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재단의 벌목작업에 항의하며 눈물을 흘리는 성미산 주민들(성미산대책위)
서울 마포 성미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마포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작지만 야무진 성미산. 홍익재단(홍익대 운영)이 홍익초·중·고를 이곳에 이전해 둥지를 틀겠다며 산을 깎아내고 있다. 성미산은 과거에도 개발에 맞서 이곳 주민들이 맞섰던 곳이다.‘성미산투쟁’이라고 하는 배수지건설 반대운동. 2001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성미산 정상에 배수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성미산의 소유자인 한양대학교 재단이 성미산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반대운동이 시작됐다.
그 결과 2003년 11월, 마을의 협동조합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성미산지키기운동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후 성미산을 중심으로 생태적인 마을, 자연친화적인 마을을 만드는 일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성미산마을’이라는 이름도 성미산지키기운동을 함께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붙여졌다.
성미산투쟁은 사람들에게 협동의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마을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살고 있는 터전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기회였다. 성미산은 아이들에게 생태학습장이고 주민들에게는 휴식처이고 공동체공간이며 마을의 상징이 되었다.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적극적으로 성미산을 지켜야 한다
홍익재단은 자신들의 사유지에서 재산권을 행사한다는 이유하나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지금 성미산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힘들게 지킨 성미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판이니, 가슴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성미산 마을은 서울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성미산의 성공적인 마을이루기 사례는 방송과 언론을 통해 자주 소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견학하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성미산 마을이야 말로 서울시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곳 중에 하나다. 아무리 멋지고 새로운 건물을 짓고, 뉴타운을 만들어도, 성미산 같은 곳이 쉽게 탄생되겠는가. 성미산 마을이야 말로 '도시에서 마을 공동체 이루기'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널리 널리 전파시켜야 할 모범사례다. 그 가치를 어찌 돈으로 따지겠는가.
오세훈 시장은 취임할 때부터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디자인이라는 이름아래 무차별 개발이 이루어졌다. 많은 서울 시민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지 않았는가.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제 성미산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많고 많은 땅 중에 왜 성미산인가? 만약 성미산의 모습이 사라진다면 오세훈 시장은 환경 파괴 묵인이라는 오명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너구리가 아니라 사람 잡지마라?
성미산 소식을 전해 들여면서 일본 다카하타 이사오감독은 첫 장편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 떠올랐다. 이 애니메이션의 아카데미라 불리우는 제20회(1995)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장편)를 수상하기도 했다.
폼포코에 '뉴 타운' 계획이 수립된다. 뉴타운은 세계 곳곳에서 매일 수립되고 추진되고 있는 셈. 개발의 명목아래 수많은 산과 숲이 파괴되었다. 폼포코에 사는 너구리와 생명체들은 산과 숲을 지키기 위해 인간에게 저항한다.
성미산은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다. 성미산을 파괴하는 것은 삶을 파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미산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희망의 나무를 심은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은 서울의 비극이며, 녹색 성장의 허구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미산을 지켜야 되겠다는 이유만 분명하다면 서울시나 성미산 주민들, 성미산을 아끼는 사람들이 함께 사유지라 하더라도 국민신탁운동(내셔널트러스트) 차원에서 홍익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개발부지를 인수할 수도 있다. 지혜를 나누고 모을 때이다.
>> 서울시「도시계획 조례」에 의하면 성미산 개발은 절대불가(읽어보기)
>> 성미산을 지키는 사람들(다음카페)
>> 성미산 대책위(클릭)
내셔널트러스트운동(국민신탁운동)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 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을 의미한다. 이 운동은 산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영국에서 1895년 시작되었다. 당시 영국은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환경 파괴 그리고 자연․문화유산의 독점적 소유에 의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였다.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존엄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환상이 사라질 즈음, 시민들 스스로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를 탄생시켰다.
1895년 변호사 로버트 헌터(Robert Hunter), 여류 사회 활동가 옥타비아 힐(Octavia Hill), 목사 하드윅 론즐리(Canon Hardwicke Rawnsley) 세 사람에 의해 출범한 영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정식 명칭은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보전하기 위한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for places of Historic Interest and Natural Beauty)'이었다. 1907년 내셔널트러스트 특별법(the National Trust Act)의 제정으로 내셔널트러스트가 확보한 자연․문화유산에 대해서는 개인이나 국가의 소유가 아닌 ‘시민의 유산’으로 사회적 소유가 실현될 수 있는 계기를 맞는다. 이러한 제도화로 인해 내셔널트러스트가 확보한 시민유산은 ‘양도불능의 원칙’이 보장됨에 따라 ‘영원한 보전(permanent preservation)'이 가능해졌다.
