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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현직 선생이 생각하는 EBS '군대 폄하 강의동영상?'

by 밥이야기 2010.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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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한 교회에 소속된 선생님과 학생들(고등학교, 대학생) 대상으로 블로그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강의를 끝내고, 인터넷 댓글문화와 관련 질의응답 시간에 주제와 좀 벗어난 EBS "군대는 죽이는 거 배워오는 곳" 이야기가 있었지요. 우선 ‘군대 폄하 강의 동영상 사건’ 경과를 살펴볼까합니다.

 

군대는 죽이는 거 배워오는 곳

EBS 수능 강의 시간, 언어영역 국어시간을 맡은 한 여자 강사분의 발언이 어제 동영상으로 유포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스타 강사로 불리는 이 분의 강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남자들은 군대 갔다왔다고 좋아하죠. 그죠? 또 자기 군대 갔다왔다고 뭐 해달라고 만날 여자한테 떼쓰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분필을 칠판에서 떼면서 “그걸 알아야죠. 군대가서 뭐 배우고 와요?”라고 물어본 뒤 손가락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면서 “죽이는 거 배워오죠”

“여자들이 그렇게 힘들게 낳아 놓으면 걔는 죽이는 거 배워 오잖아요. 그럼 뭘 잘했다는 거죠 도대체가. 자, 뭘 지키겠다는 거예요. 죽이는 거 배워오면서. 걔가 처음부터 그거 안 배웠으면 세상은 평화로와요” “너무 남존여비 이거 거꾸로 가고 있죠? 여존남비? 자 어쨌든 기분 좋습니다. 그 다음 갈게요. 안티가 늘어나는 소리”

 
해당 동영상 게시판에 항의 글이 올라오자, EBS측은 부랴부랴 곽덕훈 사장이 사과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저로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고 너무도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 “이렇게 제작된 강의가 사전에 충분히 검증되지 못하고 인터넷에 그대로 탑재된 것에 관해서도 사장으로서 무한의 책임을 느낀다”

 
문제의 강의를 한 해당 선생은 휴가 중, EBS측에서 발언을 대신에서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군대에 다녀오신 분들, 그리고 앞으로 군대 가실 분들께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뭐라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현직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동영상 강의


중학교 국어 선생으로 계시는 분(여자)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성향에 맞추어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 내용이 팝콘처럼 가벼워 볼일 때가 많다. 의도적으로 인기영합형의 강의를 한 선생도 문제지만, 녹화 방송된 강의 내용을 편집과정을 거쳤다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남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군대가 죽이는 것을 가르치는 곳은 맞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간단하게 군대에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초등학교 선생으로 계시는 분은 이런 의견을 주셨습니다. “ 군대 문제를 ‘정의(Justice)' 관점에서 심도 깊게 이야기 한다면, 다양한 의견 중에 한 부분 이야기로 나올 수 있는 견해지만, 이번 동영상 건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군대를 다녀 온 한 대학생의 의견은  " 군대는 죽이는 것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살리는 것을 가르치기도 한다. 단편적으로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강의를 한 선생이 평화의 관점에서 군대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더 풍부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군대를 싫어하고, 전쟁도 싫어하지만 단순하게 말하거나 단정지어 말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선생이 발언 한 대목만 강조시켜서 부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인권의 문제로써 군대를 이야기 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수 있는가?"


의견들이 분분했지만, ‘경솔했다’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군도 늘어나고 있지요. 군대는 꼭 성비로 나누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군대는 남성적 언어입니다. 질의응답을 받으면서, 지금 이글을 쓰면서 하버드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강의 주제가 떠올랐습니다.


한국 교육 현주소의 단면

 하버드 학생에게 ‘정의’란 주제 하나를 놓고 강의를 해서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샌델 교수. 다양한 사례를 놓고 정의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사고하게 만듭니다. 사례 하나를 살펴보면 아프카니스탄에 파견된 미 해군 특수부태 실 소속 대원들은 한 산악 마을에 밑에서 머물며 정찰을 하고 있었습니다. 임무는 빈 라덴의 측근인 탈레반 지휘자들을 찾기 위해서지요. 이들은 정찰 중에 100마리의 염소를 몰고 가는 농민 두 명과 만나게 됩니다. 만약 실 부대원들의 장소가 노출된다면 자신들이 공격 받을 수 있기에, 선택에 직면하게 됩니다. 농부들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풀어 줄 것인가. 왜냐면 자신들이 있는 장소 이외에는 다른 은신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만약 농부들이 탈레반 정보원들이다면 자신들이 죽을 수 있으니까요. 결국 대원들은 논쟁 끝에 농민들을 풀어줍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탈레반의 공격으로 병사 중에 여러 명이 숨지게 되지요.

선택. 농부들을 살려 준 것이 정의인가. 농부들을 죽여서 탈레반 지휘관들을 찾아 색출하는 것이 정의인가?


동영상 강의를 통해 논란을 빚은 국어선생의 강의가 만약 정의와 관점, 평화와 폭력의 관점에서 군대 이야기 했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다양한 예시도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지만, 한국 교육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시교육(수능)에 맞추다 보니, 깊이 있는 강의가 나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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