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 씨는
도처에서 돈 달라고 아우성 치는 도시를 떠나지 못하느냐가 되묻지만
말처럼 쉽게 서울을 떠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울은 과거, 현재, 미래가 얽혀 있습니다.
미래는 과대 포장되어 있고,
과거와 현재는 가려져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이 아닙니다.
용산참사.
왜 그들이 신년벽두부터 옥상에 올라 생존권을 외쳤겠습니까.
사고가 나거나, 사람이 죽어야 진실이 알려져야 하는 세상.
서울 구석 구석을 걸어 다니다 보면
많은 풍경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정지된 시간이 있는가 하면, 가슴 아픈 사연이 소리 없이 모여 만들어 낸 풍경도 있습니다.
잠시 서울 겨울 길을 따라 떠나 봅시다.
통인동의 한 재래식 가옥. 고드름이 주렁 주렁 매달렸습니다.
서울의 달밤....
서울 남산타워가 멀리 보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
서로를 밝히고 기다려 주는 전등과 사람이 있기에.
서울역 고단한 잠을 이어가고 있는 두 외국 젊은이들..
지하철역. 온기리고는 현광등에 밖에 없습니다.
다들 바쁜 걸음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노숙인들은 고난한 하루를 뒤로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펑펑 쏟아지는 눈
치워도 치워도....
눈 때문에 소주를 몇 병 사고 길을 걷는 아저씨의 뒷모습.
그래도 포장마차에는 친구 두 사람이 앉아서 술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 냉동고에는 우리의 용기가 갇혀 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 냉동고에 우리의 권리가 묶여 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 냉동고에 우리 자식들의 미래가 갇혀 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 냉동고에 우리 모두의 것인 민주주의가 볼모로 갇혀 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이 냉동고에 우리 모두의 소망인
평등과 평화와 사랑의 염원이 주리 틀려 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거기 너와 내가 갇혀 있다
너와 나의 사랑이 갇혀 있다
너와 나의 연대가 갇혀 있다
너와 나의 정당한 분노가 갇혀 있다
제발 이 냉동고를 열자
너와 내가, 당신과 우리가
모두 한 마음으로 우리의 참담한 오늘을
우리의 꽉 막힌 내일을
얼어붙은 시대를
열어라. 이 냉동고를
* 송경동의 시 ' 이 냉동고를 열어라' 중에서 발췌/용산 참사 헌정문집
* 사진: 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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