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땡볕이 번갈아 아스팔트를 식히고 달구기를 반복하고 있다. 삶의 현기증 때문일까. 8월 1일과 2일 사이, 자살 소식이 연이어 들린다. 7월 31일 오후 5시 40분 쯤 대구지법 모판사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에서 삶의 끈을 끊었다. 다음 날 4시 반쯤 서울 논현동 원룸에서 26살 김 모 씨가 목을 매 자살했다. 사채 빛 때문이라 한다. 이번 지방 선거에 낙선한 전 구로구 의원도 선거 결과에 낙담, 자살했다.
이런 자살, 저런 자살. 가슴 아프다. 오죽하면 목숨을 끊었을까. 엊그제는 열아홉 살이라고 아로 새겨진 주민등록증(생년월일 1991년X월X일, 박XX 주민번호 XXXXXX-2XXXXXX) 밖에 없는 한 여자가 꽃을 피워 보지 못하고 한강물에 낙하했다. 언론(국민일보)에 따르면 그녀는 한 페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했다고 한다. 삶의 둥지는 고시원. 부모가 이혼해서 조부모와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그녀는 한강에 삶을 투척하기 전에 레스토랑 동료에게 휴대폰 메시지를 보냈다. "고시원비도 밀리고 해서 너무 힘들다" 그 다음 날 그녀는 출근하지 않았다. 그 다음 날 그녀는 한강 난간에 섰다.
한국은 자랑스럽게도 OECD 가입국 중에 자살률 1위다. 한여름에 소름 돋는다. 불명예다.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뭐하나, 국가의 품격은 자살률이 높으면 올라가는가. 보건복지가족부와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0대와 3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은 각각 40.7%, 28.7%다. 자살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빈곤 자살은 너무나 슬픈 일 아닌가. 좀처럼 탈출하기 힘든 감옥 같은 삶. 그녀는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만 다녔다. 페밀리 레스토랑에서 여유 있게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 달 급여 80만원 고시원 월세 27만원.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한 시민단체에서 기획한 빈곤체험(최저 생계비로 한 달 나기) 참여 이후, 하루 6,300원으로 황제 같은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차명진 의원은 워킹푸어(근로빈곤층)나 빈곤에 대한 인식자체가 부족했다. 하루의 생활로 빈곤의 상황을 블랙코메디로 만들어 버렸다. 일을 해도, 가난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현실을 희극화 시켜버린 정치인들이 있기에 그녀의 자살은 더 슬프다.
상생이란 무엇일까. 공존이란 무엇일까. 서민경제란 또 무엇인가.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척박한 삶을 살고 있다. 겉모습은 다들 행복해 보인다. 왜곡된 현실이 불러 넣은 착시현상 때문이다. 가난의 대물림. 이제는 자살의 대물림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것 같다. 진보건 보수건 빈곤이나, 언어의 폭력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녀의 시신은 이미 한강 저 끝 모를 밑바닥 정처 없이 부유하고 있을 것이다. 내일이면 우리는 그녀의 자살을 잊을 것이고, 또 다른 자살에 놀라, 슬픔을 보태고 지우기를 반복할 것이다.
자살의 이유를 우울증이나, 개인의 정신 상태로 치부하기에는 그 골이 너무 넓고 깊다. 성장의 그늘이 드리워낸 사회적 현상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품격은 요원하다. OECD 경제 지표보다, 자살률 꼴찌 행복지수 1위가 더 낫지 않을까. 그녀의 죽음은 나의 동생, 친구, 동료의 죽음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분노해야 한다. 더 슬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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