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매'로 널리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 표기) 감사결과가 공개되자, 그동안 고사리 손 기부에서부터 김밥할머니의 기부까지 이어온 나눔 문화가 융단폭격을 맞고 있습니다. 공동모금회 때문에 기부시즌에 모금단체에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됩니다.
공동모금회는 누리집에 회장이름의 반성문과 함께 '쓴소리 게시판'을 개설했지요. 한때 접속이 중단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쓴 소리 대열에 참여했습니다. 공동모금회 쓴소리게시판에 가보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지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한 중학생이 쓴 글이 눈에 뜨이네요.
쓴소리게시판 가보기>> 클릭
"전 현재 중학교 재학중인 한 중학생입니다. 초등학교때부터 학교에서 사랑의열매 씰 사라는거 진짜 거짓말 않고 꼬박꼬박 샀고요 길거리나 사랑의열매 행사같은것도 꾸준히 해왔어요 저금통도 보냇구요 아 근데 진짜 진심 뭥미 제돈 제 피같은 용돈 이렇게 써올줄 꿈에도 몰랐구요 정말 미래 대한민국 걱정되요 ㅋㅋ 차라리 그돈으로 먹을거 하나 더살걸 그랬나봐요 성금 따위 ㅡㅡㅡㅡ"
필자도 한 때 모금 단체를 만들고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중학생의 글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공동모금회는 법적으로는 민간단체지만 사실 준 정부기관입니다. 감사를 왜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받겠습니까. 게시판에 올라 온 몇 개의 글(아래 상자글)을 더 살펴 볼까 합니다.
1
음... 몇가지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1. 크리스마스실은 모금회관할이 아닙니다. 결핵협회의 사업이죠.
2. 모금회는 공무원이 아닙니다. 민간법인인데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는 기관입니다.
모금회에서 잠시 근무했던 경험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지회는 너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서 윗분 몇명이서 자기맘대로 해먹습니다.
최고 책임자인 처장의 임기자체가 없죠. 아마 12년넘게 해먹고 있을걸요.
밑의 직원들이야 업무량에 치이는게 비일비제
심지어 처장, 부장이 해야할 것도 떠안는 일도 있을 겁니다.
고로 자기 말잘듣는 이들위주로 조직이 운영되고 안그러면 쫒아냅니다.
(한동안 계약직으로 이 조직이 운영될때 이런 풍조 심했어요.)
유독 인사채용쪽 비리가 말많은 것도 이때문이겠죠.
진짜 윗분들은 지역 순환제,임기제 확실히 해야합니다. 한곳에서 군림하면 곤란하죠.
견제되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조금씩 문제가 있을때 공개되고 적절히 처리가 되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텐데...
갑자기 한번에 모아서 터지니 국민에게 굉장한 실망감으로 다가온게 아닌가 싶네요.
비리의 열매, 유흥의 열매란 말이 있더라구요. 지금 정도의 쇄신가지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타인의 소중한 마음을 흥청망청 써버린 당신들에게는 일말의 측은함도 느껴지지 않는군요. 조직을 해체하고 회계장부 투명한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이 이번 비리사건의 대응책 같군요... 그동안 소액기부를 꾸준히 해온 저로써는 그 돈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씁쓸합니다.
3
와 어이가 없네 무슨 직원 연봉이 3천만원에 사무총장은 9천만원??
개인돈으로 단란주점가도 욕먹을 판국에 국민 성금으로
그럴수있나...모금이 많이 되었다고 성과급 지급하는것도 그렇고...
국민의식이 바뀌어서 모금이 많이 된거지
여기에 주민번호 쓰는것도 기분 드럽네 대국민 사기단체....
4
정말 너무 배신감이 듭니다. 이런 큰 단체가 이런 비리를 저지르니 정말 열심히 나눔을 배푸는 조그만 단체들만 상처받고 다치는것 같습니다. 연신네쪽 할머니 할아버지 무료급식하는곳을 봉사 다니는데 봉사자도 줄고 성금도 줄어 늘 힘들어하시는 단체장님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말뿐인 반성문에 국민들 우롱하지 마시고 그냥 해채하시는게 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누구는 돈이 남아서 성금에 내시는 줄 아십니까,
부족하지만 서로 서로 돕자고 낸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셨습니까?
다른 기업이 그런다고 설마 사랑의 열매까지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반성하고 계신 것은 맞습니까?
우리가 앞으로 마음 놓고 성금을 낼 수 있을까요?
성금으로 유흥비 대실 때,
뿌듯해하면서 성금 내셨을 시민분들의 마음은 생각이라도 하셨습니까?
그래서, 성금으로 유흥비 대셨을 때는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우리는 우리가 낸 돈이 기부에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아니면 유흥비로 쓰이고 있는 지도 모르고,
성금만 줄기차게 내면서 쓸데없는, 결국 이런 씁쓸함만 가지고 올 뿌듯함을 느꼈군요.
서로를 믿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서로를 돕겠다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들이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따름입니다.
공동모금회는 쓴소리게시판 올라온 글들을 한 차례 회초리폭풍으로 여기면 안 됩니다. 반성도 필요하지만 공동모금회법이나 공동모금회 전반에 대한 투명성 프로그램을 강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일부 직원에게 경고조치 한것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여론에 휘말려 급하게 졸속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된 기부자들이 납득할 만한 대책을 발표해야 합니다.
한국의 기부문화는 민간모금단체의 설립으로 2000년도를 정점으로 확산되었지요. 모금단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입니다. 조직이 커지고 관료화되면 당연 부패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지요. 돈을 많이 모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제대로 투명하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지난 아이티 지진 때 대한적십자사가 지원한 금액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급히 지원하지 않고 통장에 이자불리면 됩니까! 정부는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사랑의 열매를 투명의 열매로 바꾸기 위해 공정한 해법을 내놓기 바랍니다. 아울러 국가가 미치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를 공동모금회가 제대로 지원을 했는지, 배분과정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울러 복지영역에만 기부문화가 국한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작은 풀뿌리민간단체에 기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더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감성적 기부가 아니라 이성적 기부문화가 자리잡게 해야지요. 시민사회단체에도 보다 많은 기부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리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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