현재 영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전 국토의 1%를 소유하고 430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영국 최대의 사적 토지소유자이자 시민단체로서, 정부정책의 감시자 역할뿐 아니라 자연·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보전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2] 또한, 2007년 12월 ‘세계내셔널트러스트기구(International National Trusts Organization=INTO)가 발족됨에 따라 전 세계 30여 개국이 활동하는 국제적 자연·문화유산 보전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 성미산의 나무를 굴착기로 쓰러뜨리려 하자 나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 주민들(성미산대책위)
성미산 마을 이야기
*사진: 밥이야기
성미산 마을 일대에는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이곳의 전세 값은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고 그나마 나와 있는 집이 없다. 아이들 키우기에 좋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유명해진 탓에 이곳으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이 4곳, 방과 후 어린이집이 2곳,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가 있어 뜻있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친환경먹을거리를 나누는 마포두레생협 매장이 있고, 유기농반찬만 취급하는 동네부엌, 재활용품을 교환하는 되살림가게, 자동차를 함께 나눠 타는 사람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가족으로 품는 사람들, 마을을 만들고 가꾸고 사람들을 아우르는 사람들이 있는, 사는 게 든든한 곳이다.
성미산마을 이야기는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각각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모여 성미산마을을 만들었다. 시작이 함께였듯이 그저 사람들의 작은 뭉치가 다시 뭉쳐 덩어리를 키워가는 형태로 사람들의 뭉치들이 모여 마을을 만들었다. 그만큼 성미산마을 이야깃거리는 풍성하다.
성미산을 지켜낸 사람들의 마을 이루기
아이들 교육에서부터 시작한 공동체실험이 성미산지키기운동의 성공을 계기로 마을로 확대되었다. 힘을 모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을지기로 나서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힘이 처음 모아진 게 ‘참여와 자치를 위한 마포연대’다. 지역주민이 주인으로 마을을 만들고 지키겠다는 의지로 성미산지키기 활동과 의정감시활동, 저소득층 건강지원사업, 자전거 활성화와 자동차 줄이기 등 다양한 활동을 폈다. 현재는 복지분과에서 해왔던 저소득층 지원사업인 마포희망나눔과 합쳐져 마포희망연대로 바뀌었다.
성미산 꼭대기에서 구상된 것 중 하나가 대안학교다. 공동육아 아빠들의 희망이 성미산학교로 실현되었다. 목이 마른 사람이 먼저 물을 찾듯이 학령기에 접어든 공동육아협동조합 출신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들의 교육대안으로 만들어낸 마을학교다.
공정한 차정비와 서비스를 목적으로 만든 성미산차병원협동조합도 성미산꼭대기에서 나온 아빠들의 구상이었다. 상근자 2명이 실무를 맡고 있으며 3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성미산마을 만들기의 기본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것이다. 협동조합만의 외로운 섬만들기가 아닌 성미산마을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2007년 10월, ‘㈔사람과마을’이 만들어졌다. 주로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문화활동, 성미산마을축제와 마을교육, 마을디자인을 계획하고 준비한다.
성미산마을에는 협동조합의 중심활동가뿐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 예술인, 사회운동단체들이 마을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성서초등학교 후문 담벼락의 쓰레기장이 멋진 공원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주민들의 힘이 컸다. 골목 담벼락에 그려진 멋진 벽화는 지역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그려낸 작품이기도 하다. 마을방송국인 소출력 라디오FM은 언론지망생들과 마을 사람들,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국이다.
성미산마을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작은 움직임이 모여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2~3명의 사람들이 계속 뭔가를 꿈틀꿈틀 이루어 내고 있다. 성미산마을의 중심인 성산동에는 마포두레생협을 비롯해 가까이에 공동육아협동조합과 되살림두레가게와 한땀두레, 친환경반찬가게인 동네부엌, 마을 사람들의 쉼터인 작은나무 카페, 교육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성미산 학교가 이어져 있다. 최근 이 마을에 4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시민공간 나루’라는 5층건물에 들어오면서 마을과 사회운동의 끈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렇듯 성미산마을에는 교육과 문화, 경제, 주민자치, 환경, 복지와 관련한 사람들의 모임과 단체와 활동이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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