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아픈 가슴 넘어, 고인이 살아계실 때 자서전을 끝내지 못했다것입니다. 한국의 근현대사의 비극 이면에는 지도자들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자서전이나 평전이 없었습니다. 한국의 평전문화는 낙제점입니다.
세계의 석학 자크 아탈리가 쓴 미테랑평전을 읽다보면, 더 그렇습니다. 자서전과 평전은 다릅니다. 자서전은 자칫 미화로 흘러 버릴 수 있지만, 평전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자선전과 평전은 섞여 있습니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한 인물, 사회의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람의 기록은 역사입니다. 사람을 통해, 보다 사실적인 기록에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후세를 사는 사람에게는 많은 교훈을 던져 줄 수 있습니다.
자크 아탈리는 미테라의 곁에서 17년간 정책을 보좌하기도 했지만, 그가 쓴 글을 읽어보면 객관적인 평가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65세의 나이로 프랑스 최초의 사회당 출신으로 당선된 미테랑. 좌우연정을 통해 정치의 유연함을 보여준 대통령. 미테랑평전은 그가 죽은 지 10년이 지난 다음 발간됩니다. 김대중 자선전이 출간된다면, 많은 반향을 일으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서전을 넘어 평전 또한 많이 나올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적 리더십이 실종되고 사회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 인물읕 통해 들여다본 한국현대사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줄 것입니다.
미테랑평전은 말 그대로 자서전이 아닌 평전입니다. 자크 아탈리는 수 많은 자료를 토대로, 자기가 옆에서 지켜 본 미테랑을 관찰하며 기록한 증언입니다. 아탈리는 한국의 정치문화에 대해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일반정치인과 국가원수를 구별할 수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한 나라를 통솔했던 사람에 대한 평가와 기록은 너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 기록들이 객관적으로 쌓여하지 정치문화의 질과 깊이를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지요.
자화자찬에 머무른 자서전이나 평전, 이념의 잣대로 쓴 글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서고에 장식용이나 더운 여름날 목침 대용 베게로 사용하기 좋을 뿐입니다. 죽은 자서전의 사회 한국. 조선왕조실록같은 기록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의 문화는 후퇴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 또한 후진국입니다.
자크 아탈리는 미테랑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 미테랑은 민주주의적 정치인이라면 지니고 있으며, 지녀야 할 품위를 보편적 관심으로 구현했다. 그는 가치들을 신뢰하고, 이들을 획득해 나누어줌과 동시에 실현 할 수 있는 경영능력의 소유자였다. 비전, 카리스마, 경영능력이라는 세 가지 자질을 모두 갖춘 정치인은 거의 없다. 첫 번째 자질만 갖춘 인물은 모호한 이론가다. 두 번째 자질을 갖춘 정치인은 위험한 선동정치인이다. 세 번째 자질을 갖춘 정치인은 상상력이 없는 보수 정치인이다.”라며 세 가지 자질을 갖춘 정치인이 바로 미테랑이라고 언급합니다.
‘경영능력만 있는 정치인은 상상력이 없는 보수 정치인이다’는 아탈리의 말이 귀에 와닿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전이 나온다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김대중 대통령은 기록대통령이었습니다. 그 기록들이 살아날 자선전과 평전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인과 일반인들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자서전이자 평전으로 평가받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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