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7.28 재보선 선거 전 후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행보 2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지요. 정부 주요 인사들도 대기업에 대한 비판 발언을 이어나가자, 전경련도 발끈했지요. 전경련은 제주도에서 열린 하계포럼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관을 굳건히 하는 데 힘써달라” 말했습니다. 대기업 운운하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해라는 훈계에 가까운 발언.
이명박 대통령도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전경련이 대기업 중심으로 생겼지만, 대기업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로 가면 안 되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고 말하면서, 자발적 상생을 이야기 했네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자칫 포퓰리즘으로 보일 수도 있다” “자발적 상생이 중요하고 강제 상생은 의미가 없다(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에 대한 포화를 연 것은 캐피털 이자율 때문이었지요. 발언은 즉흥적이었으면 포퓰리즘으로 보였습니다.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역할를 강조하면서 다시 자발적 상생으로 입장정리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발적 상생’이란 말이 참 멋져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합니다. 특히 대기업, 중소기업관계를 놓고 볼 때는 더 그렇지요. 자발전 상생은 우선 대기업 조직내 경영자와 노동자의 자발적 상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제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비정규직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 생존이 가능할까요?
안철수가 생각하는 상생
안철수 교수(카이스트)는 대기업과 벤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대해 자주 언급했습니다. 작년 MBC 황금어장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때도 실리콘 벨리 이야기와 뉴스데스크에 출연 <"상생이 아쉽다"‥"기업가정신 살려야">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들어도 이해하기가 쉬운 내용이라 원문을 공유할까 합니다.
기업가 정신이 꽃피고 있는 곳, 저는 주저 없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꼽습니다. 그런데 사실 실리콘밸리는 '성공의 요람'이 아닌 '실패의 요람'입니다. 100개 기업 중 1개 정도만 살아남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했고 도덕적이고 문제가 없다면 계속 기회를 줍니다.
거듭된 실패 끝에 한 번, 1000배로 성공하면 모든 고통을 갚고도 남음이 있거든요. 그런 데서 인텔이나 구글 같은 초일류 회사들이 탄생한 겁니다. 우리의 벤처기업 환경은 어떻습니까? 한번 실패하면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특히 '대기업과 벤처기업과의 상생' 구조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구글의 예를 들어볼까요? 구글 때문에 다른 인터넷업체들이 망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우산 아래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비즈니스의 역사가 짧고 단기적인 시각이 팽배한 나라에서는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이익을 빼앗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자인 벤처는 강자인 대기업의 인력파견업체로 전락하다가 대부분 도태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정부의 '감시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창업 리스크가 크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CEO의 연대보증제도'를 들 수 있죠. 사업을 포기하면 부채가 모두 CEO 개인의 부채가 돼버리기 때문에 유사시에 사업을 접고 싶어도 접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한 번 실패한 기업가는 금융사범이 되어 재기가 불가능해지는 거죠. 요컨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약육강식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감시를 강화하고, 창업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제도적인 노력이 뒤따를 때 기업가 정신의 부활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자발적 상생이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해왔습니까? 조선일보 오늘자 특파원(박종세) 칼럼 제목은 “삼성과 애플에 납품해보니 ”입니다. 트위터에서도 회자되었던 내용을 언급했지요. 한 중소기업이 삼성과 애플에 납품하면서 느꼈던 차이점이란 “천국과 지옥”. 지옥은 어디였을까요? 자발적 상생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대기업 오너들의 마인드가 우선 바뀌어야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생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대기업 규제완화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제대로 날개를 펼 수 없는 구조(제도정비)를 바꾸어 내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지적재산권과 아이디어에 대한 보호 또한 시급하지요. 비유하자면 항공모함에서 이쑤시개까지 만들어 내는 곳이 대기업 아닙니까. 같은 제품을 출시한다면 당연 경쟁력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안철수씨는 <당신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상생과 공존의 지혜를 밝히는 15가지 이야기(공저)> 서문을 썼습니다. 내용 중에 인상적인 말이 있어 옮겨 보면서 상생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공존을 위한 사회적인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간의 신회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배신을 당해 온 역사 속에서, 질투심과 경쟁심이 극심한 사회 환경 속에서, 그리고 투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아래서, 수평적인 관계의 집단들뿐만 아니라 수직적인 관계나 제삼자까지도 믿지 못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제도적인 환경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자시만 손해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의 지속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그 물건을 살 수 있는 개인과 개인의 경제적 여유와 시장이 존재하는가하는 점이다. 어느 한 곳으로 부와 정보가 집중되어서는 결과적으로 모두 존재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공존과 상생’의 진리가 여기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불편하면 결국 나도 불편한 것이 되고, 누군가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할 가능성이 높아가는 이러한 진리 앞에서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안철수)
아직 한국 사회 조직문화는 수직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모든 대립 과정 속에서 수직적 관계의 문제점이 도출하고 있습니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우선 수평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발적 상생이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자발적 상생은 불가능합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더 그렇지요. 하청업체가 아니라 동반자, 서드 파티(Third Party)로 인정하고 수평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생각들을 종합해 보면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행보는 여전히 포퓰리즘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소통과 대화의 기본 상식을 배우고 지키는 것이 더 절실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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