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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진중권, ‘정운찬 총리가 허경영으로 둔갑한 이유?‘

by 밥이야기 2009.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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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 못지 않게 한 왕국의 수도 역할을 드레스덴 시, 야경.



오늘 새벽에 정운찬 총리의 드레스덴 발언과 관련 글을 하나 썼습니다.(아래 상자글 참고)

 
요즘 잠잠하게 지내던 진중권이 오늘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정운찬 총리, 드레스덴에 가보긴 하셨나? ”를 올렸네요. 저는 새벽녘에 놀라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썼는데, 진중권은 기가 차고 막혀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진중권은 MB정권이 경제학자 정운찬 총리를 허경영으로 바꿔버리는 재주를 가졌다고 비웃었습니다.

정말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지요. 차라리 공중부양 하겠다고, 할 수 있다고 억지 쓰는 허경영은 그나마 허무하지만 웃을 수 있는데. 억지논리는 금방 들통이 납니다. 그것을 왜 모르는 걸까요? 국민을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수준을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운찬 총리 행보는 허경영처럼 당당함도 없어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입 맛에 맞게 길들이고 있습니다.오죽하면 진중권이 초딩수준이라고 폄하하겠습니까. 진중권 뿐만 아닙니다. 비판을 하기 싫은데, 비판거리를 양산하는 이명박 정부의 '쇼'에 가만히 있기가 송구스럽기 때문입니다.

 
"수백년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후기바로크의 문화유산과 조상대대로 그곳에서 살아온 수십만의 거주민을 가진 역사적 도시를, 맨땅에 새로이 건설해야 할 인공도시의 모델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지요. '드레스덴 인구 50만, 세종시 인구 50만, 고로 같다?' 이건 뭐 초딩 수준의 논리이고... (진중권)"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허깨비가 보이게 마련입니다. 허깨비를 쫓다보면 헛일이 되기 십상이지요. 중앙일보 오늘자(10일) 보도에 따르면 정운찬 총리는 측근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산업·과학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독일 드레스덴이 세종시의 좋은 모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세종시가 하루아침에 드레스덴처럼 (성공)할 순 없지만 참고할 점이 많은 도시”
“서울대 교수·총장 시절 드레스덴을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총리 취임 후에도 학계 인사들로부터 드레스덴 모델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과학과 기업이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독일의 드레스덴은 카셀 시와 함께 2차 대전 때 연합군의 공습을 받아, 폐해가 극심한 지역이었습니다. '엘베 강의 피렌체‘로 불리는 그레스덴은 연합메뚜기 떼 폭격으로 17세기 이후 지어진 아름다운 건축물과 도시의 80%의 시설이 홀라당 다 타버렸습니다. 10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사했습니다. 정운찬 총리님 비교 하실 걸 비교하셔야지요. 지금 정부에서 추진 중인 세종시 수정안은 국민과 지역 정서를 무시한 속도전입니다. 드레스덴은 통독이후 지금까지 재건 중인 도시입니다. 옛 건물과 문화시설을 복원하고 있지요. 물론 산업, 과학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모습을 찾게 하는 복원의 의미가 더 큰 도시입니다. 문화·관광도시라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지요.

 
좋습니다. 새로운 도시건 재건이건 중요한 것은 진행 방식입니다. 도시만들기의 핵심은 협치(거버넌스)입니다. 중앙정부가 '남의 젯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면 안 됩니다. 지방정부와 주민,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된 상향식(bottom up)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중앙정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지원만 해주면 됩니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누구의 지시대로 만든다는 의미가 있는 ‘도시만들기’라는 표현보다 ‘도시 이루기’라는 말이 더 낫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전형적인 하향식(TOP DOWN) 방식입니다. 국민 의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운찬 총리는 총리가 되기 이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요. 그런데 정말 닮아 가기로 작정을 한 건지, 원래 그런 사람인지 너무 궁금합니다. 차라리 마루타를 몰라도, 동문서답을 해도 한편 이해는 하겠지만, 드레스덴과 세종시를 비교해서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발상자체가 너무 터무니가 없습니다.

 
도시계획은 백년 사업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권력이해 당사자들이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성냥갑 도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 도시들은 있었지만 딱 손꼽을 만한 개성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가 있었습니까? 그건 바로 중앙정부, 속도전, 건축업자들과의 더러운 거래, 땅값 올리기였습니다. 그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갔습니까. 서민에게 돌아갔습니까?

 
정운찬 총리는 취임이후, 이명박 정부와 코드가 맞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민 없는 서민정책이었지요. 정운찬 총리는 서민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지방도 모릅니다. 서울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방 사람입니다. 지방을 떠날 수밖에 없었지요. 먹고 살만 한 것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몇 년 전 독일의 카셀과 드레스덴를 방문 한 적이 있습니다. 작은 도시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서울을 보다가 한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보고나서 잠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작은 도시마다 개성이 넘쳐 난 곳이 많았습니다. 비슷비슷 한 것 같지만 평온해 보였습니다. 활력이 넘치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고풍스러운 멋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습니다. 도시마다 함께 하고 있는 크고 작은 숲. 알고 있기로는 모든 전력이 끊기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고 해도 독일 사람들은 잘 가꾸어진 숲을 가지고도 100년 넘게 살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제대로 비교할 것을 비교하십시오. 도시계획에는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원칙, 협의,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소통의 벽을 치고 벽에 막혀 독선과 고집을 부리고 있습니다. 너무나 황당한 일만 벌이고 있으니까요. 들려오는 말에 따르면 정부는 녹색성장이 시원치 않아, 이산화탄소배출권을 위해 외국(남미)의 땅을 구입 조림지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말 왜 이러십니까. 한국의 농업이 죽고, 지방경제가 얼마나 힘든 줄 알면서, 외국으로 눈을 돌리십니까? 한국의 산과 하천, 논과 밭을 살리기 위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깜박 성과내기에 국운을 거시는 겁니까. 이명박 정부와 정운찬 총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며, 세종시 해법을 지방정부와 주민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다시 멍석을 깔아 주는 것입니다.

 
정운찬 총리님, 마루타 모르셔도 됩니다. 더 이상 드레스덴 발언을 하지 마시고 속도전으로 세종시 해법을 찾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바둑에서야 장고 끝에 악수나오지만, 국가 도시 계획은 속도전으로 나아가다가는 쪽박찹니다.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세종시를 보십시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세종시총리하려고 총리직 수락하신 것 아니지 않습니까. 민생현장, 서민정책의 허구를 깨달으시고, 전국 방방골골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귀담아 들으시기 바랍니다.

밥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