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기념일은 우리에게 무엇으로 다시 살아나야 할까요. 새벽에 6월 항쟁 기념관 사이트에 들어가 이런 저런 자료(그 당시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문)를 살펴 보다가 6월 항쟁의 기폭제(6월 항쟁 1기를 연~)가 되었던 박종철과 만났습니다. 박종철이 감옥에 있을 때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편지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저들을 미워합시다. 그리고 저들이 저들 편한대로만 만들어 놓은 이 땅의 부당한 사회구조를 미워합시다. 악한 것을 악하다고 말할 용기가 없다면 마음속으로 진실하게 믿는 용기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다.”
<편지 전문>
아버지, 어머니.
더운 날씨에 고생들 많으시지요. 저는 여전히 건강하게 잘 지냅니다.
장마철인데도 비는 오지 않고 높은 하늘을 틀린 일기예보를 조롱이나 하는 듯이 연일 쨍쨍 내리쬐는군요. 꽤 더운 편이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합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비취 파라솔 밑에서 선글라스 끼고 한가하게 피서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잘 먹고 잘 놀아서 피둥피둥 찐 살을 빼느라고 사우나탕, 헬스클럽 다니면서 땀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삼복더위에 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먼지와 기름 냄새로 가득찬 무더운 작업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노동자들에 비하면 저는 신선놀음입니다.
가족들의 그런 태도는 여기 갇혀 있는 저에게는 진정으로 위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딴 가족들은 면회오면 어떻게든 꿋꿋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고 바깥 소식들을 전해주고들 하는데 허구헌날 와서는 판사님 앞에 고개 숙여라, 판사가 무슨 내 할아버지라도 됩니까.
저들이 비록 나의 신체는 구속을 시켰지만 나의 사상과 신념은 결코 구속시키지 못합니다. 저를 포함한 수많은 노동자, 학생들이 구속되어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입니까. 누가 우리를 구속시켰습니까. 저들을 미워합시다. 그리고 저들이 저들 편한대로만 만들어 놓은 이 땅의 부당한 사회구조를 미워합시다. 악한 것을 악하다고 말할 용기가 없다면 마음 속으로 진실하게 믿는 용기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구속되어 있는 사실은 왜 쉬쉬합니까. 한 명에게라도 더 이러한 부당한 현실을 알리십시오. 내가 왜 구속되었는가를, 저들의 폭력성을, 우리들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고발하십시오. 그럴 용기가 없으면 마음 속으로나마 바깥에서 오늘도 열심히 싸우고 있는 우리 친구들과 저처럼 싸우다 갇혀 있는 친구, 선배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라도 쳐 주십시오. 엄마 아버지의 막내는 결코 나약한 인간이 아닙니다. 이만 줄입니다.
칠월 팔일 막 내
▲ 6월 항쟁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이한열의 죽음이 기폭제가 되었다. 6월 항쟁은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가장 컸지만, 광장을 막기 위한 강경진압과 폭력이 결국 87년 민주체제를 열게되는 원인을 제공했다.(사진 출처 : 인터넷 6월항쟁 기념관)
6월 항쟁. 1987년 6월 10일부터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져 온 군부독재의 사슬을 끊어 내기 위해 전국에서 민주대장정이 시작됩니다. 6월 10일부터 광장이 열린 것이 아닙니다. 1987년 1월 발생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큰 배경을 이루어 반민주, 반독재에 저항하는 시위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1월부터 항쟁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결과 이른바 절반의 승리라고 부르는 “6.29 선언”을 이끌어 냅니다. 사회 변혁운동에는 전략적 승리는 있겠지만 영원한 승리는 있을 수 없습니다. 승리와 패배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어떻게 변해나가야 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여기에서 6월 항쟁의 의미나 평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대선과 정권교체(이명박 대통령),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문제가 도출되어 촛불 시위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 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을 넘어선 새로운 지향과 사회 변혁 운동방식에 대해서. 그렇지만 하루아침에 야당이 되어 버린 민주당과 진보세력을 대변하는 민노당, 민노총 등 여러 사회시민단체들은 국민들이 호응할 만한 이렇다 할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물론 보수언론과 여러 장애요소들이 있지만, 부족했던 것만은 사실이 아닐까요. 성찰이라는 말은 많이들은 것 같은데 성찰도 하기 전에 새로운 정부의 통치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지요. 그 사이 자발적 시위의 가능성(아고라와 웹2.0을 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집단)을 보여준 촛불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습적인 광장 시위가 태풍의 눈이 되었습니다. 다들 이 현상을 어떻게 재해석 해내어야 할 까 고민을 하는 사이에 촛불은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꺼져갔습니다. 그렇지만 불씨는 곳곳에 이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6.2 지방선거에서 투표의 힘으로 다시 그 불씨를 살려냈습니다. 이제 6월 항쟁기념일을 맞아 야권과 진보세력은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어야 합니다. 여당과 이명박 정권의 변화만 바라볼 것이 아닙니다.
1987년 조선일보에, 요즘 이명박 정권들어 막말로 유명해 지신 김동길 교수가 이런 글(아주 쉬운 길도 있는데)을 썼습니다. 김동길 교수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 쉬운 길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묻는 길이다. 국민이 주인이라면 일단 모든 문제를 국민에게 물어서 주인이 원하는대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중략) 무엇이 문제인가. 아무 문제도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국민에게 묻겠다'고만 한마디 하면 되는 것이다. 아주 쉬운 길이 있는데 그 걸 버리고 가시밭길을 가지는 말아야 한다. 국민에게 물어라 그것이 가장 쉬운 길이다."(김동길)
왜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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