다, 정명훈 인터뷰

by 밥이야기 2009.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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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맛을 기대하고 탄산음료를 벌컥 들이마셨다. 아뿔싸, 김빠진 맛 때문에 얼굴을 찌푸렸다. 어제(5월 10일, 일요일) MBC ‘시사매거진 2580’, 마지막 꼭지로 방송된 “2580 Question- 정명훈 인터뷰”는 달콤한 맛만 남은 김빠진 탄산음료 같았다.

나는 정명훈씨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기대한 걸까?. 기대치가 있었기에 실망한 것이 아닐까.“살아 있는 인터뷰”란 어떤 인터뷰일까? 물론 방송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인터뷰는 다양할 수 가 있다. 가십거리 인터뷰, 경축사인터뷰, 심층인터뷰 등 등. 하지만 MBC 시사매거진의 인터뷰만큼은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특히 정명훈 씨의 경우 전원 해고 된 국립 오페라 합창단 사태와 관련 적절하지 않는 발언을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해고를 앞둔 단원들은 프랑스에까지 찾아가 지휘자 정명훈에게 응원을 청했지만 이들은 참아 내기 힘든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물론 그 때 해고되었던 합창단 단원들 41 명중에 22명은 노동부에서 마련한(내년 4월까지)재정지원 “나라오페라합창단”(관련기사보기)으로 둥지를 마련했다.



▲해고된 국립 오페라합창단 단원으로 구성된 '나라오페라합창단'(사진출처: 국민일보 쿠기뉴스)


 원만하게 국립 오페라합창단 해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지만, 시사매거진 2580에서 정명훈 씨를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그 당시 발언에 대해 물어볼 것을 내심 기대했었다. 그런데 정말 달콤한 인터뷰로 끝났다. 인터뷰에 응하는 조건(국립오페라합창단 관련 질문을 하지 않는다)에 MBC가 응했기 때문인가? 나는 당시 레디앙에 실린 몇몇 대화 만큼(아래 박스기사)은 해명까지는 아니어도 그당신 그런 발언을 할 수 밖에 없는 배경과 이유를 듣고 싶었다.

<레디앙 기사 - 충격, 지휘자 정명훈 "미국에 구걸하더니 이제와 촛불?" 중에 대화 기사 발췌>

“이 합창단이 없어졌다고, 그 합창단을 살려야 되겠다고 지금 여기 와 있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기에. 그 사람들을 꼭 구해야 돼요? ”

“이봐요. 내가 서울시향에 있는데 거기서 일 년에 5~6명씩 해고당해요. 여기만 해고당하는 사람들 있는 거 아니예요. 지금 온 나라가 다 그러구 있는데, 합창단 하나 없어졌다고... 이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그리고, 도대체 나더러 뭘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 서명하라구?”

“도대체 제 정신을 좀 차리세요. 공부 좀 하란 말이야. 세상이 그런게 야니야. 이 계집애들이말야. 한 밤 중에 찾아와서.”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는 없겠지만, 다른 질문 또한 수준 이하였다. 굳이 시사매거진2580에서 다를 필요가 있을 정도 였는가 회의가 들 정도였다. 정명훈 씨를 다룬, 다른 인터뷰기사와 차별점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정명훈 씨의 근황을 알려주는 홍보성 인터뷰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질문 및 꼭지 구성은 거의 정명훈 씨의 지난 이력과 새삼스러울 것 없는 각오뿐이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국내와 해외에서의 활동 비율

정명훈 씨가 있는 서울 시향 흑자경영(자막처리)

긴 곡을 연주해야 하는데, 암기력은

74년 차이코프스키 음악콩쿠르에서 2등/ 1등은 하지 못했다.
(음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카퍼레이드....)

“음악은 넘버원이라는 것은 없다. 넘버원이 되는 것이 우습다”

운동을 좋아한다

부모님이 있어기 때문에 오늘에 이른 것 같다.

성격은 급하지만, 결혼이후에 많이 바뀌었다.

15년 전, 교황 바오르 2세에게 들은 말이 아직 가슴에 남아있다.

음악을 통한 국가발전


 


▲ 서울시향 부지휘자 성시연 씨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정명훈씨는 여자의 힘과 능력이 중요 하다고 강조
했지만(부지휘자 임명배경), 레디앙에 실린 여성 비하발언(
“도대체 제 정신을 좀 차리세요. 공부 좀 하란 말이야.
 세상이 그런게 야니야. 이 계집애들이말야. 한 밤 중에 찾아와서.”
)
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명이든 해명이든 이 발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기사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하든지?
(사진출처:
아주경제)



 ▲ 정명훈 씨는 15년 전  故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대화를 끝내고 교황이 정명훈 씨 어깨를 치며 " 남을 도우라"라는 말을 너무 생생하고
크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훈 씨. 그가 걸어온 길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정명훈 씨는 인터뷰를 통해 살아온 동안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날이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의 삶을 지배하게 된 교황과의 만남에 담긴 뜻은 음악을 통해, 음악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라고 했다. 정명훈 씨는 분명 그러한 길을 걷고 있다. 그렇지만 진정 음악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 반성하는 자세(프랑스 발언)가 필요하다. 반성이 아니라도 해명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음악 세계를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이야기 드리고 싶다. 당신은 인터뷰 끝머리에 "한국은 한국 음악은 더 올라 가야 한다고 했다" 높히 오르는 것은 좋다.발전도 좋다. 그렇지만 교황이 당신에게 남긴 말의 진의는 어쩌면 더 낮게 더 낮은 자세로 사회에 봉사하는 제 2의 삶을 살아라고 한 것이 아닐까.



▲정명훈 씨는 2등(음악대회_이었지만, 2등을 넘어 세계적인 지휘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제라도 더 따뜻한 감성으로
꼴찌들을 위한 음악세계를 열어야 하지 않을 까? 당신이 말한대로 음악에는 일등이 없다고 했지 않았는가?



MBC 시사매거진 2580의 질문(Question)은 질문 뿐이었지 인터뷰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시청자로서 질문을 드리고 싶을 정도다. " 왜 인터뷰 했냐고" 인터뷰의 대가 미국의 데이비드 바사이먼(저자)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인터뷰를 좋아한다. 잡지나 신문에서 우리 사회를 다룬 기사들을 읽고, 또 시론들을 읽고 나면 나는 한숨을 돌릴 준비를 한다. 인터뷰! 깔끔하게 진행된 인터뷰는 그런 산소를 나에게 공급해준다. 그러나 인터뷰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인간의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인터뷰 상대의 흥미로운 버릇까지 보여주며, 구어의 산뜻하고 짜릿한 멋을 그대로 전해준다. 또한 두 지식인이 주고 받은 말에서 우리는 영감까지 얻게 된다.


 
시사 매거진 2580의 정명훈 인터뷰는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주기는커녕, 청량스럽지 못한 단맛만 주었다. 글을 쓰는 새벽녘 계속 갈증이 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