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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노무현,당신 때문에 소주3병 마셨습니다

by 밥이야기 2009.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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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이 깨었습니다.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속이 너무 쓰렸습니다.
속이 아니라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미 현실의 강을 넘어갔지만
일상의 전철은 시야 멀리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오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제 당신의 서거소식을 듣고 낮에 소주 한 병을 비웠습니다. 입맛이 없어 라면 하나 끓여 놓고 잔을 기울였지만,
어느새
커진 눈방울처럼 라면 줄기가 부풀어 커졌습니다. 마른 멸치 몇 마리 고추장에 찍어
겨우 겨우 넘겼지만, 취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취할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은 당신의 뜻하지 않는 죽음으로
이미 취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앵무새처럼 계속 당신을 이야기 합니다.

텔레비전을 껐습니다.

 다시 구멍가게로 달려가 소주 두 병을 더 샀습니다. 시간은 멈춘 것 같지
모두들 맴돌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은 비는 없고 먹구름 사이로
해가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산이 내다보이는 18층 아파트 난간 앞에서 담배를 물었지만,
토할 것 같아 담배를 급히 껐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인지 세상 끝이
아득하고 끝 모를 두려움이 퍼져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공포감이 엄습했을까. 바닥 모를 낙하의 지점에서 올라오는 죽음의 연기에
치떨렸을까.

다시 소주 두 병을 비우고,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장자의 나비가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모두가 잠들었지만 깨어 일어나야 하는 현실 앞에서.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당신 주검이 있는 봉하마을로 날아가 봅니다.

당신이 살아 있을 때 왜 우리는 기다리지 못했는가. 압축 성장을 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이 한 순간에 다 바뀔 것처럼 흥분하며 말 한마디에 흥분하고 쉴 새 없이 앵무새처럼 당신을 비아냥거렸는가
후회를 해봅니다.

당신은 가셨지만 내 머리에서 당신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소리들에 갑자기 염증이 납니다.권력의 심장부에 있는 저 간악하고 비겁한 사람들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당신을 지울 수 없듯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반민주와 몰상식, 반인권의 작태들을 잊지 않고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보다 더 강하게 더 부드럽게 세상 부정과 맞서 싸워 나가겠습니다.

 어제 비운 소주 세병과 남은 멸치 몇 마리는 시간의 액자속에 정물화가 되어 멈추었지만, 또 다시 걸어가야 할 현실이 있기에 당신을 보내드립니다.

소주 한 병은 당신을 보내며
소주 한 병은 당신을 기억하며
소주 한 병은 새로운 각오를 위해
 

부디 잘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