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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대한민국 언론, 진중권, 신정환 귀국패션

by 밥이야기 2011.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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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정 도박으로 논란을 빚었던 연예인 신정환씨가 귀국했다. 5개월 만이다. 신정환씨는 귀국 소회를 묻는 자리에서 "5개월이 5년 같았다"라고 말했다. 신정환씨가 귀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화답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집중조명되었다. 그중에서 신정환씨가 귀국하면서 입고 온 '옷'이 화제가 되었다. 이른바 '신정환 귀국 명품패션'. 신정환씨 의상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합산해보면 300만원이 넘는다고 언론은 타전했다. 물론 속옷은 제외. 속 마음을 모르겠다.

 

5개월 전 신정환씨는 도박설로 인해 집중포화를 맞았다. 마땅 비판받아야 했다. 자신의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넘어갔으면 별 문제 없었는데, 이른바 뎅기설 조작설은 그의 귀국을 미루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당시 한겨례 신문의 한 기자(국제분쟁전문기자 정문태)는 신정환씨의 도박설은 한국 지도층인사(특히 정치권 인사)의 비리에 비해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권력층의 부패문제는 구렁이 담 넘어 가듯 대충 다루는 한국 사회와 언론의 작태에 대해 비판한 글이었다. 막연하게 누리꾼들의 정서를 대변했던 기성 언론과 다른 시각이었다. 

 

"불법이 드러난 장관 후보들을 공직에 앉히는 사회에서 연예인이 도박한 건 왜 그렇게 잡아먹을 듯이 떠들어대는가?”(중략)신정환이 거짓말을 했건 말건 다 개인 일이다. 거짓말은 정부도 해왔고 불법이 아니다. 시민은 거짓말 따위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또 그 ‘공인’ 타령인 모양인데, 언제부터 연예인을 공인이라 여겨왔던가? 만약 그이가 거짓말을 했다손 치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했다면 당사자들이 지닌 도덕적 기준에 따라 비난받고, 법적 기준에 따라 처벌받는 것도 개인 일일 뿐이다. 정부를 보라. 진짜 공인인 외교장관을 비롯한 고급 공무원들이 아이들을 얍삽하게 취직시켰고 거짓말까지 했다. 그 공적인 거짓말은 불법이지만 아직 수사를 하겠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건 대통령이 말했다는 그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한겨레신문 정문태기자의 '공정한 사회, 신정환을 위한 변명)

 

정 기자가 작년 8.8 정부 개각 인사 즈음에 쓴 글이다.  어제 귀국한 신정환씨 귀국 명품 의상이 언론의 입방에 오르자 진중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가칭 <신정환 명품 패션에 대한 변명> 


"신정환, 이번엔 도박빛 진 주제에 명품 입었다고 난리... 남이 뭘 입든 왜 자기들이 기분 나쁜지... 도박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가 아니라 자기에게 해를 끼치는 '질병'이죠. 
신정환이 '사과'를 해야 한다면 자기 자신에게 해야겠지요. 뎅기열 거짓말은 현지 사정을 아는 교민 중의 누군가가 짜준 시나리오일 겁니다. 당시 세부에 뎅기열 유행은 없었거든요. 다만 영유아들 사이에 뎅기열이 나돈다는 기사는 있었습니다만....
궁금한 거. 카지노는 국내에서도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나요? 근데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외국에서 하면 문제가 된다는 건가요? 아니면 정작 문제가 된 것은 도박이 아니라 외환관리법 위반이라는 건지요? 
'넌 왜 심형래만 미워하냐?' 이게 기자들 수준. 도대체 비판의 기준이 개인에 대한 호오의 감정이라... 자기들은 그런다는 얘긴지... 아니면 아예 논점을 읽을 만한 머리가 없어 저럴 수밖에 없는 것인지...한심합니다. 
어느 분이 지적한 것처럼 '못된 놈'과 '못난 놈'은 다른 겁니다. 신정환의 도박은 비난 받을 '못된' 짓이 아니라 교정되어야 할 '못난' 짓이라고 했더니, 도박을 옹호했다고 기사를 쓰는 아메바들이 있어요. 
내 참...내일 기사 제목. "진중권, 기자=아메바", "진중권의 막말, 언제 멈출 것인가?", "진중권, 기자들에게 화풀이", "진중권, 국민 모독. 신정환 비난하는 국민은 바보인가?"(진중권 트위터)

 

신정환 귀국에 대한 진중권의 짦은 논평(트윗)이 알려지자, 언론은 신정환과 진중권 발언을 엮어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신정환씨 도박 논란은 검찰 수사와 사법부 판단으로 넘어갔다. 다만 한 가지는 지적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른바 정부 고위 정부층 인사들의 묻지마 명품 패션은 문제가 아니고, 신정환의 명품귀국패션은 문제인가라는 점이다. 합법적 도박과 비합법적 도박의 경계 또한 애매하다. 도박은 당연 비판 받아야 할 문제이지만, 과연 도박의 합법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볼 것이냐에 따라 시점과 논점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합법적 카지노는 장려되고 있지는 않지만 보호받고 있지 않는가? 관광산업의 목적으로 카지노 산업은 계속 거론되고 있다. 뿐만아니다. 이른바 청소년과 일반인 대상 오락 인터넷 프로그램 대다수가 도박성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른바 머니게임. 돈 없으면 게임 할 수 없다. 가상이지만 바둑 한 판에 몇 천 만원 내기가 이루어지고 있고, 각 종 캐릭터(아바타)와 게임 머니가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도박에 가깝다. 이렇듯 합법과 비합법, 경계가 모호하다. 도덕적으로 지탄 받는 것과 법위반의 경계는 해석에 따라 바뀐다.


못난 놈이가? 못된 놈인가? 그렇다면 과연 신정환씨의 해외 원정 도박은 불법이고, 정치권과 권력층 인사의 불법 사례는 지적으로 넘어 갈 문제인가? 신정환씨는 연예인이다. 그는 법으로 심판 받아야 할 못된 놈인가? 여론이 비판으로 그칠 못난 놈인가? 그렇기에 그가 입국하면서 입고 온 옷은 도박설과 법 위반 심판이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생각해보자. 삼성가 딸 들의 명품 패션은 문제가 없고 신정환의 명품만 문제가 있는가? 왜냐면 이건희 회장도 불법 탈세로 법의 심판을 받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의 딸들이 입고 있는 명품 패션은 공정한가? 강남가의 이른바 묻지마 명품 소비는 문제가 없는가? 불법 도박으로 얻은 이익을 명품 구입에 썼다는 증거도 없는 이상, 언론의 확대 '도덕성' 잣대가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면 그들 또한 부당거래의 권력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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