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항쟁을 여는 작은 불씨가 되었던 고려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자료출처:고려대학교 박물관)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 소통부재 정치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 전국 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서울대, 중앙대)을 시작으로 전국 30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오늘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어 불교계와 종교단체, 시민단체들도 시국선언을 앞두고 있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 고려대 교수들도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1986년 고려대 이문영 교수 등 28명이 참여한 시국선언문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1987년 6월 항쟁의 작은 불씨가 되었습니다.
다른 대학교의 시국선언문도 중요하지만 고려대 교수들이 준비하고 있는 시국선언문에 많은 관심을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통치하던 때라 지금하고는 분위기가 다르지만, 억압적 상황에서
28명의 고려대 교수가 시국선언을 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 받을 만 합니다.
아무쪼록 고려대 교수의 시국선언에 많은 교수들이 동참해서 슬기롭게 현재의 난국을 풀어나가는, 희망을 살리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런 바램을 담아서 고려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기다리며 2007년 민주화기념사업회 웹진에 실린
“ 6월항쟁의 작은 불씨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견해> ” 라는 글 일부를 옮겨 봅니다. 글쓴이는 이창언 님입니다.
개헌과 민주화에 대한 교수들의 공개적인 입장표명은 1986년 3월 28일 고려대 이문영 교수 등 28명이 참여한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견해」로 시작된다.
이 선언이 발표되자마자 대학가에는 선언의 전문이 대자보로 옮겨지고, 대자보 밑에는 ‘선생님 존경합니다.’라는 낙서가 쓰여 졌다. 선언이 붙여졌을 때 고려대 본관 잔디밭에서는 학생들이 이문영 교수를 둘러싸고 아침이슬을 부르기도 하였다. 그 울림은 시대의 아픔에 대한 공감(타인에 이르는 가장 선한 길)이었다. 이 선언은 당일 밤 7시 30분 미국의 ‘소리방송’에 보도되어 미국 시민과 동포사회에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고려대의 3월 선언에서 촉발된 시국선언은 전국 각 대학으로 확산되었고, 6월 2일 대학교수 연합시국선언(장문의 선언문으로 전문 포함 정치, 경제, 사회, 대학 등 5개 부문 21개 항목으로 구성되었는데 당시의 대학사회의 총체적인 사회관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으로 이어졌다. (중략)
6월항쟁의 불씨가 되었던 1986년 교수 시국선언은 이문영 교수 연구실에서 시작되었다. 1986년 3월 15일 이문영, 이상신, 김충렬, 윤용 교수가 한자리에 모여 교수성명서 발표를 논의한 것을 시작으로 3월 18일에는 보다 구체적인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 이 선언문의 초안 작성자는 이상신 교수였고, 최종적으로 김우창 교수가 성명서를 다시 썼다.
시국의 엄중함과 지식인들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언급하면서 시작하는 이 선언문은 세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그것은 첫째, 민주화 운동의 민족, 민중, 민주 중 민주주의에 강조점을 둔다. 둘째, 비폭력 저항을 강조한다. 셋째, 교수 일동이 아닌 교수들의 이름이 밝혀진 합의 문서를 낸다는 것이었다.
총 4개항이 담긴 <우리의 견해>의 주장과 요구는 애당초 합의한 원칙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우리의 견해> 4개항의 주요내용은 민주화와 개헌, 학원문제를 강압이 아닌 자율적인 해결, 학생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보장, 교수들의 적극적 대응, 비폭력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견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머리말과 3항은 ‘현 시국의 엄중함’과 ‘지식인의 사회적 임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우리의 견해>는 지식인들이 시국에 대한 우려와 체념에서 탈피해야 하며, 국가와 사회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공정한 견해를 표명해야 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근년에 되풀이 되는 학원의 혼란을 우려와 체념을 가지고 지켜보아 왔다. 이제 새 학기에 당하여 더 가중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교수의 맡은 바 임무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소신을 밝혀 당국자와 국민 여러분에게 우리의 충성심을 호소하고자 한다. …… 3. 교수와 지식인의 임무는 국가와 사회의 문제에 대하여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며 그에 대한 공정한 견해를 표명하는 것을 포함한다. 자포자기적 수동적 자세를 버리고 오늘의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 관심을 표명하고 학생지도의 문제에 임하여 그 본연의 임무를 확인할 것을 촉구한다.
시국선언을 넘어 민주주의를 다시 살리는 6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명박 정권도 더 이상, 사태를 관망하지 말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시대에 맞는 "6.29 선언"을 발표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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