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선거. 눈 앞에 다가왔다. 는 9일에 실시될 필리핀 대통령선거에서도 미국 대선과 마찬가지로 ‘아웃사이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앙 정계와 거리가 멀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 시장이 대선을 한두 달 앞두고 지지율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며 대권에 근접하고 있다. 지방정부 시장만 22년 맡아온 두테르테는 막말로 대중과 언론의 시선을 끌고 파격적인 개혁 정책으로 기존 정치에 혐오를 느끼는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하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후보 단일화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선두 주자의 당선을 막자는 것으로,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을 지폈다. 후발 주자들의 단일화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성사되면 대선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아키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CNN 필리핀'과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집권당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58) 전 내무장관과 무소속 그레이스 포(47) 상원의원의 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다.오는 9일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두테르테 시장은 3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다른 후보들을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두테르테 시장은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 "취임 6개월 안에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하는 등 초법적이고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만연한 범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1989년 교도소 폭동사건 때 수감자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이를 비판하는 호주와 미국 대사에게 "입을 닥쳐라"라고 말하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아키노 대통령은 두테르테 시장이 대권을 잡으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마르코스 독재 시절이 되살아날 수 있다며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해 전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로하스 전 장관도 "불확실성과 독재의 유령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아키노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 그는 포 의원에게 "시간과 장소를 말하면 내가 가겠다"며 단일화 의지를 밝혔지만 본인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포 의원은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며 여론조사 결과에 기댄 단일화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포 의원은 자진 사퇴 소문이 돌자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시장의 당선에 대한 '위기감'이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어 로하스 전 장관의 전격 사퇴와 같은 '정치 드라마'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종 설화에도 두테르테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그의 강력한 범죄 근절 공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3~6개월 안에 모든 범죄와 부패를 뿌리뽑을 것이며, 군과 경찰이 범죄자를 죽이더라도 죄를 묻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가 자신의 범죄 근절 정책에 반대한다면 해산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22년간 다바오 시장에 재직하면서 시의 범죄율을 극적으로 감소시켰다. 지난해 다바오시는 세계에서 안전한 도시 4위에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자경단에 정식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마약밀매상 및 다른 범죄자들을 살해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으로 알려져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두테르테 시장 재임 기간 자경단이 살해한 범죄자는 1700여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부통령선거에서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2세 상원의원이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마르코스 2세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민주화 인사들을 살해, 고문했으며 수십억 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한 아버지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채 아버지의 통치기간을 “황금기”라고 주장하며 독재자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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