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예상 했던 대로다. 새벽에 쏟아진 눈밭에 첫 발자국을 남기듯, 사뿐히 즈려밟으며 눈길을 열었다. 박근혜 의원은 잠자고 있는 시간 함박눈 내리듯 알게 모르게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눈 뜨니 눈 세상 열려있듯. 조용한 행보같지만 준비된 행보다. 선언이 아니라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것을 각인시켜 주기 위한 드라마를 연출했다. 요란하지 않게 여론을 움직였다. 그렇게 보고 싶다. 누가 부인하겠는가. 그 첫 번째 발길은 싱크탱크다. 국가미래연구원(가칭/출범예정). 민주, 참여 정부인사도 포진시켰다.
박근혜 의원은 본인이 인정하든 부인하든 다음 대선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다. 딱히 견주어 부상할 대권 후보도 없어 보인다. 여, 야를 떠나서. 박 의원의 지지율은 변화무쌍했지만 줄 곧 대권 후보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의원들도 딱히 대안 없어 보인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항마로 계속 거론되고 있지만 1%가 아니라 많이 부족해 보인다. 정책이나 능력을 떠나서 박근혜 의원이 묻지 마 영향력 때문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야 박근혜 의원의 대항마를 키우지 못한다면 결국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라도. 야당에게 정권을 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두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이명박 정부 하반기는 총선과 대선 승리뿐이다. 모든 코드와 채널은 선거에 맞춰 편성되거나 왜곡, 과장, 포장될 것이 뻔하다. 그렇기에 이명박 정부가 끝난 뒤에 입김을 불러 넣을 수 있는 체제마련에 골몰 하고 있는 것 아니가. 개헌.
그렇다면 야권은 준비된 대통령 후보를 준비하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야권통합이 만이 살 길이라는 명분도 약해 보인다. 약하다는 것은 그것 하나로 운명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뜻은 없다. 진정 야권연대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대찬성이다. 한나라당에게 다음 정권을 넘겨 줄 수 없는 절박함 하나뿐이다. 한국의 대선은 아직 극적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지난 5년의 시행착오를 되돌리기 위해서 어떤 후보가 나와야 할까. 박근혜 의원의 대항마는 누가 좋을까. 할 일이 너무 많다. 다시 시계추를 과거로 더 연장시켜 되돌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희망은 있다. 왜냐면 박근혜 의원 역시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면 몇 가지 주요 사안에 대해 분명하게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4대강이 그렇고, 애매모호한 복지 정책이 그렇다. 이명박 정부 실정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무임승차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야권은 묻지 마 투표를 막기 위해 서민정책을 분명하게 세우고 가다듬어야 한다. 결국 선거 막판은 경제에 휘둘리게 되어있다. 쉽고 분명하게 피부에 닿게 경제에 대해 말해야 한다. 진정 잘 사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구호로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설령 대항마로서 야권후보 당선을 위한 대통령 만들기가 이루어진다면, 국민은 힘들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연과 지연으로 뭉친 박근혜의원의 싱크탱크를 넘어설 정책연합이 절실한 이유다. 박근혜 의원만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아니다. 아니다고 말하려면 이제 야권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갑자기 대낮에 쏟아지는 폭설보다 야밤에 쉬엄쉬엄 내리는 눈발이 더 깊게 각인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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