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늘 기사를 읽어보니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서울시설공단은 서울 청계천6가 전태일다리(버들다리)에 전시된 만평 28점을 수거했다고 한다. 지난 1일부터 전태일 추모 40주기를 앞두고, 전국시사만화협회 소속 작가 10명이 다양한 현재 사회문제 담은 만평을 전시하고 있었다. 만평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언론을 통해 공개되거나 인터넷에서 회자된 만평들이다.
작년에는 광주에서 열린 한 전시에서 ‘삽질 공화국’이라는 작품이 선보이자, 국정원관계자가 광주시 담당관에게 전화를 넣어 압력을 행사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만평은 창작이자 기사이기도 하다. 서울시설공단이 어떤 지시를 받고 작품을 철거했는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렸는지 궁금하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만평전에 출품한 작품철거는 분명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일이다. 지금 서울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과잉 홍보에 단속에 호들갑을 떨고 있다.
조급증에 걸린 이명박 정부와 서울시. 광화문 현판은 금이 가고, 이제 국민의 마음속에 금을 내려 하고 있다. 전태일의 이름을 욕되게 한 만평 철거는 고인뿐만 아니라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가슴을 짓밟는 행위나 다름없다. 인권은 후퇴되고, 표현의 자유는 침해 받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과 청년실업문제를 넋 놓고 바라보면서 오직 G20 개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
서울시설공단은 당장 만평 작품을 되돌려 놓기를 바란다. 전태일 40주기 행사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어야 할 작품을 사전 검열이라도 하듯 철수 해 간 것에 대해 책임자는 사과해야 한다. 만평은 사회를 향한 촌철살인이자 풍자 미학의 꽃이다. 몇 백 마디의 말보다 한 칸 혹은 두 칸에 그려진 함축미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가? 왜 만평을 보니 두려운가? 두려우면 통치를 잘하면 된다. 방송에 이어 이제 거리에 난선 만평작가들의 작품마저 흔들어 놓은 이번 사건은 가볍게 넘어 갈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몸을 태우면 한국 노동운동의 불꽃을 만들어 낸 전태일 열사가 죽어 살아 ‘요즘’을 바라보다면 어떤 심정일까.
<철거 당한 만평들 슬라이드 쇼로 감상하기/미디어오늘에 수록/ 이미지출처는 전국시사만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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