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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정부는 통일세가 아니라 북한 쌀 지원부터 먼저해라

by 밥이야기 2010.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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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은 농민들 한숨 소리로 가득합니다. 두 개의 태풍 때문입니다. 하나는 태풍 곤파스에 이어 시시각각 북상하고 있는 말로, 다른 하나는 쌀값 폭락. 정부는 지난 8월 끝자락에 쌀 수급 안정 대책(8.31 쌀값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북 쌀 지원과 재고 분량에 대한 방침은 빠져있습니다. 두 가지를 빼놓고 쌀값 안정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농협을 통해 쌀 생산 잉여분을 매입하고, 쌀 농지(쌀 생산농가)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쌀 수요 초과분은 농협에게 은근 슬쩍 넘기고, 쌀 대책이 아니라 농지 규제완화를 통해 아예 농가를 없애려는 속셈이나 마찬가지.

 

쌀값이 반 토막(30%대 하락) 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추수를 앞둔 황금들녘이 눈부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직되면서,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은 전격 중단되었지요. 나라 곳간에는 300만톤의 쌀이 잠자고 있습니다. 대북 퍼주기식 지원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입니다. 식량지원을 단순한 퍼주기 관점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바라보아야지요. 여론의 압박으로 마지못해 민간차원에서 식량지원의 문을 열어놓았지만, 이제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북한의 식량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 쌀 지원에 반대하는 분들의 논리는 항상 한 가지입니다. 북한에 쌀을 지원해 보았자,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무기 장사(예시)를 위해 쓰인다. 구체적인 자료제시도 없이 이야기 합니다. 물론 일부는 그럴 수도 있겠지요. 북한이건 남한이건 권력의 욕망은 존재하니까요. 수위의 문제지요. 하지만 다른 것은 둘째치더라도, 쌀 지원만큼은 시작되어야 합니다. 남아있는 쌀 보관비용만 6,00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껏 내놓은 대책은 궁색하기만 합니다. 동물사료나 쌀 가공식품 육성입니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인식을 바꾸지 않고 쌀 지원마저 하지 않는다면, 대북관계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식량지원만큼은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붕괴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강약조절도 없고 오로지 강수만 두고 있지요. 승자도 패자도 없이 판이 엎어질 수 있습니다. 점진적 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북한에 무조건 양보하자는 말이 아니지요. 지금 중요한 것은 통일세가 아니라 조건 없는 대북 쌀 지원이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북한 체제의 급격한 변화를 바라는 것은 미련한 생각입니다. 반세기 넘게 이념으로 무장된 북한 주민들이 쉽게 변화되리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발상이지요. 쌀 재고분을 동물들에게 주고, 굶주린 북한 주민들은 동물보다 더 천대받아야 합니까.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싸우지 말고 모셔라

싸우고 가면 말이지
계속 고달픔을 줘요,
상대도 그걸 견뎌 내는
내성이 생긴단 말이예요.
그러니까 편안하게 해 줘야 낫는다고.

모시고 간다는 건
병을 편안하게 해 줌으로써
풀어 주는 거예요.
병하고 싸우면 말이지
병은 점점 기승을 부리거든요.

- 무위당 장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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