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 통상부 장관이 다시 유명해졌다. 지난 베트남 하노이 발언을 사람들은 기억한다. “젊은 애들이 전쟁과 평화냐 해서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을 찍으면 평화고 해서 다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 유지하지 못한다”,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
국가 안보관이 투철하신 유 장관. 6.2 지방 선거 때 한나라당을 찍지 않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북한으로 가라고 외친 이 분의 따님께서 외교통상부 5급 특채로 ‘나 홀로’ 입성 했다. 먼저 축하드린다. 축하 받을 만하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 대기업 회장 딸이 경영수업을 위해 취직하는 경우는 많이 보아왔다. 자신들이 잘나서 척척 승진해서 사장 자리에 오른 것처럼 착각할 수 있겠지만, 김일성 세습 정치와 뭐 다른가? 부의 대물림 일뿐이다.
유명환 장관의 가족관계는 아내와 1남 1녀. 자녀가 10명 이상도 아니다. 자식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보일 것이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들,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 자신의 딸이 지원했고 특채로 뽑혔다는 것을 모를 일 없다. 그것도 높은 경쟁률을 딛고 누가 보아도 명명백백 여러 시험 단계를 거쳐 뽑혔다면 사람들이 인정해 줄 것이다. 아니 그래도 사람들은 구린내를 찾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특채논란은 너무 심했다. SBS 8시 뉴스가 보도한 내용대로라면, 특채는 정말 특별한 채용일 뿐. 유 장관의 딸은 1차 서류전형에서 외국어 시험증명서가 유효기간이 지나, 다른 지원자와 함께 탈락되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재공고(지원 기간을 한달로 늘여)를 내었다. 유 장관의 딸은 외국어 시험에 응시, 성적표를 제출 재응모해서 최종 합격했다. 면접관도 다섯 명 중에 2명이 현직 외교통상부 직원이다. 응모 요건도 유 장관의 합격을 위해 마련한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석사학위 소지 및 유관 분야에서 2년 이상 근무 경험’. 유 장관의 딸은 계약직으로 외교통상부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 정황을 살펴 보건데, 유 장관의 딸 특채합격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만약 ‘나의 딸’이 내(부처 장관일 경우)가 근무하는 곳에 그런 조건의 특채에 지원한다면 목숨 걸고 막았을 것 같다.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해도 고시와 같은 공채방식이 아니라면. 고려, 조선시대의 음서제도가 21세기 한국 사회에 부활한 셈이다.
얼마 전 정부는 지금의 행정고시제도를 특채비율을 높여 채용방식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관련 지식을 묻는 시험을 치루지 않고 서류전형과 면접에 중점을 두고 채용하겠다는 뜻. 많은 사람들이 이제 고시도 개천에서 용 나오는 일이 사라질 것 같다면 걱정했다. 이번 유 장관 딸 특채는 행정고시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니면 유 장관 딸 채용을 위해?
유명환 장관 딸의 특별한 합격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력이 좋아서 뽑혔다면 무슨 상관이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그걸 믿겠는가. 참 염치없는 일이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 사람들이 서울 고시방에 둥지를 트고, 새우잠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유 장관 딸의 합격은 한국 사회 연고주의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오랫동안 회자될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일을 간단하게 넘겨서는 안 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업을 찾기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는 청년들의 사기를 죽이는 일이다. 또한 이 일은 유명환 장관 스스로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너무 몰상식한 일 아닌가? 과거에는 음서제도가 있었지만, 고려시대에는 상피제가 있었다. 권력의 집중·전횡을 막기 위해 일정범위 내의 친족간에는 같은 관청 또는 통속관계에 있는 관청에서 근무할 수 없게 했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하반기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이번 특혜채용 진위를 밝혀야 한다. 아니 밝히기 전에 유명환 장관은 다시 유명해 지기 전에 사퇴하는 것이 맞다.
공감하시면 아래 손가락 모양 클릭 - 더 많은 사람들과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정치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명환 장관님, 5급 특채 요건이 바뀌었네요. 일년 사이에 (0) | 2010.09.03 |
---|---|
역사 공부시켜준 유명환 장관, 사과하면 끝인가? (3) | 2010.09.03 |
이명박 각하, 저도 청와대 시계 하나 주세요? (0) | 2010.09.02 |
태풍 곤파스와 MB의 고속철도프로젝트 (0) | 2010.09.02 |
조현오는 경찰청장되고, 노정렬은 고소당하고? (0) | 2010.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