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채널 선택권 없이 식당에서 지정해준 방송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옆 자리에 한 가족이 모여 삼겹살을 먹고 있었지요. 11월 마지막 날 삼겹살 파티라. 보기가 좋았습니다. 지글 지글 역시 겨울철에는 삼겹살이 제 격인 것 같습니다. 김치도, 아니 묵은 금치도 함께 굽어지고 있네요. 입에 침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돌 일이 생겼지요.
뉴스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등장했네요. 연평도 포격 현장, 주민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나누는 장면. 한 주민이 자신의 집 앞 마당에 포탄이 떨어졌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이어서 안상수 대표가 포탄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옆자리에서 삼겹살을 열심히 먹고 있는 초등학생이 "어 저거 보온통 이야". 초등학생 엄마되시는 분이 맞장구치면서 웃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누가 보아도 보온통으로 보이는데, 포탄이라고 말하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지요. 이분이 정부 여당의 대표랍니다. 홍준표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서 행불자가 대표가 되면 정권 끝날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군면제에 대해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발언했던 내용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안상수 대표와 동행을 했던 같은 당 소속 황진하 의원(군 장성 출신)의 맞장구. 두 포탄의 크기(76mm 곡사포, 122mm 방사포)까지 자세하게 말했으니까요. 정말 엉터리지요. 이러니 사람들이 ‘개판 오 분 전’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야 YTN 돌발영상을 미리 보았으니 그냥 쓴 웃음만 지었지만, 처음 보신 가족 분들은 리얼 버라어티 정치코미디가 따로 없었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할아버님 두 분이 나란히 앉아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십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이야기를 하시네요. 그분 말은 카랑카랑하지만 말은 시원하게 잘 하는 것 같아.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 그 모양이니 누가 믿겠느냐고. 천안함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철에서 천안함 대화 나누는 장면은 처음이라 속으로 놀랐습니다. 대한민국어버인연합 분들만 대한민국에 있는 것은 아니지요. 소시민들도 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 소셜입니다. 허구가 아니라 논픽션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지요. 좋은 대학에 어려운 사법시험 통과해서 검사까지 하신한나라당의 대표가 이 정도니. 정말 이제는 사람 채용할 때 껍데기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보온병으로 연평도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니 아무튼 놀랄 일입니다. 상표까지 붙어있고. 천안함 1번 어뢰가 떠오르네요. 골목 전쟁도 전략과 전술이 중요한데, 골목대장감도 못되는 지도자들. 교양 부족입니다. 도대체 이 분들은 출세하기까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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