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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카지노의 돈도 기부 받아야 할까?

by 밥이야기 2009.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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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계 최대 강국의 이면에는 빈부 격차, 인종갈등 등 수많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나마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기부문화와 싱크탱크(연구 집단)에서 나온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오래전 한 시민재단에서 일을 할 때 직장 동료들과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카지노, 무기, 담배, 마약, 섹스 산업 등 이른바 회피형 기업이나 범죄형기업에서 기부를 하겠다고 하면 돈을 덥석 받아야 할까? 미국의 재단은?

 
언제나 그렇듯이 두 편으로 의견이 갈라진다

돈을 받아야 한다. 편

'검은 돈이면 어떠냐. 좋은 일에 깨끗하게 잘 쓰면 되지'

돈을 받으면 안 된다 편

'돈도 돈 나름이다. 재단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검은 돈은 받으면 안 된다.'

 
결론은 돈을 받으면 안되다고 결정이 났다. 물론 모든 재단들이 검은 돈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재단마다 원칙(미션, 지향, 운영방침)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 자리 잡은 한 종교재단(가톨릭에서 운영)은 의외로 “도박 돈”을 적극적으로 기부 받고 있으며, 어떤 재단의 경우 아예 재단 정관에 “검은 돈으로 분류된 곳(도박, 담배, 무기 등)의 돈은 기부 받지 않는다고” 명시해 놓은 재단도 있다.

간단할 것 같지만 참 어렵다. 자선재단이야 가능한 돈을 많이 기부 받아 목적사업을 잘하는 것이 재단 본연의 일인데, 검고 깨끗한 돈을 가려 받는 다는 것이. 이른바 양심기부라는 것도 있을 수 있다. 평생 나쁜 짓을 일삼아 번 돈을 기부를 통해 참회 하려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겉만 번듯한 일반 회사지만, 속은 부패로 얼룩진 회사의 돈을 모르고 기부 받았는데,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 돈을 돌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익명의 기부자들 돈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돈이 어떤 돈이지 알 길 없다.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에서 강원랜드에서 돈을 펑펑 날려 버린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강원랜드는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회공헌프로그램 중에 하나는 “ 한국도박중독치유센터 ”를 통해 도박중독을 예방하는 프로그램. 그런데 참 웃긴다. 병주고 약주는 것은 아닐까? 물론 강원랜드 출범 배경에는 낙후된 강원 탄광지역을 활성화시킨 다는 측면이 있었지만, 과연 강원랜드에서 벌어진 수익들이 진정 강원도 지역 주민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잘 몰라서 하는 말이지만, 정말 궁금하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투명함을 생명으로 지켜야 할 시민단체나 자선재단에서 카지노회사에서 돈을 기부하겠다고 하면? 한 때는 대가성 없는 기부금이라면 다 받아서 좋은 일에 써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만약 이명박 재단(청계재단)에 “검은 돈으로 분류된 곳”에서 돈을 기부하겠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원칙보다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받을 것 같은데.


 


  * 사진자료: 옥스팜(Oxf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