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씨가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1심 무죄판결과 관련 소회를 남겼습니다. 정치 검사 발본색원.
법원 재판부의 무죄판결 이후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로 검찰은 개혁 대상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횡포에 가까운 강압수사 등으로 정치적 행태를 드러낸 검찰에 대해 ‘공판중심주의 및 집중심리제’ 등과 같은 법원의 노력으로 상식과 진실이 재확인됐다”입장을 밝혔습니다. 자칭 보수언론과 시민단체 인사들은 볼멘소리로 사법부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적반하장이지요. 이번 사법부 판결은 형사소송법상 기본원칙을 지킨 공정한 재판이었습니다.
사법부와 검찰의 충돌로 몰고 가고 있는 일부 몰지각한 언론. 도덕성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희석시키려는 여당. 애당초 이 소송이 짜고 치는 정치고스톱이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누가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지 분명해졌습니다. 물론 검찰이 항소하기로 했지만,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진중권 씨는 “이번 사건, 그리고 그 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검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개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저질 정치검사들부터 발본색원”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필자는 개혁 대상이 검찰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혁 대상은 정치권이자 이명박 정부입니다. 자정 능력을 잃은 언론이나 종교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개혁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지요. 개혁 피로병에 걸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걸 조장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니까요.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소통이 열리고, 참여의 공간이 열립니다. 그래야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발언과 참정권이 늘어나지요.
검찰은 권력의 바람에 휘날려서는 안 됩니다. 중심을 잡아야지요. 기자들에게 이벤트 돈봉투 돌린 검찰총장 부터 물러나는 것이 개혁의 시작입니다. 검찰 내부에서 개혁적인 검사들이 들고 나서야 합니다. 발언하세요. 조직을 먼저 디자인하지 않고, 공정성을 외친들 누가 믿겠습니까.
검찰개혁, 정치 검사 발본색원해야
판결은 예상했던 대로 무죄로 나왔습니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또 다른 소재로 창작활동에 들어간 모양인데, 더 이상 검찰의 말을 믿어줄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법원 판결 중에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검찰과 곽영욱 사이의 더러운 거래를 암시한 부분입니다. 한 마디로 검찰이 곽영욱을 대충 봐주는 조건으로 한명숙에 대한 허위진술을 얻어냈다는 얘기죠. 도대체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무리한 기소였다는 것이 세간의 인식이었습니다. 법 논리로 따지면, 결국 검찰이 상식 이하의 닭짓을 했다는 얘긴데, 명색이 검사들이니 설마 법을 몰라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몰라서 그랬다면 애초에 검사 자격이 없는 거죠. 내가 보기에 알면서 그 짓 한 겁니다. 그 동안 정치색 농후한 무리한 기소를 했다가 낭패를 당한 검사들, 줄줄이 승진했지요? 이렇게 검사가 승소율로 평가 되는 게 아니라 기소율로 평가되는 이 빌어먹을 문화 속에서는, 정말 원칙을 갖고 일하는 검사들보다 권력의 주구 노릇이나 하는 저질 검사들이 판을 치게 되는 거죠.
이번 사건, 그리고 그 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검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개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저질 정치검사들부터 발본색원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사태, 언젠가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국민이 낸 혈세로 먹고 살면서 하는 일이라곤 고작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 문화를 일거에 뒤집어 7080 군사독재시절로 되돌리는 정치 검사들이야말로 이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할 열린 사회의 적들입니다.
* 출처: 진중권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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